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차 제주도민의 제주도 200% 활용법

제주도에서의 일상은 매일 여행 같을까?

by 유하

나는 요즘 제주에 사는 것이 아주 만족스럽다. 물가는 비싸고, 임금은 낮은 관광지에서 사는 방법을 이제야 터득했달까? 돈은 별로 쓰지 않으면서, 제주도에서 누릴 수 있는 것을 200% 누리고 있다.


일단 제주에서의 나의 일상 루틴을 소개해볼까 한다. 나는 아침에 일어나면 바닷가까지 달린다. 집에서 해변까지 20분이면 갈 수 있기 때문에, 매일 아침 햇빛을 받아 반짝거리는 바다를 보며 하루를 시작한다. 이런 풍경을 매일 공짜로 볼 수 있다는 사실은 게으른 나도 아침 일찍 깨서 운동을 하게 만든다. 매일 같은 길을 뛰지만 풍경은 조금씩 바뀐다. 무엇이 바뀌는지 꼼꼼히 관찰하는 것도 ‘매일 아침 뛰기’의 또 다른 묘미다.


그렇게 달리기가 끝나면 항상 아침을 해 먹는다. 나는 운이 좋게도 농산물 가게에서 일하는 룸메를 만났기 때문에 매일 신선한 과일을 먹을 수 있다. 가끔씩은 채소를 가져오기도 해서 그냥 소금에 구워 먹기도 하고, 국을 끓여먹기도 한다. 가공식품을 거의 먹지 않아서인지 요즘 피부가 좋다고 주위에서 비결을 알려달라고 할 정도다. 가공식품을 먹으면 맛있어서 계속 먹고 싶은 욕구가 드는데, 자연식을 먹으니까 먹는 것을 절제할 수 있다.


월요일에는 오석학교로 봉사활동을 간다. 오석학교는 정규 교육을 받지 못한 사람들에게 무상으로 공부를 가르쳐주는 곳이다. 나는 그곳에서 할머니들에게 한글을 가르쳐주는 일을 한다. 예전에는 남아선호 사상이 만연했기 때문인지, 대부분 무언가를 배우러 오는 분들은 모두 할머니다. 나는 그곳에 도움을 드리러 갔지만, 오히려 많은 것을 받는다. 오석학교 사람들은 봉사하는 사람은 다 좋은 사람이라고 말씀하셨다. 그곳에서 봉사하는 선생님, 관리자분들은 모두 제주도에 오래 사셨다. 그래서 좋은 조건의 일자리를 많이 알고 계셨고, 그중 나에게 맞는 일자리를 주선해주셨다. 나는 졸지에 내 전공과 부합한 일자리에 지원하게 되었다.


제주도 사람들은 텃세가 심하다고 하던데, 오석학교 사람들은 텃세는커녕 마음이 한없이 따뜻했다. 나에게 한라봉도 쥐어주시고, 제주도민밖에 모르는 비밀을 꼼꼼하게 알려주시기도 한다. 할머니들을 가르치다 보면 제주도의 찐 방언을 배울 수도 있다. 그렇게 서로 소통하고 무언가를 나누는 과정은 정서적으로 큰 힘이 된다. 내편이 아무도 없는 것 같은 제주도에서 살아가기 위한 힘이 생긴다.


수요일에는 우쿨렐레 수업에 간다. 요즘 유튜브에서 우쿨렐레를 치며 노래하는 사람에게 반해서, 나도 우쿨렐레를 배우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다가 우연히 당근 마켓에서 우쿨렐레를 배울 수 있는 곳을 알게 되었다. 우쿨렐레 수업은 월 만 원만 내면 배울 수 있다. 거의 공짜인 셈이다. 나는 기타를 배운 적이 있어서 그런지, 우쿨렐레는 칠만 했다. 우쿨렐레를 배우며 나와 비슷한 취미를 가진 사람들과 친해질 수 있다. 사람이 싫어서 제주도에 왔는데, 제주도에 있다 보면 사람이 그리울 때가 참 많다. 그렇다고 아무나 친해지는 것보다는 이렇게 취미가 맞는 사람과 친해지니까 더 좋다.


제주도에 사는 지난 1년 동안은 제주에서 도망가고 싶었다. 제주라면 재미있지 않을까? 다 좋지 않을까? 이런 생각 때문에 제주도로 도망 왔는데, 다시 어디론가 도망가고 싶었다. 하지만 이제는 아니다. 이렇게 적극적으로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찾아다니니까 제주도에서 사는 것이 재미있어졌다. 그리고 좋아졌다. 아마 내가 어디에서 살던 그렇지 않을까? 내 정성을 들여서 내 몸과 마음을 담을 곳을 찾아내는 것. 그 자체가 일상을 즐거운 여행처럼 만든다.


매거진, [제주도에서 무자본으로 살기]는 매주 화요일 연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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