(공동주택을 위해 필요한 지식)
커피소년의 <장가 갈 수 있을까?>란 노래를 들은 게 언제인지는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그러나 그 노래를 처음 들었을 때 내 가슴에 스친 느낌만은 너무나 생생하다. 회사에서 작업을 하며 밤을 새우다 그 노래를 들었던 것 같다. 남 애기 같지 않은 그 가사 한 구절 한 구절이 내 가슴을 후벼팠다.
어린 시절에는 "운명적인 사람을 만날 수 있을까?"라는 구절에서 가슴이 아렸다면, "이제는 통장 잔고도 없는데 장가갈 수 있을까?"라는 구절이 더 아프다. 내 꿈과 목표를 위해 열심히 달려왔다. 그저 열심히만 하면 모든 게 이루어질 거란 순진한 생각을 한건 아니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가능성이 있다고 여기고 도전했다. 그러나 남은 건 빚과 망가진 건강 그리고 얼마 안 남은 생애이다. 영원할 것만 같은 젊음이 어느새 지기 시작한다. 예전처럼 뭐든지 도전하고 부딪혀 볼 수 있다는 자신감보다는 미래에 대한 걱정이 앞선다. 도전에 대한 쾌락보단, 안정에 대한 갈망이 커지게 된다. 난 남들과 다를 줄 알았는데 난 생각보다 평범했다. 그걸 받아들이고 인정하지 못해 내가 세운 높은 기준에 못 미치는 나를 채찍질만 하였다. 그러다 문득 그렇게 나 자신을 괴롭혀 봤자 나만 더욱 불행해진다는 생각이 들었고, 이제는 '특별해지기'보다는 '평범 해지기'에 눈을 돌린다.
예전에 나의 건축은 이렇게 패셔너블하고 누구나 봐도 경탄할 만한 모뉴멘털한 건축을 지향했다. 이러한 건축물을 설계하기 위해 온갖 철학을 공부하고, 컴퓨터 툴을 익히고, 프레젠테이션을 했다. 그러나 이것이 아름다울 수는 있어도, 사람들을 놀라게 할 수는 있어도 '행복'하게 할 수 있을까? 이걸 만드는 나 자신도 행복하지 않은데 말이다.
올해 건축계의 노벨상이라고 불리는 프리츠커 상에 알레한드로 아라나베가 받았다. 이 사람은 특별한 디자인적인 독특함도 없고, 엄청난 유명세가 있는 것도 아니었지만 프리츠커 상을 준 하얏트 재단에서는 그의 사회적인 참여에 높은 점수를 주었다. 위에 보이는 집은 2004년부터 자국 내 저소득층을 위한 프로젝트인 ‘반쪽짜리 좋은 집(half of a good house)’ 이다. 애초부터 집을 반쪽만 지어주고, 나머지는 거주민이 훗날 지을 수 있게 공간을 비워놨다. 이는 부족한 정부 지원금 문제를 해결했을 뿐 아니라 거주민에게 동기부여 및 성취감을 안겨주는 프로젝트로 거듭났다. 멕시코 등 주변 국가로 프로젝트는 확산되고 있다.
그는 참여 국가에 “인간의 삶을 향상시키기 위한 건축가의 해결 방법을 제시해 달라”고 요구한다. 디자인으로 과연 사회를 바꿀 수 있는지에 대한 그의 고민은 한 가구만을 위한 ‘예쁜 집’에서 여러 세대의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는 ‘착한 집’으로 화두의 전환을 시대에 요구하고 있다
최근 이러한 움직임이 한국에서도 일어나고 있다. 서울시 등에 따르면 공동체 주택은 획일화된 아파트가 아닌, 이웃과의 삶도 있고 가족 취향도 담는 등 삶을 공유하는 맞춤형 주택이다. 형태는 육아형, 신혼부부 및 사회 초년생 형, 정원 가꾸기 등의 동호회형, 복지형 주거 공간 등으로 공동의 목적, 관심사에 따라 다양해질 수 있다. 크게는 두 가지 차별성이 있다. 첫째는 공동체 특징에 맞게 회의실·북카페 등 커뮤니티 공간과 육아방, 세탁실, 공유 서가 등 공유시설이 주택 내부에 있다. 둘째는 공동소유, 혹은 임대해 싼값으로 오랫동안 살 수 있다는 점이다.라고 홍보하고 있다.
하지만 오랫동안 가족 외에는 타인과 살아 본 적이 없는 우리에게 이러한 공동체 주택은 낯설 수밖에 없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우리는 언제부턴가 마을단위의 공동체 생활을 잃어버린 채 이 황량한 도시에서 홀로 살아남기에 고군분투하다 보니 그것에 길들여져 버린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공동체 주택을 이루기 위해서는 거기에 살고자 하는 의지, 그에 맞는 디자인 그리고 그것을 뒷받침해줄 적절한 금융과 토지의 문제가 해결되야 한다. 즉 이제는 건축가도 디자인만을 추구하는 것이 아닌 집을 지을 사람들을 모으고, 그들의 요구를 수용할 수 있는 디자인을 해결하며, 지어질 수 있도록 금융적인 전략도 같이 수립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지어진 이후의 삶에 있어서도 최소한의 가이드라인까지도 제안할 수 있는데 멀티 제너럴리스트가 되어야 한다. 아직 여러분께 '공동체 주거'란 개념은 낯설 것이다. 다음 시간에는 공동체 주거가 무엇인지 이야기해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