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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M씽크 3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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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성민 Jul 14. 2020

지코가 왜 뉴스에 나와?

뉴스투데이, 만나기 좋은 친구가 되어줘!

매일 평일 아침 6시 30분, 거실에서 눈을 비비적거리며 MBC 뉴스투데이를 켠다. 아침형 인간이라거나 부지런한 사람이 되기 위해서라거나 이러한 내적 요인에 의해서 일찍 일어난 건 아니다. 아침 8시에는 출근을 위해 집에서 나와야 하고, 아침밥은 여유 있게 먹어야 하고, 씻고 옷 갈아입는 행동을 서둘러서 하기가 싫기 때문이다. 그렇다. 나는 늦장 부리기 위해 아침 6시에 일어난다. 내가 거실 소파에서 일어나기 싫어 뒹굴 거리는 동안, 씻고 옷 갈아입는 동안, 밥을 먹는 동안 양윤경, 김상호 앵커는 세상 돌아가는 소식을 소개한다. 미안하지만 집중해서 들은 내용이 많지는 않다. 그렇지만 왠지 세상 돌아가는 걸 잘 읽은 느낌이다.

7월 1일 자 뉴스투데이에 MBC 일일 기상캐스터로 나온 가수 지코

엥, 근데 오늘(7월 1일) 뉴스에는 지코가 나왔다. 뭔가 엄청난 걸 나만 본 느낌이다. 출근하는 길에 동네 친구들에게, 출근해서 알바 친구에게 자랑을 한다. 내가 남들보다 아침 뉴스를 본다는 게 이렇게 자랑스러웠던 날이 있었나 싶다. 생각해보면 참 웃긴다. 지코를 실제로 본 것도 아니고 TV에서 본 것인데 왜 혼자 이리 들떴을까? 오늘은 ‘지코가 뉴스투데이에 나왔다는 작은 사건’을 중심으로 앞으로 아침 뉴스가 나아갔으면 하는 개인적인 바람을 적어보고자 한다.




“이 장면 어디서 봤더라?”라는 생각이 들지 않아야 한다.


지코가 기상예보를 한 내용(서울 26도, 구름 낀 오후 일 것이다 등)은 어제저녁에 뉴스를 본 사람에게는 새로운 이야기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오늘 ‘지코’가 기상캐스터를 한 것은 어제저녁에 뉴스를 본 사람에게도 새로운 정보가 되었다. 해당 지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뉴스는 이름 자체(News)에서 연상되듯 생명이 ‘새로움’에 있다. 지코가 기상캐스터를 진행한 것은 아침 뉴스에서 ‘지코가 뉴스에 나왔다’라는 새로운 이야깃거리를 알린 것이기도 하다.

7월 1일 자 뉴스투데이에서 공손히 날씨를 알려주는 가수 지코

지코나 유명 셀럽의 등장만이 호응을 가져오는 게 아니다. 이전에 ‘손석희의 시선집중’이 주요 이슈가 되는 사람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아침부터 새로운 소식을 만들어낸 것이 기억해보자. MBC 뉴스투데이가 ‘어제의 저녁 뉴스’ 재방송을 보는듯한 인상을 주 지 않았으면 한다. 오늘의 아침 뉴스가 새롭기 위해서 다양한 방법을 사용해보는 건 어떨까? 새로운 뉴스의 중심이 된 인물들의 인터뷰 혹은 짧은 토론을 진행한다거나, 주요 소식을 보다 더 심화되거나 새로운 관점으로 전하거나, 혹은 이번처럼 앵커나 기상캐스터 등에 다양한 변화를 준다거나 등등. 내가 어제저녁 뉴스를 본 사람보다 더 새로운 소식을 잘 알고 있기를 희망해본다.


Fun하고 Cool하고 Sexy한 뉴스가 되어야 한다.


지코가 기상캐스터와 함께 ‘아무 노래’를 직접 춤을 추며 기상 소개에서 재미난 오프닝을 꾸몄다. 기존에 보기 쉬운 관경은 아니었다. 그러나 어색하지 않았다. 어쩌면 대중들은 뉴스의 기존 경직된 진행에 식상함을 느꼈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요즈음 많은 방송에서 장르의 구분이 무의미해졌다. 예능이 시사이슈를 다루기도 하고, 다큐가 예능처럼 재미를 추구하기도 한다. 그런 흐름에도 가장 많이 경직되어 있던 곳은 ‘보도국’이 아니었나 싶다. 사실 그러기에 조금의 변화만 주어도 가장 임팩트가 크게 다가오는 것 역시 뉴스이다. 그런 의미에서 지코의 신곡을 뉴스에서 홍보하는 장면은 꽤나 쇼킹했다. 스브스뉴스, 14F와 같이 뉴미디어 상에서 뉴스는 보다 대중에게 친근감 있게 다가가려는 노력을 했다. 그리고 꽤나 성공적으로 대중에게 받아들여졌다. 하지만 정작 레거시 미디어인 지상파에서는 이런 노력은 보기 힘들다. 이제는 지상파에서도 어렵겠지만 가볍지 않되 더 대중친화적인 뉴스를 낼 때가 된 건 아닐까?

7월 1일 자 뉴스투데이에서 인터뷰를 진행 중인 양윤경 앵커와 가수 지코

이러한 대중 친화적인 뉴스를 시도해보기에 양윤경 기자는 앵커로서 자격이 충분한 것 같다. 물론 아직 6월 29일부터 뉴스투데이를 맡았기에 앵커로서 양윤경 기자가 그 능력을 완벽히 발휘하고 있다고 보기는 힘들다. 그럼에도 지코와의 인터뷰는 양윤경 앵커의 뉴스투데이를 기대하게 만들어주었다. 인사부터 자신의 떨림을 고백하고 지코도 떨린다고 말하자 ‘같이 떨면서 진행하자’고 너스레를 떠는 모습, 지코가 가사를 짜낸다고 표현하자 기자로서 자신이 기사를 짜내는 순간이 있다고 고백하는 모습 등. 공감을 하면서도 짧은 시간의 인터뷰임에도 다룰 이야기들을 모두 진행하는 모습은 충분히 Fun하고 Cool했다. 앵커가 그저 뉴스를 진행하는 정도로만 남지 않고 그들의 매력을 더 보여줄 수 있는 자리를 더욱 만들어준다면 다른 뉴스보다 Sexy해진 ‘뉴스투데이’를 선택할 이유가 생길 것이다.




하루를 시작할 때, 내가 굳이 아침 뉴스를 보는 이유는 무엇이냐 묻는다면 출근을 해서 다양한 이야기를 주변 사람들과 나누고 싶어서이다. 그저 귀가 심심해서 틀어놓은 게 아니다. 니즈가 있다. 부담을 갖고 MBC 뉴스투데이가 더 시간과 노력을 더해서 위의 바람들을 들어준다면 내 삶이, 우리 시청자들의 삶이 풍부해질 것이라 생각한다.       


“만나면 좋은 친구, 뉴스투데이! 내일 아침에 또 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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