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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좋아해 May 26. 2024

오늘은 5월 18일, 평화란 어떤 걸까,

20240520. 6학년

   지난 5월 18일 광주에 방문했다. 민주화 운동이 있었던 금남로 거리는 교통을 통제했고 노동자 대회 준비가 한창이었다. 옛 전남도청 앞 광장에는 시계탑이 하나 자리를 잡고 있었는데 1980년 5월의 광주를 함께한 시계탑이었다. 독일에서 [시계탑은 알고 있다]라는 제목의 광주 민주화 운동을 다룬 기사가 발간되자, 신군부 세력은 이 시계탑을 한밤중에 다른 곳으로 옮겨버린다. 2015년 1월이 되어서야 다시 제자리를 찾은 시계탑은 광주 민주화운동의 상징이 되어 옛 전남도청 앞 광장을 지키고 있다. 그리고 매일 오후 5시 18분이 되면 '님을 위한 행진곡'이 울려 퍼진다.


  군부독재 정권이 광주민주화 운동을 은폐하고 조작하며 사실을 왜곡했지만, 진실은 덮을 수 없었다.



  245개의 탄흔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전일빌딩 245'에서는 [5월 18일 일요일. 맑음]이라는 기획전이 열리고 있었다. 서진선 작가의 <오늘은 5월 18일> 그림책과 유네스코 세계 기록 유산으로 등재된 시민들의 '오월 일기'가 함께 전시되어 그 당시의 불안과 공포, 덮어지지 않는 진실들을 되돌아볼 수 있었다.


  창문을 전부 가리고 날아오는 총알을 피하기 위해 벽에 붙어 잠을 자야 했던 그 당시 상황을 재연해 놓았다.



 [놀기만 하는 것도 이제 싫증이 난다. 학교에 가고 싶은 생각이 간절하다. 친구들도 빨리 보고 싶다.]

- 김현경 일기 중에서




  5월 20일 월요일, 도덕 시간에는  <평화란 어떤 걸까?>라는 그림책을 함께 읽고, 각자가 생각하는 평화를 그려보는 활동을 했다.   


  평화는 마음껏 덕질하는 것

  평화란 자유를 누리는 것

  평화란 주위에 사람이 있는 것

  나의 취미와 일상생활을 즐기는 것

  내 맘대로 축구팀을 좋아하는 것



  평화란 수학 시험을 망쳐도 엄마가 잔소리 안 하는 것 (ㅋㅋㅋ)

  평화란! 좋아하는 노래를 듣는 것

  자동차 사고가 나지 않는 것 (수학여행 갈 때 사고 나지 말자.라고 적은 아이의 문구가 인상적이다.)

  평화란 친구들과 노는 것

  평화란 엄마에게 꾸중을 듣지 않는 것

  평화란 인생이 순탄한 것



  아이들이 생각하는 평화는 일상에서 이미 누리고 있는 작고 소소한 행복이었다. 1980년 5월, 일상의 평화가 깨져버린 광주를 이야기하며 민주주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6학년 1학기 사회 시간에는 현대사를 배운다.  6학년 사회의 주요 목적은 민주주의를 어떻게 실현하고 지켜왔는지를 이해하는 것이다. 우리나라 초대 대통령인 이승만부터 현재까지 함께 건너오는 동안 아이들이 무엇보다 주목했던 건 누군가의 죽음이었다.


  부마 항쟁부터 4.19 혁명, 5.18 광주 민주화 운동, 서울의 봄, 6월 민주항쟁까지 이어지는 동안 아이들은 수많은 죽음을 만나야 했다. 눈에 수류탄이 박힌 채 바다에서 발견된 김주열 열사의 모습에 마음 아파했고, 전일 빌딩에 남겨진 245개의 총탄 자국과 그 당시 고립되었던 광주의 상황을 이해하기 힘들어했다. 탁 치니 억하고 죽어버렸다고  언론에 발표된 박종철 열사의 이야기에 분노했으며, 초점을 잃고 스러져가는 이한열 열사를 보며 함께 슬퍼했다.


  나라의 주인 된 권리는 국민에게서 나오고(국민주권) 국민은 나라를 스스로 다스린다.(국민자치)


  '민주주의'의 뜻과 원리를 배우면서 아이들은 혼란스러워했다.

  "선생님, 나라를 다스리는 건 대통령이나 국회의원들 아니에요?"

  "국민인 우리가 직접 다스리는 게 민주주의야. 그런데 이 많은 사람들이 한꺼번에 모여 회의를 할 수 없잖아. 그래서 우리를 대표하는 국회의원과 나라를 대표하는 대통령을 선거로 뽑는 거야. 결국 나라를 다스리는 건 국회의원들이 아니라 우리인 거야."

  우리가 나라를 다스린다는 사실이 너무 멀게 느껴졌을까. 아이들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1980년 5월, 광주에서 있었던 일을 이야기하며 일상의 평화가 어떻게 깨어졌고, 시민들이 어떻게 민주주의를 실현했는지를 함께 나누었다. 누군가는 거리로 나갔고 누군가는 주먹밥을 만들어 그들에게 내밀었으며, 누군가는 용기를 냈고 누군가는 두려움을 기록했다. 누군가는 다른 나라에 이 사실을 알렸고 누군가는 언론에 제보했으며 누군가는 태극기를, 누군가는 총을 집어 들었다. 그 한 명 한 명이 모여 민주주의가 실현되었고 누군가는 잊지 말아 달라며 지금까지도 목소리를 내고 있다.  거기에 있던 누군가는 평범한 일상의 평화를 누리던 학생이었고 부모였고 청년이었으며 그저 한 사람의 시민이었다.



  각자의 평화가 존중받고 공존하는 것이 민주주의 아닐까,

  아이들이 만든 평화 그림책을 정리하는데, 표지마저 고심하여 만든 흔적이 보여 피식, 웃었다.

  월요일에 만나면 밥은 먹었어?라고 안부를 물으며 한 주를 시작해야지.



#평화란어떤걸까

#오늘은5월18일

#518광주민주화운동

#시계탑은알고있다

#민주주의

#우리가만든평화

#좋아해서남기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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