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DK Sisters Dec 19. 2018

코펜하겐 랩소디 인 크리스마스

#05 우리가 몰랐던 코펜하겐의 또 다른 매력


코펜하겐에 살다 보면 알게 되는 그들의 공식


하나. 코펜하게너들의 패션은 늘 검은색에서 흰색 사이 무채색이라는 것

둘. 식사 시간이나 음식을 먹는 것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는 점

셋. 워라벨은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6시 이전에 집에 꼭 들어간다는 것 등등.

이 모든게 모여 시크한 혹은 지루하게도 보일 수 있는 코펜하게너가 완성된다.



단, 코펜하겐에서 예상치 못한 랩소디가 시작되는 크리스마스


이렇게 얌전하고도 단조로웠던 코펜하겐에 12월 중순이 되면 여기저기서 Julefrokost [율리-프로코스트] 즉, 크리스마스 런치 파티가 열리기 시작한다. 가족과의 Julefrokost는 크리스마스이브에, 직장 동료들과의 Julefrokost는 보통 크리스마스 2주 전에 열리는데 이때만큼은 180도 변한 코펜하겐 사람들을 만나 볼 수 있다.


종종 드레스코드를 정해주는 Julefrokost도 있는데 얼마 전 파티를 한 친구네 직장에서는 디즈니를 모티브로 하기도 했다고 한다. 물론 굳이 드레스 코드를 주지 않아도 빨간 옷, 초록 옷, 화려한 금빛, 은빛으로 장식된 옷 심지어는 얼굴에 금빛 가루를 뿌리고 오는 사람들도 있다.


매년 Julefrokost 때 시상하던 '올해의 동료' 트로피 Mr. Best colleague. Photo by. DK sisters


또, Julefrokost에 가면 덴마크 음식의 맛에 감탄을 멈출 수 없다. 항상 좋은 재료를 굳이 맛없게 요리해 먹는다고 불평했던 것이 무안할 정도로 상당한 퀄리티의 음식을 맛볼 수 있다. Julefrokost의 식탁에는 노르웨이에서 데려 온 훈제연어, 비릿하면서도 매력적인 절인 청어, 순대 간보다는 조금 부드러운 리버 파테, 2시간 오븐에 구운 겉바속부 돼지고기, 버터와 설탕에 캐러멜라이징 한 덴마크 감자, 붉은 양배추 절임과 그레이비소스 등등이 차려진다. 물론, 크리스마스 맥주와 40도에 웃도는 스냅스도 빠질 수 없다.


여기서 잠깐, 덴마크 음식을 먹을 때 팁을 주자면, 먼저는 Fish dish를 시작으로 샐러드 그리고 기름진 고기 순으로 먹는다. 또한, 가족 파티의 경우 한 상에 차려진 음식을 나눠먹는 형태이지만 회사나 친구들끼리의 파티인 경우 케이터링 식탁에 따로 차려진 음식을 먹을 만큼 떠서 가져오는 뷔페식 형태가 일반적인데, 이때 한 번에 먹을 음식을 다 가져오는 것이 아니라 두세 번 다녀올 수 있게 조금씩 담아서 오는 것이 덴마크인들의 뷔페 이용 방식이다.



껍데기를 바삭하게 구운 돼지고기 오븐구이와 크리스마스 트리를 연상시키는 겨울 샐러드 Photo by. DK sisters


이미 오랜 시간 동안 먹고 마시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지만 진짜 클라이맥스는 Pakkespil 번역하면 선물 게임이다. 이 게임은 결코 훈훈하거나 따뜻한 게임은 아니다. 그래서 어떤 집들은 이 게임에는 어린이들은 참여하지 못하게 하기도 한다. 자칫하면 아이들의 울음바다로 끝날 수도 있기 때문에.

규칙은 간단하다. 게임은 두 단계로 나뉘는데 첫 번째는 주사위 두 개를 굴려 총합이 6이 나오면 식탁에 쌓여있는 선물을 가져오는 방식이다.


진짜 게임은 두 번째 단계부터.


첫 번째 게임에서 쌓여있던 선물이 다 소진되었다면 이제 두 번째 게임이 시작된다. 타임키퍼가 본인만 알게 알람을 맞춰 놓고, 알람이 울리기 전까지 돌아가면서 주사위를 굴려서 합이 6이 나오는 사람은 다른 사람의 선물을 뺏어올 수 있다. 시간이 얼마나 남은지 모르는 상태에서 여기저기 선물을 빼앗기다 보면 초조함과 긴장감이 폭발한다.


Pakkespil을 위해 모두가 선물을 들고 와 테이블에 쌓아놓는다. 하나도 못받는 사람을 없게하기 위해 선물을 3-4개씩 들고오는 착한 사람들도 있다. Photo by. DK


알람이 울리면 가진 자와 못 가진 자 사이에 희비가 교차한다.


웃음과 실망이 교차하는 게임이 끝나고 나면 모두가 디저트 테이블로 달려간다. 크리스마스를 대표하는 디저트는 ris à l’amande [리스-라망], 아몬드가 숨겨진 쌀 푸딩이다. 큰 볼에 담긴 쌀 푸딩은 각자의 그릇에 담아 체리 소스를 뿌려 먹는데, 누군가 아몬드를 발견할 때까지 먹는다. 아몬드를 찾은 행운의 주인공은 호스트가 준비해놓은 선물을 받는다.


미리 아몬드를 찾은 행운의 주인공은 대부분 다른 사람들이 끝까지 먹을 때까지 말 안하고 골려먹는다 Photo by. DK sisters


아몬드를 찾는 시간까지 끝나고 나면 이제 공식 파티는 끝이 나고 음악 볼륨이 올라간다.

어떤 사람은 술을 마시며 이야기하고 또 어떤 사람들은 거실이나 스테이지에 나가 춤을 춘다.

그리고 그날 밤 집에 어떻게 돌아갔는지 기억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SKÅL! (Cheers!)






매거진의 이전글 코펜하겐 겨울에 대처하는 일곱 가지 자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