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시리즈 <킹덤> 시즌 2 Review
* 이 리뷰는 이벤트 응모를 위해 2020년 3월에 작성되었고, 2022년 8월에 브런치에 옮겨 적었습니다.
세자 이창은 적통의 피가 아닌 서자이기 때문에 세자의 자리를 끊임없이 위협받는다.
세도가 조학주는 딸을 통해 자신의 해원 조씨와 조선왕조와의 정통한 피의 후계자를 내세우려 하고,
그 딸인 중전은 쉽지 않은 세자 임신을 위해 수많은 희생양들의 피를 원한다.
영신은 가족의 복수와 굶주림으로 벌어진 사태에 대한 책임감 때문에 피 흘리는 싸움에 달려들며,
죽은 자들은 말 그대로 원초적인 욕망으로 피 그 자체를 원한다.
새로운 왕은 모두가 감추는 자신의 피에 대한 궁금증을 밝히고 싶어 한다.
......... 그렇게 피를 향한 욕망의 소용돌이는 온 조선을 휩쓸게 된다.
모든 인간에게는 욕망이 있고, 크고 작은 욕망은 삶의 원동력으로서 작용한다. 긍정적인 욕망은 긍정적인 결과를 낳고, 부정적인 욕망은 부정적인 결과를 낳는다. 욕망은 인과- 즉 원인과 결과, 그리고 그 과정 내에서도 작용한다. 작용되는 과정과 결과는 다시 다른 누군가의 목적이자 동기부여로써 전염되기도 한다.
킹덤 시즌 1이 이야기를 소개하고 이색적인 좀비 사극의 정체성을 두었다면, 시즌 2는 본격적으로 이 '피', 그리고 '욕망' 그리고 '왕국'을 둘러싼 '욕망'의 정치물에 그 방점을 찍는다.
원래 시즌 1편으로 제작되려고 했다가 제작비를 초과했다는 이유(?)로 두 개의 시즌이나 꽤 오랜 텀으로 제작된 시리즈는 넷플릭스 오리지널에 꽤 있다. 힙합의 태동을 다룬 픽션 '겟 다운(2016)', 사후세계 미스터리를 담은 'OA' 등이 바로 그렇다. 그러다 보니 시즌 간의 완결의 느낌보다는 하나의 시즌(이야기)이 나뉘어있다는 느낌을 받게 되는데, 그들의 시즌 2는 시즌 1에서의 해소되지 않은 의혹들이나 의심 가는 인물들의 갈등이 해소되고 이야기의 농도가 깊어지며 주제의식이 강하게 드러나는 편이다. 정말 제작비의 문제인지는 알 수 없으나, 시즌이 2가지로 나뉜 '킹덤' 역시 시즌 1이 그랬고 시즌 2 역시 그렇다. 시종일관 시즌2는 '달린다'라는 표현이 부족할 정도로 인물들과 이야기가 달리며, 주제와 다수의 등장인물들이 그렇듯 속도감 있는 전개와 충격적인 에피소드로 가득 찬다. 해소되지 않는 의혹도 분명 있으며, 그 때문에 시즌 3을 암시하는 새로운 인물들과 소재도 있다. 장르 마니아부터 그렇지 않은 사람을 어느 정도 만족시켜줄 수 있는 훌륭한 효과들, 그리고 엄청난 화질의 촬영분과 고증은 그것에 익숙한 사람과 아닌 이들의 눈을 즐겁게 하기도 한다. 킹덤 세계 내에서의 등장인물과 그 밖에서의 배우와 제작진들이 대단한 걸 만들겠다 라는 욕망을 가진 것처럼 느껴지기까지 한다.
이렇게 욕망으로 점철된 이야기에서 유일하게 그 욕망을 거부하려 노력하는 이가 있는데 바로 의녀 '서비'. 시즌 1에서 영신과의 다툼 중에 "어떻게 사람이 사람을 먹어" 같은 대사를 내뱉은 그녀는, 시즌 2에서 시체가 아닌 감염자들을 위해 치료법을 찾는 모습, 중전을 진단하는 희생적 태도, 마지막의 아기가 왕족이 아님에도 지키기 위해 분투한다. 대단한 사명감이나 자기애적인 욕망의 발현이 아니기에, ' 내 왕국이 아니기에' 결국 왕국 자체를 부숴버리려는 중전의 대척점에 서 있다.
