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만족

#Anden

by 니키코


해가 길었던 어느 날 저녁, 친구 집에서 작은 칵테일파티가 열렸습니다. 테이블에는 마당에서 갓 따온 딸기와 작은 케이크들이 놓여있었고, 우리는 그녀가 손수 만든 엘더플라워액을 베이스로 한 White Rum Elderflower Cocktail을 마시며 담소를 나누었습니다.


대화 소재는 자연스레 한창 제철인 엘더플라워서양딱총나무꽃로 흘러갔고, 각자의 어릴 적 엘더플라워에 대한 추억들이 이야기보따리처럼 풀어졌습니다. 그중 한 친구는 추억 이야기를 하다 엄마가 어릴 적 해주시던 엘더플라워 팬케이크가 그렇게 맛있었다며 그 레시피를 전수해주기도 했습니다.


파티가 끝나고 집에 돌아가는 제게 친구가 손수 만든 엘더플라워액 한 병을 품에 꼭 안겨주었습니다. 덴마크 뉴비인 저에게 아직은 없는 엘더플라워 추억을 만들어보라는 넛지Nudge 이었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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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 니키코 All rights reserved.


다음날 아침, 남편과 친구표 엘더플라워 주스를 한잔 하며 갓 배워 온 엘더플라워 팬케이크를 만들어보기로 했습니다. 집 앞 공원에 나가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엘더플라워를 몇 송이 따서 레시피대로 만들어 보았습니다. 꽃향기를 가득 머금은 팬케이크는 정말이지 함박웃음을 짓게하는 그런 맛이었습니다.


팬케이크를 만들고 남은 꽃잎은 잘 말려 초콜릿 케이크를 장식했습니다. 꽃 한 송이로 만족감이 하늘을 찌르고 있던 저에게 남편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공원에 남은 꽃들은 가을에 엘더베리가 될 거야.
그땐 우리 감기에 좋은 엘더베리 차도 마셔보자!

휴, 하마터면 하루 만족감할당량을 초과할 뻔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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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더플라워의 철은 지나고 이제는 감자 철입니다. 소도시에 살면 좋은 점 한 가지는 길가에서 무인노점을 흔히 마주친다는 것입니다. 제철에 맞게 딸기나 감자 혹은 집에서 만든 꿀을 작은 오두막에 올려두면 지나가는 이웃들이 작은 박스에 돈을 넣고 필요한 만큼 가져갑니다. 저희도 갓 캔 감자를 두 봉지나 가져왔습니다.


집에 와 검은흙이 묻은 감자를 물에 씻으니 햇감자의 고소한 향이 축축하게 느껴집니다. 이제 이 햇감자로 익혀보기도 찌기도 하고, 굽거나 으깨서 다양한 요리를 해볼 계획입니다. 이번에는 감자 한 개가 줄 수 있는 만족감을 누려볼 예정입니다.


이렇게 감자의 철도 지나가면 그다음의 제철은 무엇일지 벌써 기대가 됩니다. 제철의 작은 소박함으로 가득 채워지는 오늘의 만족. 없는 것으로 인해 느끼던 부족감보다 있는 것에서 느낄 수 있는 만족감을 고르는 법을 배워갑니다. 그리고 그 둘은 정말이지, 종이 한 장 차이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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