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에서 살고 싶으세요?

제주도에서 집 구하는 방법

by 유하


나는 제주도 책방에서 일을 그만둠과 동시에 살 곳을 잃었다.


내가 일을 해왔던 곳들은 항상 숙식을 제공해줬다. 그 덕분에 나는 제주를 사는 동안 집을 구해야 하는 수고를 할 필요가 없었다. 하지만 그게 꼭 좋은 것만은 아니었다. 직장에서 제공해주는 곳은 항상 내 마음에 안드는 부분이 있었기 때문이다. 외딴 곳에 있다던가, 방음이 지나치게 되지 않는다던가 하는 문제점이 있어도 나는 내가 사는 곳을 바꿀 수 없었다. 내가 사는 곳이 편안하지 않다는 것은 마음을 풀어놓을 곳이 없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이제는 내가 살 곳을 스스로 선택할 수 있게 되었다. 그래서인지 집과 직장을 모두 잃은, 그 상황이 나는 오히려 기뻤다. 그곳에 살며 혼자 감당해야 했던 것들은 정말 버거웠다. 숲 속 한가운데에 있는 집에 산다는 것은 정말 외로운 일이었다. 물론 그 외로움을 위로해주러 수많은 바퀴벌레나 모기가 찾아오긴 했지만, 수많은 벌레와 공존하는 일은 외로움을 더 가중시키기만 할 뿐이었다.


그래서 나는 제주도 도시에서 에어비앤비로 딱 한달 동안만 살아보기로 했다. 그곳은 방이 세개였고, 도심에 있는 주택이었다. 나는 집주인과 함께 살아야 했다. 나는 외로움에 지쳐있었기 때문에 룸메이트가 있는 편이 더 좋았다. 그렇게 제주도에 온지 8개월이 다 되어서야 나는 아무런 일도 하지 않고, 제주도에서 진정으로 힐링하는 한달을 보낼 수 있었다.


하지만 그 집에 살면서 마냥 편하지만은 않았다. 집주인은 남은 방 하나를 에어비앤비로 돈을 버는 것에 썼다. 그렇게 만난 인연이 소중한 친구가 되기도 했지만, 여자 셋이서 화장실 하나를 쓰는 것은 고역이었다. 나는 화장실 청결에 꽤 신경을 쓰기 때문에, 화장실에 길다란 머리카락이 여기저기 널려 있는 것은 정말 못참았다.


그럼에도 나는 이곳에서 계속 살까도 생각했다. 다른 이상한 집을 구할 바에는 여기에 사는 게 나을 것이 같았다. 집주인에게도 물어보니, 그렇게 해도 좋다고 했다. 하지만 한 번 다른 집도 알아보고 결정하는 게 어떻겠냐고 권유해주었다. 그래서 나는 다른 집도 알아보기 시작했다.


나는 지인과 인터넷을 통해 금방 집을 알아보았다. 첫 번째 후보는 정부가 청년에게 지원해주는 집(?)이었다. 제주시 중심에 있고, 주차하는 곳도 있기 때문에 정말 편리할 것 같았다. 월세도 23만 원 정도로 싼 편에 속했다. 다만 공간이 고시원처럼 작았고, 부엌과 화장실은 다른 방에 있는 사람과 공유해야 하는 구조였다. 부엌은 어떻게 해서든 공유할 수 있겠지만, 화장실을 공유하는 것은 정말이지 싫었다.


두 번째 후보는 투룸이었다. 집주인은 같이 살 사람을 구하고 있었고, 그 사람은 여자였다. 집도 깔끔하고 넓었다. 나는 그 게시물을 보고 바로 연락을 했다. 그 사람은 연락을 받자마자 나에게 질문을 퍼부어댔다. 나이가 어떻게 되는지, 직업은 있는지, 자동차는 갖고 있는지. 나는 프리랜서고 차를 갖고 있다고 대답했더니, 그럼 자신과 살 수 없다면서 전화를 끊었다. 건물 안에 있는 주차장에 자기 차를 등록했기 때문에 내 차가 들어갈 수가 없고, 집에 계속 머무는 프리랜서는 불편하다나 뭐라나.. 나는 차 없이 제주도에서 직장을 다니는 사람을 과연 찾을 수 있을지 궁금했다.


세 번째 후보는 또 다른 투룸이었다. 좋은 점은 첫 번째 집과 다르게 화장실도 두 개가 있다는 것이었다. 걸어서 20분이면 바다에 갈 수 있었고, 30분이면 산에 갈 수 있었다. 부엌도 넓었고, 티비도 있었다. 나는 한 번 그 집을 가본 후, 그곳에 살기로 결정했다. 그곳에는 남자 룸메이트가 있었다. 사실, 나는 룸메이트가 있는 집을 구하고 싶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혼자 사는 것은 내 적성에 맞지 않았기 때문이다. 나는 매월 30만 원씩 월세를 내면 되었다. 전기세랑 수도세는 반반씩 내기로 했다.


물론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룸메이트와 살면서 월세 30만 원이면 너무 비싼 것 아니야? 하지만 제주에서 한 번이라도 방을 알아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 가격이 결코 비싸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무엇보다 내가 살게 된 집은 아주 널찍해서 내 마음에 꼭 든다. 룸메이트는 생전 처음 만난 사람이다. 하지만 믿기 힘들 정도로 취미가 나와 비슷하다. 집에는 촬영 장비가 한가득 있었고, 등산과 운동을 좋아한다고 했다.


며칠 뒤면 그곳에 입주를 하게 된다. 과연 그 공간에서 어떤 일상이 기다리고 있을까?


매거진, [제주도에서 무자본으로 살기]는 매주 화요일 연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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