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학교의 5월 셋째주는 '책 사랑 주간'이다. 아이들과 함께 무엇을 해볼까, 고민하다가 '도서관과 친해지기' 프로젝트를 기획했다. 알면 사랑하게 된다는 말도 있듯이 도서관에 대해 알아보는 시간을 갖기로 했다.
'무엇을' 알려줄까, '어떻게' 알려줄까, '왜' 알려줘야 하나? 를 되돌려 묻다가 어릴 적 기억이 떠올랐다. 중학생 때였을까? 봉사활동 점수를 채우기 위해 시립도서관에 방문했다. 도서관 문을 밀고 들어가자, 굳은 표정으로 대출과 반납을 반복하시던 사서 선생님이 계셨다. 그분은 고개를 들어 우리를 보더니 살짝 반가운 기색을 보이셨다. 책을 내려놓고 다가오시더니 십진분류법에 대해 간단히 설명해 주셨다.
"여러분이 할 일은 책 수레에 반납된 책들을 제자리에 꽂고, 잘못 꽂힌 책이 있으면 올바른 자리를 찾아 다시 정리하는 거예요."
사서 선생님께서는 빠르게 설명을 마친 뒤 자리로 돌아가셨다. 책들은 금세 수레에 모였고 우리들은 꿀벌처럼 책장 사이를 누비며 책을 꽂았다. 사서 선생님께서는 우리 덕분에 일에 집중할 수 있었다며 고맙다고 하셨다. 선생님을 돕게 되어 기쁘기도 했고, 도서관 어디에서든 통하는 지도를 획득한 것 같아 재밌기도 했다.
우리 반 아이들에게도 십진분류법을 가르쳐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번 배우면 평생 써먹을 수 있는 데다가, 무엇보다 내가 읽고 싶은 책을 스스로 찾을 수 있는 아주 간편한 방법이다.
PPT를 활용해 00~900까지 분류 번호를 배웠다. 책 제목을 읽고 어떤 분류기준으로 나누었을지 유추해 보는 활동을 했다. (PPT 자료는 참쌤스쿨 템플릿과 인디스쿨의 '우유안먹는사람누구니' '땡땡이' 선생님의 자료를 활용했습니다.)
우리 학교 도서관 사진을 보여주며 분류 순서에 따른 책꽂이 방향을 함께 알아보았다.
이제 미션활동!
모둠별로 분류표를 보고 책을 찾아 제목을 적는 활동이다. 한 곳에 너무 몰리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모둠 안에서 역할을 나누어 찾도록 안내했다.
책 제목의 앞글자만 따오면 '육.학.연(년).이.반. 좋아해'라는 메시지가 만들어진다.
마지막 책인 <좋아해>가 대출 중이어서 책 제목을 모두에게 알려주려고 하는 순간, 준희가 손을 번쩍 들더니 말했다.
"선생님, '813.8 노 54ㅈ'에서 ㅈ이 책의 첫 글자잖아요. 그리고 칸이 세 칸 남았으니까 '좋아해'인가요?"
아이들은 준희의 말에 반응하여 ㅈ으로 시작하는 세 글자 책 제목을 유추하기 시작했다. (아이들은 정말 똑똑하다! 무릎을 탁 치는 순간들이 자주 찾아온다.)
"'장하다' 아니야? 육 학년 이반 장하다!"
"설마 '장난해'는 아니겠지?"
"'즐거워!'는 어때?"
"육 학년 이반 '잘해라', 우리 반 잘하라고!"
"선생님 이름 세 글자 아닐까?"
"야, 우리 선생님 이름으로 책 제목이 있는 게 말이 되냐?"
"선생님이 유명해서 책으로 나왔을 수도 있지."
"야, 우리 선생님은 우리 학교에서'만!' 유명해. 너 육학년 되기 전에 우리 선생님 알고 있었어?"
"아니, 몰랐어. 그럼 안 유명하네."
"... 얘들아? 내 이름 아니니까, 다른 거 생각해 봐."
여기저기서 기발하면서도 귀여운 대화들이 오고 갔고 정답은 공개되었다.
"정답은 '육.학.년.이.반. 좋아해'야. 준희의 추리 덕분에 우리 모두 재밌게 활동할 수 있었어."
마무리 활동으로는 읽고 싶은 책을 가져와 읽은 뒤, 책갈피를 만들었다.
나는 우리 반에서 온 책 읽기 중인 황지영 작가의 <짝짝이 양말>의 문구로 책갈피를 만들었다.
일회성 이벤트가 아니라 진짜로 사용할 책갈피를 만들고 싶었기 때문에 완성도를 강조했다. 종이 두께가 조금 있는 머메이드지를 선택하였고 글귀도 최대한 정성 들여 볼펜으로 쓰도록 안내했다. 압화 스티커를 이용하니 순식간에 화사해져서 간편하면서도 예쁜 책갈피가 뚝딱 완성되었다. 오염을 방지하기 위해 비닐커버를 씌우고 펀치로 구멍을 뚫어 색끈을 달았다. (우리 반 회장님 부회장님이 도와주었음. 고맙습니다.)
준희는 엄마에게 선물한다며 뚝딱 한 개를 더 만들었다. 귀여운 자식.
* 학생의 이름은 가명입니다.
#십진분류법
#도서관수업
#책갈피만들기
#짝짝이양말
#좋아해서남기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