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edje
20대 초반의 중증 조현병 환자가 어머니와 함께 병원에 왔다. (kormedi.com, '24.11)
Tina Dahls søn Mikael har sygdommen paranoid-skizofreni. (tvmidtvest.dk, '25.3)
*티나 다알씨의 아들 미카엘은 편집형 정신분열증이라는 질병을 앓고 있다.
실제 한국매체와 덴마크매체에 각각 실린 기사 내용입니다. 두 문장의 차이가 느껴지시나요. 같은 조현병을 앓고 있더라도 한국의 20대 초반 청년은 조현병 환자로 규정되어 있는 반면, 티나 다알씨의 아들 미카엘은 미카엘이라는 청년인데 조현병이라는 '암이나 폐렴 같은' 질병을 앓고 있는 사람이라는 인식의 차이가 있습니다.
At se mennesket før sygdommen
질병 이전에 사람을 먼저 본다
덴마크에서는 조현병이든 자폐든 혹은 신체적 장애이든 모두 질병을 앓는 사람으로 인식합니다. 약국에서 약사선생님이 사시를 가지고 있는 것도 수영장 옆 칸막이에서 샤워하던 사람이 다운증후군을 앓고 있던 것도 그렇게 특별하지 않습니다.
또 이곳엔 사회에 바로 적응하기 어려운 혹은 사회에 위험이 될 수 있는 질병을 가진 사람들이 함께 사는 공동 주거단지Housing Offer라는 제도가 있습니다. 질병이 진단되면 정도에 따라 지자체에서 케이스 담당자와 생활지원금이 정해지고, 질병을 가진 본인과 가족들이 함께 결정하여 공동주거단지에서 살 수 있습니다. 이 단지에는 항시 사회전문가와 복지사가 함께 머물지만 여타 아파트와 같이 개인의 주거공간에는 관여하지 못합니다. 프라이버시가 정확하게 지켜지는 곳이지요. 이곳에 사는 사람들은 환자patient가 아닌 주민citizen입니다. 주민들은 월세도 꼬박꼬박 내고 공동식비도 본인이 직접 부담합니다. 물론 지자체 지원금이긴 하지만요.
보통은 스스로 요리를 할 수 없어 공동식사를 합니다. 주거단지의 같은 구역 주민들끼리 한 달에 한 번 마주 앉아 먹고 싶은 음식을 논의하여 식단표를 작성하고 이에 맞추어 공동식비로 장을 봅니다. 만약 개인이 따로 먹고 싶은 간식이나 음료가 있다면 사회전문가 동행하에 직접 장을 봅니다. 참고로 전문가는 주민이 무엇을 사던 관여할 수 없습니다. 그건 개인의 자유이니까요. 그저 주민이 다치지 않도록, 그리고 다른 시민들에게 해가 가지 않도록 지켜보는 동행자의 역할만 할 뿐입니다. 또, 주말이 되면 보통의 가족과 마찬가지로 가족 생일모임이나 서머하우스 혹은 휴가를 함께 하곤 합니다.
이곳에서 일하는 사회전문가와 복지사의 역할은 입주민이 사회에 독립적인 구성원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연습하는 것을 돕는 것, 그 뿐입니다. 각자에게 주어진 지원금을 관리하는 법을 알려주고, 함께 요리하고 식사하며 관계를 연습하며, 주민들이 원할 경우 함께 운동을 하거나 집에 초대받아 함께 게임을 하거나 대화를 나누며 사회성을 연습할 수 있게 돕습니다.
이 모든 과정에서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한 사람이 다른 한 사람을 대한다는 것에 있습니다.
물론, 의사에게 처방받은 약을 잊지 않고 먹을 수 있도록 도와주고, 갑작스레 위험한 상황이 올 때 안전전문가나 경찰이 바로 올 수 있도록 하는 역할도 하지만 이 또한 질병을 가진 한 사람이 다시 사회로 돌아올 수 있도록 최대한 도와주는 데에 목적이 있습니다.
프랑스에는 나방이라는 단어가 없다고 합니다. 굳이 언어적으로 나비와 나방을 구분하여 규정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밤에 날아다니는 그것도 똑같은 두 날갯짓으로 날아다니는 같은 나비인 것이지요.
이곳에 살면서 배운 것 중 하나는 사람은 무엇보다도 먼저 사람이라는 것입니다. 어떤 직업을 가졌던 부유 하던지 가난하던지 혹은 질병이 있던지 없던지 굳이 구분하여 규정하지 않고 사람은 다 같은 사람입니다. 이렇게 서로 다른 모습이지만 사람들이 함께 살아가는 사회. 내가 삐뚤빼뚤해도 아무도 나를 굳이 무언가로 규정하지 않고, 똑같은 사람으로 대해준다는 것이 꽤 위로가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