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iende
얼마 전 동네 아이스크림 집에 다녀오는 길에 그만 코트 단추를 하나 잃어버렸습니다. 안 그래도 밑단 단추는 이미 없어진 지 오래였지만 불편함을 느끼지 못해 그냥 입고 다녔는데, 이번엔 옷깃을 여미는 곳 단추가 떨어진 것이라 난감했습니다.
뜨개질 가게나 자수집에 가보니 안목 높은 가게 주인 분들이 특별히 셀렉하여 가져다 놓은 값비싼 단추들뿐이고, 슈퍼에 갔더니 코트 단추와 비슷한 단추가 없었습니다. 사실 특별한 단추는 전혀 아니지만 검은색 코트 위의 검은색 단추이다 보니 채도나 질감만 달라도 눈에 띄게 이질감이 느껴지더랍니다. 반찬 투정도 아니고, 난데없는 단추 투정을 부리고 있던 저를 남편은 조용히 Genbrugsbutik세컨핸즈샵에 데려다 놓았습니다.
그렇게 오매불망 찾던 검은 단추가 든 꾸러미를 가판대 귀퉁이에서 발견하고는 단돈 8 크로나에 그 알록달록한 단추꾸러미를 샀습니다. 누군가에게는 쓸모없어 버려진 단추들 속에서 보물찾기 하듯 저에게 꼭 필요한 무언가를 발견한 순간이었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단추에 예민한 척하던 저란 사람은 결국 채도, 명도, 질감 하나 맞지 않는 엉뚱한 단추를 달아놓고서는 저만의 스타일이라고 고집부리며 잘 입고 다닙니다.
덴마크의 크고 작은 모든 도시에는 세컨핸즈샵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병원이 없는 동네는 있어도 세컨핸즈샵이 없는 동네는 없다고 할 정도로 많이 있습니다. 개인이 운영하는 샵도 간혹 있지만 대부분은 공익활동을 목적으로 비영리 단체나 교회에서 운영하고 있습니다. 샵은 보통 해당 동네 어르신들의 자원봉사로 운영되며, 수익금은 각 단체의 목적에 따라 암 치료 지원, 아동보호, 전쟁 국가 지원 등으로 기부되고 있습니다.
세컨핸즈샵에는 정말 다양한 제품들이 있습니다. 책이나 의류, 식기구뿐만 아니라 소파, 테이블 등의 가구도 많아 저희는 이 소도시에 왔을 때 굳이 새것을 사지 않고 대부분 세컨핸즈샵에서 사 왔습니다. 얼마 전 이사한 시부모님께서도 새로운 집에 맞는 아담한 소파와 테이블을 세컨핸즈샵에서 들여왔습니다. 대신 자녀들이 독립하기 전에 쓰던 큰 소파와 테이블, 그리고 자녀들 방에 있던 책상이나 침대는 다 세컨핸즈샵에 기부되었습니다. 이 대가족의 추억이 담긴 가구들은 이제 막 자라나는 자녀가 있는 또 다른 집에서 새로운 추억으로 사용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으며.
덴마크의 세컨핸즈샵은 제품의 종류도 다양하지만 사실 퀄리티에 더 놀라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도 처음 샵에 갔을 때, 우리나라에서도 유명한 로열코펜하겐, 오래된 명품 가방이나 옷을 쉽게 접할 수 있다는 사실에 놀라웠습니다. 게다가 가구들은 요즘의 가성비 합판 가구가 아닌 장인이 한 땀 한 땀 만든 원목가구에 누가 봐도 옛 주인이 아끼고 잘 쓰던 것이란 게 티가나는 가구가 많습니다. 이래서 아무리 북유럽에는 싸고 편한 이케아가 있다 하더라도, 퀄리티나 가격면에서는 세컨핸즈샵을 이길 수가 없는 이유인 것 같습니다.
여름방학이 오기 전, 저희 동네 초등학교에서는 어린이 벼룩시장을 개최합니다. 작은 공원이나 광장을 빌려 아이들이 본인이 쓰지 않는 문구나 장난감, 책, 옷 등을 들고 나와 사고팔 수 있는 자리를 제공합니다. 그래서 아이들은 나에게 쓸모 없어진 물건이 다른 친구에게는 쓸모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어려서부터 보고 경험합니다.
얼마 전 4살짜리 조카랑 세컨핸즈샵에 갔습니다. 이제는 옷도 골라서 입고 머리핀도 신경 쓸 나이라 그런지 방에 거울이 필요하다는 겁니다. 엄마는 새것을 사주지 않고, 아이가 세컨핸즈샵에 있는 물건들에서 쓸모를 재발견하기를 원했습니다. 아이는 작은 손에 30 크로나 달랑 들고 나와서는 이리저리 거울을 구경하고 다니다가, 운명처럼 사고 싶은 손가방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손에 있던 동전을 담을 수 있는 그런 쓸모 있고 아이의 키에 꼭 맡는 손가방이었습니다.
결국, 아이는 돈이 모자라 거울을 사지 못했습니다. 그래도 이 아이는 누군가가 더 이상 쓰지 않는 가방에서 자신만의 쓸모를 재발견했으니 그 만의 의미 있는 쇼핑이었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