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으로 대변되는 서양음악과 반대편에는 동양음악이 있다. 멀리 갈 필요 없이 한국의 전통음악인 국악이 대표적인 동양음악이다. 남동쪽에는 일본이, 북서쪽에는 중국이 자리 잡았고 그들 역시 지역색에 맞는 음악이 생겨나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다. 동양음악의 다른 쪽에는 중동지역을 중심으로 발달된 음악이 있고, 그 사이에 인도 음악이 존재하고 있다. 극동에 속하는 한국과 일본, 서쪽 끝의 중동지방은 지리적으로 매우 멀리 떨어져 있지만, 서양음악과는 분명한 차이점이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것을 보면 신기하다.
동서양의 음악이 만나는 월드뮤직이 유행이다. 아직 대중적인 장르라고 말하기는 어렵겠지만 세계적 각지에서 다양한 시도들이 늘어나면서 새로운 형태의 음악이 만들어지고 있다. 수많은 아티스트들 가운데 첼리스트 요요마가 주축이 된 실크로드 앙상블은 그야말로 세계 음악의 집합소와 같다. 피아노, 바이올린, 첼로와 같은 친숙한 악기들 뿐만아니라 각 문화권의 대표적인 전통 악기들과 연주자들이 새로운 시도를 펼치고 그 속에서 동서양 문화의 화합의 실제를 확인한다.
인도 음악의 대부인 라비 샹카르는 이미 수십년 전부터 월드뮤직의 선두주자로 나선 인물이다. 비틀즈의 조지 해리슨은 인도의 대표적인 전통 악기인 시타르를 그에게 직접 배웠고 자신들의 음반에도 이 악기를 등장시켰다. 영국의 천재 아티스트들은 인도 음악의 신비함을 통해 그들의 영감을 새롭게 일깨워갔다. 실제로 그들은 라비 샹카르를 월드뮤직의 대부로 칭송했으며, 그와 함께 음반을 냈던 명 바이올리니스트 예후디 메뉴힌 역시 모차르트에 비견한 천재 음악가로 평가했다. 런던 심포니, 뉴욕 필하모닉을 비롯한 세계 유수의 연주단체와 조슈아 벨과 같은 명 연주자들은 시타르의 매력에 빠져 라비 샹카르에게 작품을 위촉하여 앞 다투어 초연하기도 했다. 인도의 전통악기 하나가 클래식과 대중음악을 관통하는 예술성을 인정 받을 것이라고 누가 감히 상상할 수 있었을까?
서양음악의 미학은 음과 음의 어울림에서 기인한다. 멜로디가 있으면 이를 돕는 다른 음의 조합으로 화성을 이룬다. 서양음악사는 지난 수백년 동안 상상할 수 있는 거의 모든 음의 조합을 체계화 한 생명력의 역사이다. 반면 동양음악은 음 “하나”에 담긴 깊이가 남다르다. 인도의 라비 샹카르나 한국의 윤이상과 같은 작곡가들이 서구에서도 큰 인정을 받을 수 있었던 가장 중요한 이유는 하나의 음에 담긴 깊이를 서양음악의 언어로 내면화시켰기 때문이다. 이들의 소리는 특별하다. 화성의 패턴에 갇히지 않는다. 음 하나로 시작하여 늘리고 떨리고 물결치기도 한다. 그 소리가 만들어내는 독특한 분위기는 지역과 문화를 해석한다. 자기 목소리를 가진다는 것, 내 나라를 대표하는 악기가 존재한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가.
지난 주말 뉴욕 필하모닉 콘서트의 협연 독주자는 아누슈카 샹카르였다. 연주 곡목은 1980년도에 그녀의 아버지 라비 샹카르가 뉴욕 필하모닉으로부터 위촉을 받아 초연했던 인도의 대표 악기, 시타르 협주곡 이었다. 작품의 길이는 약 1시간 정도에 악기 편성도 거대한 곡이었다. 연주가 끝나자 수많은 사람들의 기립박수 소리로 데이비드 게펜홀의 열기는 뜨거웠다. 마음 한 켠에는 우리의 음악도 얼마든지 이 무대에 어울릴 수 있을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부러우면 지는건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