시즌 1,2 내내 '조학주'는 장차 대를 이어 조선의 왕이 될 아이에게 자신의 핏줄이 섞이게 하려는 욕망에 가득차 있었다. 그런 욕망을 대신 이뤄줄 기능으로서만 살아왔던 '중전'은, 아비의 일그러진 기대 속에서 자신의 생존을 위해 비틀린 욕망을 가지게 된다. '서비'는 오히려 욕망을 거부한다. 정확히는 특별한 욕망으로 동기를 가지는 인물이 아니다. 특이하게도 모든 등장인물이 각자의 욕망으로 방황하는 가운데, 유일하게 욕망이 없이 해결책을 찾고 '왕국을 지키려는 사람들' 중 하나가 된다. 중전은 욕망 때문에 결국 인간이자 여성으로서의 정체성마저 부수고 스스로 파멸하게 되는데, '서비'는 현상을 분석하고 근거를 찾아, 재난같은 상황을 힌트를 제시하고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행동할 뿐이다. 작품 내내 사적인 욕망이 없는 '서비'는 기능적인 조연으로 대체할 수 있었다. 왜 그녀는 주요 등장인물인 걸까? 그녀가 주요 등장인물이 되어야만 하는 극적 당위성은 아이러니하게도 방영된 당시의 시대가 대변한다. 2년 간의 코로나 시국이 바로 그것이다.
의도치 않게, 코로나19 바이러스로 고통받는 시대에 시즌2는 2019년에 제작되고 2020년 방영되었다. 그야말로 코로나 시국의 한 중간에 치사율 높은 전염병에 대한 소재와 주제의 한국 작품은 본 작이 최초였다. '서비'는 '의녀'이지만, 사명감과 희생정신이 넘치는 전 세계의 의료진들을 투영하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다. 코로나19의 약 3년간엔 세계에는 다양한 주장이 있었다. 어떤 이는 이 모든 것이 허황된 것이라고 말했고, 혹은 음모라고 말했으며, 혹은 예언된 일이라고도 했다. 또한 우리는 경제-정치적 이득을 위해 이 시국을 이용하는 사람들을 봤다. 마스크를 판매하기 위해 사재기를 하고 가격 상승을 기다리는 업자들이었다. 구호물품과 마스크를 나누기 위해 도시와 도시의 협력, 국가와 국가 간의 협력과 민간단체 간의 기부도 봤다. 경제적 약소국가의 학생들이 평소 지원받던 나라가 마스크 부족으로 위기에 처하자, 남는 천을 꿰매 마스크를 만들어 보낸 일들이다. 찌그러진 욕망이 만든 비열함과 자연스럽게 웃게 되는 당연함을 동시에 목도했다. 마치 '중전'과 '서비'와 같다. '서비'라는 인물은 이렇듯 현실에서 현상으로서 확인할 수 있는 '옳은 행동을 하는 당연함'에 대한 은유인 것이다. 판타지나 교과서의 규범 따위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극 중 '서비'의 행동을 통해 분명하게 주지 시킨다. 옳은 행동을 하는 사람들의 공감하는 기회나, 그들의 행동이 답답하다고 생각하는 이들에게는 생각해보게 할 만한 기회를 줄 수 있을 것이다. 작품은 현실을 비추는 거울이고, 우리는 때때로 작품을 통해 우리 자신이 얼마나 나쁜지, 혹은 얼마나 순수한지를 확인한다. 그렇기 때문에 '서비'는 욕망으로 첨철된 인물들 사이에 존재해야만 했다.
칭찬으로 길게 써 내려간 이 시리즈에는 분명한 단점도 존재한다. 일견 논리의 오류로 보이는 설정 상의 문제들과 너무 쉽게 건너뛰어버린 스토리텔링이 그것이다. 온도와 물에서 취약했던 생사초의 벌레들은 왜 죽지 않고 끓여버린 좀비의 시체탕에서 살아나고 전염의 돌연변이를 가진 채 더 활발해졌는지. 동래 그리고 상주의 상황은 어떻게 되었는지. 봄이 오기까지 시간상 약 두어 달의 기간 동안 한양 이남의 조선은 어떻게 버틸 수 있었는지. 이야기의 많은 부분이 불친절하게 생략되었고 해소되지 않은 의혹도 많다. 그러나 <킹덤 시즌2>는 이제 시작된 넷플릭스 시즌제 드라마는 한국 드라마 시리즈의 질과 양, 제작과 관람방식 등 모든 방향에서 크게 확장시킬 기회를 충분히 열었다고 생각한다. 곧 준비될 시즌3을 기대해봄직 하다.
그리고 어떠한 욕망이든, 그 세계든, 우리의 현실이 어떻게 변화해갈 지 알 수 없지만, 서비의 담담한 그 말투처럼 욕망을 거스르는 옳은 것에 대한 가치가 존중받기를, 또 대사 그 말 그대로 이루어지기를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