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 첫 확진자와 그 이후
2020년 2월 설 이후 코로나가 한국에서 조금씩 고개를 들기 시작할 때, 당시까지만 해도 확진자가 없던 덴마크는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해 진지하게 지켜보기 시작했다. 더욱이 1월 말부터 이미 코로나 확진자가 나오기 시작했던 주변 스웨덴, 핀란드와 비교가 되는 상황이었고, 간발의 차이로 노르웨이에서 먼저 확진자가 나오는 바람에 적어도 하루 정도는 북유럽에서 마지막 청정 국가라고 불리기도 했다.
단 하루, 북유럽 국가의 마지막 청정 국가
그랬던 덴마크에 이탈리아 북부에서 스키 휴가를 마치고 돌아온 사람이 첫 코로나 확진을 받았다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 전해졌다. 이 소식은 덴마크의 오전 뉴스특보 시작 단 몇 분 전에 전달되어, 짧은 준비와 함께 다급하게 보도되었다. 심지어 첫 확진자가 특보를 진행하는 DR2라는 채널의 에디터 중 한 명이라, 동료의 확진을 전달하는 뉴스 특보가 더 안타깝게 보였다.
덴마크가 코로나에게 보인 첫행보는 자택격리였다. 그렇게 첫 확진자는 병원이 아닌 집에서 머물렀고, 다음 날 그리고 그다음 날 계속되어 나온 확진자들 모두 집에서 자택격리를 했다. 혼자 사는 경우가 드문 덴마크에서 확진자와 같은 공간에 사는 사람들을 통해 전파 속도는 더 빨라지지 않을까 하는 걱정은 있었지만 정부의 지침이라 별다른 방도는 없었다. 결국 하루가 멀다 하고 확진자는 늘었으며, 3월 8일 덴마크 다섯 개의 모든 지방에서 코로나가 확진되었다.
덴마크는 첫 확진자가 나온 지 정확히 2 주만에 676명으로 늘었으며, 그다음 날인 13일 804명의 확진자를 뒤로하고 정부는 최소인원을 제외하고는 2 주간의 재택근무로 돌입하는 방식을 채택했다. 이에 공공 기관뿐만 아니라 사기업 그리고 학교도 정부의 지침을 따랐고 다음날인 14일 결국 덴마크는 국경을 폐쇄하기에 이르렀다.
여기까지만 보면
겁에 질린 국민들이 상상될 법하다
사실 덴마크도 여느 유럽 국가 못지않게 생필품 사재기와 알코올 세정제 품귀현상이 심하긴 했다. 불안함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도 종종 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덴마크인들은 그들 특유의 블랙유머로 이런 상황 속에서도 웃음을 자아낸다. 몇몇 슈퍼는 코로나 맥주로 손님들에게 재미를 주기도 했고, 마스크를 쓰는 문화가 아닌 이 곳에서는 마스크 대용이지만 빅재미를 선사하는 해프닝들이 벌어졌다.
또, 자택 격리된 사람들은 친구들과 함께하는 색다를 방식으로 맥주를 마시며 나름대로 주말을 즐기는 방법을 찾아내기도 했으며, 미용실에서도 그 만의 방법으로 손님을 맞이했다. 또, 아파트 공동 정원 덴마크에 오래전 지어진 아파트들은 사면으로 둘러싸인 공동 정원이 있다 을 향해 노래하며 집 안에 갇혀있는 주민들끼리 함께 노래를 부르며 소셜 커넥션을 만들어 내기도 했다.
유학시절의 개인적인 경험으로 덴마크의 의료시스템은, 응급상태로 심각한 환자에게는 유용하나 반대로 죽을 만큼 아프지 않은 경우에는 그림의 떡일 뿐이다. 그래서인지 덴마크인들도 코로나 같은 특수한 상황임에도 마음껏 누릴 수 없는 의료 시스템에 대해 불만이 만만치 않다. 게다가 한동안 미지근했던 정부의 대처 방법에 대한 비판도 신랄하게 이뤄지는 중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상황을 함께 웃고 넘어가려는 그들의 여유와 이웃에 대한 관심이 지금처럼 사회적 격리에 지친 우리에게 조금은 나은 하루를 주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