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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종헌 Dec 22. 2019

삶을 위한 철학 수업
- 고통을 직면하는 것 -

자유와 고통에 관하여

삶을 위한 철학 수업 <이진경> 을 읽고

몽덴에서 함께 나누며

느낀 사유들


삶의 고통들


도전하고 실패를 경험하라기에는 요즘의 세상은 정말 잔인해진 것 같습니다. 만연한 실패와 패배 앞에 성공은 우리 시대에는 멸종해버린 것 같아요.  또, 도전과 실패를 성공을 위한 밑거름이란 말로 포장하기에는 설득력이 없어 보입니다. 실패는 쓰디쓴 고통으로 돌아올 뿐 그것을 딛고 일어서는 것은 어느새 설화의 한 전설처럼 되어버렸으니까요. 그리고 자칫 섣부른 격려는 '꼰대질'로 전락하고 공감과 위로마저 쉽게 건넬 수 없는 세상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서점에는 '나답게'라는 말이 유행하는 것 같습니다. 이 세상에 정답은 없다며 진정 너다운 것이 정답이라고 말하는 위로는 내가 틀린 게 아니라 세상이 틀렸다는 안도를 주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책에서 말하는 '고통에 직면하는 삶'을 처음에는 이해하기 어려웠습니다. 마주해야 할 고통들이 얼마나 많은데 고작 '한 줌의 용기'로 대면한다니요. 전쟁터의 시체처럼 지척에 널브러져 있는 고통들을 조심스럽게 피해 살아남기도 급급한 세상인데 말입니다. 요즘의 세상에서 고통은 누가 더 불쌍한지 겨루는 한탄으로 전락해버린 것 같습니다. "그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야.", "나는 말이지 이런 것도 겪었어."라며 누군가가 자신의 고통을 소리 내어 말하려 할 때 그의 입을 틀어막는 재갈로 변해버렸지요. 고통의 전시회 앞에 내 삶의 고통은 졸작이 되어 걸릴 곳 없이 마음의 창고 한 구석에서 조용히 폐기될 날만 기다리고 있습니다. 고통을 마주하기에는 일상의 고통은 너무나 많고 또 그마저도 남들이 겪는 고통에 비해 초라해 보이기까지 하니까요.


그런데, 책을 읽던 도중 이런 문장을 만났습니다. "삶의 크기란 넘어서야 할 고통의 크기와 비례하기 때문이지요", "우리 삶에서 피할 수 없는 고통과 대면하고, 그것을 넘어서는 지점, 고통에서 벗어나는 출구를 자유라는  말이 표시하고 있다는 생각 때문입니다." 자유가 원하는 삶을 살 수 있는 능력이라면 삶의 고통을 벗어나는 도구가 되어 줄 수 있지 않을까 하고 말입니다. 그리고 고통이 우리의 삶에서 피할 수 없는 숙명이라면 적어도 그것을 선택할 수 있지는 않을까 하고 말입니다.


당신은 어떤 고통을 마주하고 계신가요?


끊임없이 밀려오는 고통의 파도를 모두 맞을 수는 없지만 어떤 파도는 그것을 타고 헤엄쳐볼 수 있습니다. 자유라는 보드를 타고 그 파도 위에서 춤을 춰볼 수는 있겠지요. 모든 고통을 마주할 수는 없겠지만 몇 개의 고통은 마주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그리고 그것들이 작가가 말한 한 줌의 용기만 있어도 가능한 것이겠죠. 그래서 저는 자유로운 삶이라는 것이 고통이 없는 무통의 삶이 아닌 고통 위에서 자유롭게 춤출 수 있는 삶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우리가 그 위에서 춤추기 시작할 때 우리의 삶은 더 깊고 확장되겠지요.


그렇게 할 때 우리 삶의 명제는 '고통을 어떻게 피할 것이냐'에서 '어떤 고통을 마주할 것인가'로 바뀔 것입니다. 도망치는 겁쟁이의 삶에서 맞서는 비로소 투쟁의 삶으로 바뀌겠죠. 저도 수많은 고통들을 외면하며 살아온 것 같습니다. 내 탓이 아니라며, 내 부족과 없음을 타인과 세상의 부족으로 돌리며 안도로 살아왔습니다. 그런데, 그것을 받아들이는 일이 생각보다 고통스럽지 않다는 것을 어느새 깨달았습니다. 고통을 직면하는 것이 상처가 아닌 근육을 만들기 위한 삶의 통과의례로 여겨지게 되었죠. "무엇에 편안하다는 것은 구속의 징표일 수 있다."는 작가의 말처럼 고통이 없는 삶은 어쩌면 고통을 외면하고 있는 삶일 수도 혹은 자유롭지 않은 삶일 수 있겠죠.


책을 읽고 사람들과 대화하면서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금의 너도 괜찮다'는 위로의 말 앞에 '그렇지 않아'라는 저항의 생각 말입니다. 괜찮다는 말로 외면했을 많은 고통들이 떠오르면서 다시금 스스로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지요. 이 글을 읽고 있을 당신은 어떤 고통을 외면하고 계신가요? 또 어떤 고통을 직면하고 싶으신가요? 삶의 고통을 직면해갈 이 글을 읽는 당신에게 용기의 말을 드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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