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건이 제주도에서 살아가는 방법 2
제주의 한적함을 즐기고 싶다면 서귀포에서 머무는 편을 추천한다. 관광을 위한 관광지가 되어버린 제주에서, 서귀포는 개발되기 전의 제주스러움을 느낄 수 있다. 제주스러움을 느끼다가도 문득 도시의 맛이 그리울 때가 있다. 그럴 때는 조금은 제주도와 어우러진 도시스러운 음식으로 배를 채우고 다시 제주를 느껴보자. 이번에는 서귀포에 살면서 갔던 식당 중에 '나중에는 꼭 가야지!'하고 기억해놓은 식당을 소개해볼까 한다.
추천 메뉴
비건 버거, 파스타, 샐러드 등 (V) - 가격 알 수 없음
마담조는 비건이 아닌 사람에게도 정말 인기가 많은 곳이다. 오픈 키친의 형태로, 미국에서 요리를 전공하신 셰프 사장님이 운영하는 식당이다. 너무 맛있어서 이곳이 잘 되었으면 좋겠지만, 동시에 나만 알았고 싶기도 한 식당이다.
추천 메뉴에서 가격을 '알 수 없음'이라고 작성한 이유는 정식적인 비건 메뉴가 없기 때문이다. 비건 메뉴를 먹고 싶다면 최소 하루 전에는 미리 예약을 해야 한다. 사장님께서 비건 메뉴에 자신 없어하셔서 거절할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비건이 아닌 내 친구가 먹어도 정말 맛있다고 했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비건 메뉴를 부탁해보자!
Behind story
제주도는 나름 바이러스 청정 지역이었다. 하지만 우리가 회식을 하려고 마음을 먹은 순간, 4인 이상 집합 금지령이 떨어졌다. 사실, 나는 회식을 싫어하는 편에 속했기 때문에 이런 상황이 다행스러웠다. 하지만 다른 모두가 회식을 하고 싶어 했다. 결국 5명이었던 우리는 3명씩 회식을 따로 하기로 했다. 매니저와 멤버 두 명, 매니저와 내 친구 그리고 나. 이런 식으로 진행되었다. 나는 이때가 처음으로 제주에서 외식하는 순간이었기 때문에, 필사적으로 맛있는 비건 식당을 찾기 시작했다. 비건이 아닌 음식을 회식으로 정해서, 가기 싫은 자리에 꾸역꾸역 앉아 있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결국 '마담조'라는 식당을 가게 되었다. 그곳에서는 비건 메뉴와 비건이 아닌 메뉴 모두가 있어서 조화로운(?) 회식자리가 되기에 안성맞춤이었다. 조금 비싼 편에 속하지만, 좋은 서비스와 좋은 음식을 먹고 싶을 때면 항상 마담조가 제일 먼저 떠오른다. 가격이 비쌌지만 회식 자리라서 마음 놓고 많이 시킨 것은 비밀!
추천 메뉴
한라산 고사리 뚝배기 (V) - 8,000
콩까스 (V) - 10,000
러빙헛을 처음 갔을 때는 정말 황홀했다. 왜냐하면 매번 러빙헛에 가려고 할 때마다 실패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사장님께서 몸이 아프시다고 하셔서 가지 못했고, 두 번째에는 어디에 있는지 도저히 못 찾아서 실패했다. 지도에는 분명히 있었는데, 길에서는 찾기 힘들었다. 세 번째로는 오픈 시간을 안 보고 식당에 가서 아무것도 먹지 못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러므로 러빙헛에 가기 전에는 꼭 식당에 전화해볼 것을 당부한다.
러빙헛 메뉴들은 특별하다기보다는, 가볍고 일상적인 맛이다. 계절메뉴도 계절마다 바뀌는데, 꼭 먹어보길 추천한다.
Behind story
러빙헛은 서울에만 있는 줄 알았는데, 서귀포에도 있었다. '비건 식당도 이제 체인점처럼 널리 퍼지는구나'라는 생각이 들면서, 정말 뿌듯하고 반가웠다. 호주에 있었을 때는 비건 식당 체인점이 꽤 있었다. 그중 제일 기억에 남는 것은 햄버거 체인점이었다. 우리나라의 롯데리아처럼 멜버른에는 'Lord of the fires'가 있었다. 심지어 지하철역에도 자리 잡고 있었는데, 그곳을 지나칠 때마다 사람이 줄을 지어서 사 먹고 있을 정도였다. 그 광경을 보며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한편으로 조금 부럽기도 했다. 한국에도 러빙헛을 시작으로 더 많은 비건 브랜드가 곳곳에 자리 잡았으면 좋겠다.
