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밥심의 진짜 의미

쌀농사를 직접 짓는다는 것은

by 유하

아침 일찍부터 손모내기를 하기 위해 동네 사람들 혹은 동네에서 살았던 사람들과 전공부 학생들이 모였다. 시작 시간 오분전에 일어난 나는 어기적 어기적 눈꼽을 떼며 모임장소 앞으로 간다. 아직 햇살은 누그러져 있었고, 바람이 서늘하게 스쳤다. 아침이라서 그런지 그렇게 덥지만은 않고 생각했는데 일찍부터 부지런히 준비한 다른 사람의 얼굴에 송글송글 땀이 맺힌걸 보니 아침 늦게 일어낸 내가 부끄러워져 얼굴이 화끈거리며 더워졌다. 애써 부끄러운 마음을 감추고 주위를 둘러보니 사람들이 원을 만들어 서있었다.

잠시 후, 모두 모였음을 확인하고 모내기 축문이 울려 퍼졌다. 고요한 새벽 공기를 가르며 흐르는 그 목소리에, 사람들은 자연스레 숨을 고르고 귀 기울였다. 선생님은 모두의 눈을 하나한 맞추어내며 모내기 축문을 읽어 내려가셨다.


모내기 축문

올해도 이렇게 모를 심으러 모였습니다.

집집마다 밥 짓는 연기 피어오르지 않고

저녁이면 각자의 집으로 숨어드는 시대이지만

트랙터 이앙기 콤바인 멍하니 바라보고 있지만

그래도 여전히 논에는 함께하는 손길이 필요합니다.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

brunch membership
유하작가님의 멤버십을 시작해 보세요!

서울에서 도망친 사람의 이야기. 이곳에서 제 삶의 기록이 누군가의 마음에 닿기를 바랍니다.

160 구독자

오직 멤버십 구독자만 볼 수 있는,
이 작가의 특별 연재 콘텐츠

  • 총 3개의 혜택 콘텐츠
최신 발행글 더보기
이전 14화당신은 근사한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