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tende
누군가 저에게 추운 겨울에 왜 아이스아메리카노를 마시는지 묻는다면 전 주저없이 대답합니다. 늘 화가 나있어서 속에 열을 식혀줄 차가운 음료가 필요하다고요. 언젠가 이 성질머리 좀 고쳐야지 하고 생각만 한게 벌써 몇 년째입니다. 그래서 제 안식년의 첫 프로젝트는 '인내심을 기르자, 좀!' 이었습니다.
인내심 프로젝트로 사워도우를 고른 건 정말이지 단순한 이유에서였습니다. 동네 사워도우 빵집이 너무 맛있었거든요. 하지만 볼을 에일듯한 겨울 바람을 헤치면서 매일 빵을 사러 가기에는 정말이지 큰 용기가 필요했답니다. 게다가 덴마크에서 사워도우는 강아지, 고양이 혹은 사워도우 키우기라고 농담할 정도로 관리하기 까다롭기로 유명해 베이커들의 인내의 상징으로 불리우는지라 마다할 이유가 없었습니다.
이미 예상했을지 모르겠지만 저의 첫 사워도우는 애초에 죽었습니다. 제 급한 성화에 못이겨 너무 자주 밥을 먹어야만 했던 그는 제게 고약한 냄새를 던지고는 떠나갔습니다. 그래도 다행인지 운명인지 옆에서 재미로 함께 시작한 남편의 사워도우를 분양받아 이제는 어엿한 7개월차 사워도우를 키우고 있습니다.
사워도우는 미생물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매일 상태를 봐가며 밥을 줘야합니다. 혹여나 실내온도가 올라 대사가 활발해지면 배고파 죽어버릴 수 있고, 조금만 추워도 대사가 느려져 보통과 같이 밥을 주면 배불러 죽어버릴 수 있습니다. 개복치에 준할 예민함을 가진 사워도우를 위해 덴마크에는 Sourdough Inn 이라는 컨셉도 있습니다. 휴가를 가거나 출장으로 집을 비우게 되어 사워도우에게 밥을 줄 수 없을 때, 맡길 수 있는 호텔같은 곳이지요. Sourdough Inn에 사워도우를 맡기면 일정한 온도가 유지되는 시설에서 내가 원하는 주기와 용량에 맡게 전문가가 관리해 준다고 합니다.
저는 그렇게 세심한 편이 아니라서 자리를 비우는 날이 생기면 그냥 냉장고에 넣어버립니다. 추우면 대사가 느려지니 몇 일 정도는 버틸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며 강하게 키워가고 있습니다.
사워도우를 몇 주 정도 키워내었을때, 저는 감히 인내심을 길렀다는 헛 된 생각을 했답니다.
하지만, 진짜 인내심이 필요한 순간은 잘 키워낸 사워도우를 활용한 서른여섯시간의 베이킹이라는 것을 그때는 몰랐습니다.
<사워도우브래드 레시피>
첫째날 아침,
- 사워도우에게 밥을 준다.
- 밀가루, 물 그리고 꿀을 섞어 오토리즈Autolyse하여 글루텐을 형성한다.
- 사워도우가 두 배 이상 자라나는 시기를 관찰하여, 가장 활발할 때 오토리즈 된 반죽과 섞고, 소금을 넣는다.
- 반죽이 충분히 숨을 쉬면서 빵의 구조를 형성할 수 있도록 8시간이상 냉장고 안에서 재운다.
둘째날 아침,
- 냉장고에서 꺼낸 반죽은 다시 실내온도에 2시간 숙성을 시키면서 매 30분 마다 스트레칭Stretching과 폴딩Folding을 통해 반죽의 모양을 잡아준다.
- 반죽이 30-50%정도 부풀때까지 숙성의 시간을 준다.
- 숙성된 반죽에 칼집을 내어준다.
- 250도로 40분이상 데워진 오븐에서; 250도 15분 200도에서 30분을 굽는다.
- 트레이에 올려 한 김 식혀주면 비로소 사워도우브레드 완성.
이 모든 과정에서 하나라도 어긋나는 날에는 모든 것이 말짱 도루묵. 빵이 충분히 부풀지 않거나, 너무 부풀어 빵에 큰 구멍이 생기거나 그 것도 아니면 공기를 내보내지 못해 농도짙은 빵이 나오게 됩니다. 그래서 사소한 것이라도 모든 과정과정에 인내가 필요할 수 밖에 없습니다.
저도 도서관에 있는 모든 베이킹 서적과 수많은 유튜브를 참고해가며 결국 열 한번째 시도만에 정말 빵다운 빵을 맛볼 수 있었답니다. 그래도 이제는 어엿한 집안의 제빵사로써 사워도우브레드, 덴마크 아침 빵 Morgenboller 그리고 주식인 검은빵 Rugbrød까지 만들 수 있게 되었습니다.
도대체 무슨 짓이냐 싶겠냐마는 저에게는 끝끝내 성취한 인내의 맛이었습니다. 아직 제 인내심 프로젝트는 현재진행중입니다만, 그렇게 저는 덴마크에서 인내하는 법을 천천히 배워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