로컬 푸드 뷔페 (V) - 인당 15,000
하루 전에 미리 예약하면, 자신이 어떤 것을 먹고 싶은지 미리 말할 수 있다. 나는 뼛속부터 튀김을 좋아하기 때문에, 튀김류를 해줄 수 있느냐고 문의했다. 사장님께서는 흔쾌히 해주실 수 있다고 해주셨다. 아쉽게도 사진에는 튀김류가 없다. 하지만 그곳에서 식사를 한 날, 나는 튀김을 종류별로 배가 터질 듯이 먹고 나왔다.
애피타이저부터 메인 요리, 차까지! 뷔페이지만 코스 요리처럼 차례대로 음식이 나오는 것이 특징이다. 재료들도 모두 신선하다.
점심시간에는 재료 소진 시 일찍 닫는 것으로 알고 있다. 수시로 운영 방식이 바뀌는 것 같으니, 사전에 문의하는 것을 추천한다.
Behind story
엄마가 제주도로 내려온다고 했다. 나는 즐거운 마음으로 어디를 데리고 가야 하나 고민했다. 그때 함께 일하던 언니가 탐라반상에 꼭 가보라고 추천해준 것이 생각났다. 그 언니는 제주인은 아니었지만, 맛집은 빠삭하게 꿰고 있었다. 특히 나는 탐라반상이 지역에서 난 농산품으로만 음식을 하는 로컬 푸드 식당이라는 것이 마음에 들었다. 환경에 관심이 있는 사람은 알 것이다. 로컬 푸드가 얼마나 건강한지를! 음식을 운반하는 데에 쓰이는 탄소를 줄이기 때문에 환경에도 건강하지만, 우리의 건강에도 정말 좋은 음식이다.
우리는 건강한 음식을 입에 넣고 건강한 대화(?)를 하며 건강한 기분으로 식사를 끝냈다. 엄마도 만족스러워하는 눈치였다. 매일 메뉴가 바뀐다고 하니, 다음에는 또 어떤 음식이 나올지 궁금했다. 우리는 다음을 또 기약하며 즐거운 마음으로 서귀포를 여행을 시작할 수 있었다.
버섯탕수 (V) - 17,000(소)
비건짬뽕 (V) - 10,000
비건짜장 (V) - 6,000 (2인분부터 가능)
덕성원은 바다와 아주 가까운 식당이다. 나는 덕성원에서 밥을 먹고 서귀포 시립 해양공원을 걸었다. 그곳 말고도 근처에 가기 좋은 곳이 참 많다.
짬뽕도 맛있고, 짜장면도 맛있다. 면발이 탱글탱글하다. 점심시간에는 조금 바쁘다. 11시부터 21시까지 길게 영업하는 편이다.
특히 돼지고기 냄새를 싫어하는 사람에게는 버섯 탕수육을 적극적으로 추천한다. 나는 개인적으로 바삭한 탕수육을 선호해서 소스를 찍어먹었지만, 부어먹어도 정말 맛있을 것 같다.
Behind story
비건이 되면서 중국 음식을 먹은 지가 정말 오래되었다. 짜장면이 그리울 때 가끔 인스턴트로 짜장라면을 해 먹기는 했지만, 짜장면에만 있는 특유의 식감을 따라갈 수는 없었다. 특히 나는 탕수육을 정말 좋아했는데, 튀김도 정말 좋아했지만 그 위에 덮인 소스도 무척 사랑했다.
나는 결국 탕수육을 직접 해 먹기로 결심했다. 버섯을 튀기는 일은 그럭저럭 괜찮았다. 물론 기름이 얼굴에 다 튀어서 따끔거렸지만, 고통에 둔감한 덕분에 별 조치 없이 후루룩 튀겨버렸다. 문제는 소스였다. 어쩌다 보니 원래 넣어야 할 식초의 양보다 2배를 더 넣어버리면서 신 냄새가 방 안에서 진동을 했다. 소금과 설탕으로 복구해보려고 했지만 신 냄새는 쉽게 없어지지 않았다. 결국 나는 탕수육 소스를 포기하고, 버섯 튀김을 닭강정 소스를 만들어서 버무려 먹었다.
그래도 나는 탕수육에 미련이 남아서, 비건 동네 친구와 함께 버섯탕수를 먹으러 덕성원에 갔다. 그리고 생각했다.
‘이렇게 맛있다니! 다음부터는 그냥 사 먹어야겠다.’
매거진, [제주도에서 무자본으로 살기]는 매주 화요일 연재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