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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좋아해 May 15. 2024

세월 1904-2014, 해야할 이야기

20240416. 6학년 

  10년이 지났다. 

  

  누군가에게는 ‘벌써’가 붙을테고 누군가에게는 ‘더디고 힘겨운’ 10년이었을테다. 꽃 피는 4월이 되면 세월호와 함께 져버린 아이들이 떠오른다. 올해 6학년 아이들은 2012년생이다. 온 나라가 슬픔에 잠겼던 그해, 우리반 아이들은 겨우 세 살 무렵이었다. 


  2시간 연속 사회를 시간표에 붙이자 우리반 아이가 물었다.

  “선생님 오늘 사회 시간에 세월호 해요?”

  옆에 있던 친구가 아이에게 묻는다. 

  “세월호가 뭐야?”

  “그거 좀 슬픈거야. 선생님 오늘 세월호 하는 거 맞죠?”

  아이는 ‘그거’와 ‘좀’과 ‘슬픈 거’를 결합하여 세월호를 표현했다. 세상 무해한 표정으로 물어보는 아이를 바라보며 그 참사가 괜히 더 슬퍼졌다. ‘멀고도 먼 옛날 이야기’가 되어 조금씩 희미해지고 있어서였을까. 


  사실 매년 4월이 되면 고민한다. 벚꽃은 앞다투어 피어나고 3월의 새로움이 채 가시지 않은 4월은 그 자체로도 싱그러운 달이다. 4월 16일 다가올수록 세월호를 아이들에게 이야기 해야할지 말아야할지 고민하게 된다. 고민의 시간을 하루씩 연장하다가 몇 해는 언급조차 하지 않고 넘어갔고 또 몇 해는 주말과 겹쳐서 안도하기도 했고, 또 다른 몇 해는 이야기를 하다 울먹이기도 했다. 내 울먹거림은 아이들에게 또 다른 울먹임을 만들기도 했고 몇몇에게는 안물안궁(안 물어봤고 안 궁금해)으로 받아들여기지도 했다. 그 간극을 내가 견디기 힘들었던 건 아닐까. 


  결국 세월호를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아이들 각자의 몫이다. 이런 저런 핑계를 갖다 붙이고 있지만 내가 자신이 없었던 것이다. 마주할 이야기가 아니라 피하고 싶은 이야기로, 해야할 이야기가 아니라 불편한 이야기로 생각하고 있었던 건, 결국 나였다. 이야기하지 않는다고 해서, 그 일이 없었던 일이 되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세월 1904 - 2014>라는 그림책을 만나지 못했다면 아마 올해도 고민만 잔뜩하다 지나가 버렸을지도 모른다. 감사한 기회로 이 그림책을 읽게 되었고, 읽는 동안 힘이 생겼다. 


  계속 이야기할 수 있는 힘,  

  계속 이야기 해야 하는 힘.  




  4월 15일, 

  시 쓰기 활동을 했다. 주제는 수학여행. 

  5월에 수학여행이 예정되어 있어서 아이들은 헬륨가스를 넣은 풍선처럼 마음이 잔뜩 부풀었다. 


  수학여행을 떠나기 한 달 전부터 기대하는 마음, 

  '처음'이라는 단어에 담긴 설렘과 불안이 시 속에 가득 담겼다. 

  아이들의 작품을 모아 [어제 우리 같이 시 쓴거 기억나?]라는 PPT를 만들었다. 


  4월 16일, 

  어제 썼던 시를 함께 읽고  <세월 1904 - 2014> 그림책을 아이들에게 읽어줬다. 


  수학 여행을 떠나는 자녀에게 손을 흔들며 배웅하는 부모의 모습과, 

  세월호를 타기 위해 길게 줄 지어 선 모습이 펼쳐지자 여기저기서 '아...' 라는 소리가 새어 나왔다. 


  <세월 1904 - 2014>의 주인공은 세월호이다. 

  세월호의 시점에서 지난날을 전하고 그 날을 기록한 이야기이다. 수많은 과거가 쌓여 지금의 내가 되어있듯이 세월호 또한 덮어버리고 지나가버릴 이야기가 아니라 계속해서 마주하고 기억해야할 이야기이다. 

  적어도 나에게는,  

  이야기하지 않는다고 없었던 일이 되는 건 아니니까.  




#세월1904-2014

#세월호

#교실이야기

#좋아해서남기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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