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유가 주는 시간

#Niende

by 니키코


가만히 서있기만 해도 오들오들 추위가 파고드는 3월의 어느 날. 시어머니의 70살 생일기념으로 대가족이 다 함께 덴마크 서쪽 끝의 Rømø섬으로 가 2박 3일을 보냈습니다. 안 그래도 갈 곳 하나 없는 시골동네에 사는데 더 시골인 섬으로 갔더랍니다.

KakaoTalk_20250803_165833168_03.jpg
KakaoTalk_20250803_165833168_02.jpg
KakaoTalk_20250803_165833168_04.jpg
ⓒ 2025. 니키코 All rights reserved.

이렇게 불평은 하지만 사실 Rømø는 덴마크에서 가장 큰 국립공원인 Wadden Sea National Park가 위치한 곳입니다. 철새나 물개 그리고 자연경관으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곳이기도 하니 덴마크 사람들에게는 자랑스러운 섬이지요.


그래도 덴마크 3월은 아직 차갑습니다. 철새도 따뜻한 곳을 찾아 떠나는 겨울(*덴마크 겨울은 10월부터 4월까지라는 농담이 있답니다)의 Rømø섬은 정말 아무것도 할 것이 없습니다.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저는 Rømø섬 자체에 대한 기억은 미미합니다. 하지만 48시간 동안 가득 찼던 '시간'에 대한 기억은 강렬히 남아있습니다.


시간이 가득 찼다는 표현은 참으로 주관적입니다. 저에게 가득 찬 시간이란 매 순간에 내가 있었다는 것을 기준으로 합니다.

바쁘다는 것과는 거리가 멉니다. 예컨대 회사에서의 시간은 아무리 바쁘고 유익해도 나를 잊을 때가 종종 있었다랄까요. 그렇게 바쁜 순간이 지나가면 공허함이 찾아오는 것은 막을 수 없었답니다.


춥고 어두운 섬 Rømø 에서는 밥을 먹고, 커피를 마시고, 탁구를 치고, 책을 읽고, 그림을 그리고, 이야기를 나누고, 숲길을 걷고, 바다를 보고, 강아지 산책시키고, 케이크를 나누고, 보드게임을 하고, 조개껍질을 줍고, 당구를 치는 게 전부였습니다.

KakaoTalk_20250803_165833168_06.jpg
KakaoTalk_20250803_165833168_01.jpg
KakaoTalk_20250803_165833168_08.jpg
ⓒ 2025. 니키코 All rights reserved.

참 별게 없죠. 하지만 희한하게도 생각해 보면 정말 많은 순간의 '나'가 기억이 납니다. 크고 작은 여유로움이 가득했던 시간 속 저 말입니다. 그 시간들은 정말 꽉 차있습니다.

늘 하루가 모자라다 생각해 온 저에게, 여유는 더 길고 기억나는 하루를 살 수 있는 방법을 보여주었습니다.


지금 이 순간

하루가 모자란 당신에게

적극적으로 여유를 선택해 보시길 권해봅니다.


크건 작건 어떤 형태든 좋습니다.

친구나 가족과 둘러앉아 보드게임을 하거나 나가서 배드민턴을 쳐도 좋고, 혼자 집에서 뜨개질을 하거나 그림을 그리는 여유를 부려보는 것도 괜찮습니다. 그렇게 여유를 선택하고 나면 그 안에 '나'가 가득한 더 길고 기억나는 하루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요.




이전 09화인내의 사워도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