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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지현 Oct 17. 2021

또 다시 지원근무

마른 수건도 짜면 나온다는 "혁신TF팀" 근무


여름 성수기가 지나면 검문소 지원근무가 종료되고 다시 원 근무부서인 함정으로 돌아가게 되어있었다. 

그런데 어찌 된 영문인지 지원근무가 끝나갈 무렵 또 지원근무 발령이 났다. 

정식 직제에도 없는 TF(task force) 발령이었다. 


노무현 대통령 시절 국가 공공기관에 대대적인 혁신 바람이 불었고 기관마다 정부업무 평가를 대응하는 이른바 ‘혁신 TF팀’이 생겨나곤 했다. 

혁신(革新, innovation)은 말 그대로 어떠한 사물, 생각 등을 새롭게 바꾸는 것을 뜻한다. 

혁신팀은 그런 일을 하는 부서였다. 


공무원만이 아니라 인간의 본성은 무언가를 바꾸는 것에 거부감을 가지고 있다. 

특히 변화의 대상이 본인 자신이라면 그 저항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기존의 하던 업무 프로세스(process)를 개선하는 것은 물론 그 일을 왜 해야 하는지, 참신하고 획기적인 방법은 없는지 생각하고 또 생각해야 했다. 그것이 정부업무평가의 핵심이었다. 

그리고 우리 청은 정부업무평가 우수 기관에 선정될 정도로 혁신업무에 적극적이었다. 

이 말은 바꿔 말하면 하지도 않았던 새로운 업무를 발굴하고 개선하느라 직원들의 스트레스와 불만이 매우 컸다는 것을 의미한다. 


내가 새롭게 발령받은 부서는 경찰서 정부업무평가 대응을 위한 전략을 수립하고 그에 따른 부서별 혁신업무성과를 평가하는 업무가 주 업무였기에 직원들의 미움을 한 몸에 받는 부서이기도 했다. 

아직 시보(경찰공무원은 시보기간이 1년이다)도 떼지 않은 신임이 근무하기에 쉬운 부서는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꽤 열심히 근무했다. 

야근과 주말근무가 거의 매일이었다. 

평가를 잘 받기 위해 쥐어짜듯 부서들을 독려했다. 

체력적으로도 힘들었지만 정신적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매일이 평가였지만 그나마 팀 분위기는 나쁘지 않아 참을 수 있었다. 또 함정근무보다는 견딜 만했던 것도 사실이다. 


그렇게 경찰서 근무에 적응해갔고 1년 반의 시간이 지났다. 

정기 인사발령 시즌이 다가왔고 나는 다시 ‘함정’에 발령을 받았다. 

이번에는 3,000톤이다. 

파출소 근무도 해봤고 경찰서 근무도 했으니 함정근무도 당연히 해야 한다. 

게다가 나는 해양경찰이지 않은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말 가기 싫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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