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학기에 접어들면서 많은 것이 마무리를 향해 달려가고 있습니다. 몇몇 친구들은 선생님 키를 넘어선 지 오래고요. (그 친구들 앞에선 저도 모르게 슬며시 뒤꿈치를 들게 되네요.) 몇몇 친구들은 관계로 인한 아픔과 슬픔을 겪어나가는 중입니다. 중학교 원서를 쓰면서부터는, 아직 결정되지도 않은 관계의 단절과 이어짐 사이에서 미묘한 신경전을 벌이기도 하죠.
저는 어릴 때도 지금도 불안을 안고 살아갑니다. 열 살 쯤에는 제가 만들어 낸 상상 속 귀신이너무 무서워서 흙을 밟지 않기 위해 갖은 애를 썼습니다. 흙을 밟으면 피눈물을 흘리며 따라다니는 귀신을 상상했거든요. 그 귀신의 이름은 무려 ‘흙장미’였습니다. 지금은 사람 사이의 관계에서 약간의 갈등이 생기려는 조짐만 보여도 불안해집니다. 일어나지도 않은 온갖 일들을 상상하며 스스로를 괴롭히고 불안을 만들어내죠. 그러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제대로 깨져본 적이 없어서 깨지지 않기 위해 스스로를 꽁꽁 보호하고 있는 건 아닐까?라는 생각이요.
+ 시始 시詩 한 이야기
이번 시요일의 주제는 ‘깨짐과 깨어짐'입니다.
<시>
- 나태주
그냥 줍는 것이다
길거리나 사람들 사이에
버려진 채 빛나는
마음의 보석들.
부딪히거나 깨지면 나쁜 일만 생길까요? 어떤 관계는 내가 스스로 깨트려야 할 때도 있고 어떤 관계는 내 의지와 상관없이 깨져버리기도 합니다. 그것을 예측하기가 어려워 불안이 생겨나는 거겠죠. 혼자 살아가는 일이 아니기 때문에 우리는 수많은 부딪힘을 만들어 내고 수없이 깨져야 하겠죠. 그렇게 나만의 마음 조각을 다듬어 가는 게 아닐까요. 물론 무섭고 두렵고 아픈 일이지만 반짝이는 보석들은 사실, 커다란 원석을 깨뜨리고 깨지며 마모되어 만들어지니까요.
내 반짝임을 남이 발견해 주는 것도 굉장히 감사한 일이지만, 더 좋은 건 자기만의 반짝임을 스스로 발견하는 힘이 생기는 거겠죠. 작든 크든 모가 나든 동그마하든 스스로의 반짝임을 스스로가 가치 있게 바라봐 줄 수 있길 바랍니다.
['우리의 시들은 실제로 사소한 것들로 만들어졌다.' '평범한 일상 속에서 특별함을 찾아, 그동안 쓴 시를 돌아보니 특별한 추억이 되었다.'
가온이와 소연이는 사소한 것을 특별하게 바라볼 수 있는 힘을 벌써 알아차린 것 같네요.
'사람들이 마음의 중요한 것은 버리고, 오로지 돈을 벌기 위해 산다는 느낌이 들었다.'라고 적은 산이의 생각에 괜히 찔리기도 합니다.]
['글씨체도 좋아진 것 같다.'는 현정이의 말에 덩달아 기분이 좋구요.
'버려진 채 빛나는 게 발견하지 못한 재능 같다.'는 명진이의 표현에 공감이 갑니다.
'시나 이야기는 살아가는 이야기를 담았다.'라는 유현이의 말에 여러 모양으로 살아가는 모습을 글이라는 그릇에 담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이들이 지루해하면 어떡하지?라는 고민도 있었는데요, 수린이와 유아와 지율이 생각을 들여다보니, '그래도' 시 쓰기 수업을 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드네요.]
['사람들은 언제나 마음의 보석이 있는데 각자의 삶에 지쳐서 마음의 보석을 잊고 사는 것 같다.'라고 적은 한결이 덕분에 잊고 있던 마음의 보석을 들여다보게 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