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은,
놀랍게도 어릴 때는 먹는 게 귀찮았다. 맨날 똑같은 밥과 냉장고에서 꺼낸 멸치, 콩자반, 장아찌를 먹다 보면 모래를 씹는 느낌이었달까. 맛도 없는 걸 시간 들여서 왜 먹어야 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멸치, 콩자반, 장아찌야 맛없다고 해서 미안ㅠㅠ 그런데 여전히 너흰 좀 별로야. ^^;;) 정확히는 음식의 맛을 즐기지 못했다고 하는 게 맞겠다.
부모님은 내가 어릴 적부터 맞벌이를 하셨다. 가게를 보는 와중에 잠시 들러 후다닥 밥을 차리는 건 매우 힘든 일이었을 거다. 고기반찬을 하기에는 생활비도 빠듯했을 것이고... 그런 점에서 멸치, 콩자반, 장아찌는 오래 보관할 수 있고 짠맛에 밥도 잘 들어가는 든든한 지원군이었다. 엄마는 그 와중에도 우리에게 건강한 음식을 먹이겠다고 과자 대신 프라이팬에 빵을 만들어주시곤 했다. 그럴 때면 온 집안에 달콤한 빵 냄새가 풍겼고, 빨리 먹고 싶은 마음에 몸이 달아서 자주 엄마 옆을 기웃기웃거렸다.
결혼을 하고 남편은 내게 말했다.
“나는 밥이 사랑이라고 생각해. 그래서 나는 밥을 때우듯 먹고 싶지 않아.”
밥이 사랑이라니, 도대체 무슨 말인가. 밥은 그냥 밥인 것이고 한 끼 식사일 뿐이지, 어떻게 사랑이 된단 말인가. 때우듯 먹는다니, 지금 내가 한 밥이 때워 먹는 대충 차린 밥상이란 말인가. 밥 아저씨처럼 ‘참 쉽죠?’ 하면 밥이 턱 하니 차려진단 말인가!라고 생각하며 이를 바득바득 갈았다. 때운 요리라는 소리를 듣고 싶지 않아서 레시피를 찾기도 하고 실험정신을 발휘하기도 하며 우당탕탕 요리를 시작했다.
- 김치찌개가 너무 시다면 설탕을 조금 넣어보세요.
달큼한 설탕찌개가 완성됐다.
- 계량을 하지 않고 라면을 끓였다.
물이 한가득 한강라면이 완성됐다.
- 팬을 예열하지 않고 달걀을 풀었다.
볶음밥이었지만 달걀죽이 완성됐다.
수많은 시행착오를 가족들이 착실히 먹어준 덕분에 (시판 양념과 밀키트의 도움 덕분에) 내 요리는 꽤 먹어주기 괜찮은 음식으로 거듭났다.
오늘 아이들은 연신 내 옆을 기웃기웃거렸다.
“엄마 오늘 메뉴는 뭐예요? 뭐길래 이렇게 맛있는 냄새가 나요? “
“오늘은 오므라이스야. 그런데 계란을 예쁘게 올리는 게 생각보다 어렵네.”
사실 아이들이 메뉴를 묻는 건 진짜 궁금해서라기보다, 빨리 먹고 싶은 마음에 들떠서 들락거리는 것이다. 아이에게 간 좀 봐달라며 한 입 후후 불어 건넨다.
“어때? 맛있어?”
“우와 진짜 맛있어요! 빨리 먹고 싶다. “
아이 입에 음식이 쏙쏙 들어가는 모습이 너무 예쁘다. 오물오물 거리는 입에 건강한 제철 음식을 요리해서 넣어주고 싶다. 겨울인 지금은 오동통한 굴을 넣은 굴전, 겨울무를 채 썰어 지진 무 전, 맛있게 양념장을 올린 꼬막 무침, 봄이 오면 냉잇국, 콩나물 밥에 달래장, 어린 쑥을 넣어 바삭하게 부친 쑥 전을 해주어야지.
맛있는 음식은 사랑, 맞네.
+ 퐁글퐁글 소스가 맛있는 오므라이스 만들기
1. 야채를 많이 먹일 수 있는 기회! 대파, 양파, 당근 햄을 적당한 크기로 썰어준다.
2. 야채가 어느 정도 익으면 밥을 넣고 볶아준다. (너무 뜨거운 밥을 넣고 휘저으면 으깨지니까 조심!)
3. 돈까스 소스 5큰술 + 토마토 케찹 2큰술 + 올리고당 1큰술 + 물 8큰술 + 버터 1큰술 (1인분 기준) 넣고 소스를 보글보글 끓여준다.
4. 달걀 2알에 맛술 1큰술을 넣고 촵촵촵 풀어준 뒤 불을 가장 약하게 줄여 지단을 만들어 준다. (회오리 모양을 내보고 싶었으나 실패! 달걀이 근육 자랑하는 것처럼 만들어진 저건 내 거!)
5. 접시에 예쁘게 담아 소스를 둘러 낸다.
#좋아해서남기는
#요리일기
#오므라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