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문화에도 메기가 필요하다

교육의 순기능

by 안지현

아침부터 왼쪽 머리가 찌릿찌릿 아프다. 편두통이 또 찾아왔다.

원인을 알고 있다. 해야 할 일들이 있으나 하지 못했지만 계속 머리에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새벽 줌을 열었어야 했는데 못 열었고 소설 기획서 작성해야 하는데 못했고

아이는 열이 나서 내 옆에 누워있고. 다다음주 북토크 자료도 만들어야 하는데 시작도 못했고....

불편한 상태로 출근을 했고 두통약을 먹기 전에 커피를 내리기로 했다.

오늘 아침은 남편이 라떼대신 바나나를 갈아줘서 카페인이 투여되지 않은 상태였기 때문이다.

물을 데우고 커피를 담고 잔을 데우는 사이 다른 직원들이 한둘이 다가왔다.

커피를 내리니 그 향을 누가 참을쏘냐.


커피를 내리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그렇게 20분을 보냈다.

업무 얘기가 아니라 그냥 우리 얘기.

가끔 이런 시간은 건조한 직장생활에 여유를 더해준다.


예전 타기관에 강의를 나간 적이 있는데 강의 후 함께 밥을 먹었다.

그 분들은 사회복지사였고 주로 노인을 대상으로 사업을 하는 분들인데 내가 끼니 화제가 문학으로 바꿨다. 책 이야기가 나왔고 그러다 보니 자기들이 좋아하는 책과 취미를 공유했다.

기관장이 함께 한 자리였는데 깜짝 놀라셨다.

우리 직원들이 이렇게 문학적인 사람들이었나?

매일 보는 사이가 아닌 타인이 끼여들며 그들은 매일 나누는 직장얘기가 아닌 다른 이야기를 할 수 있게 된 거다. 나는 이게 교육의 순기능이라고 생각한다. 똑같은 일상에 다른 무언가를 끼워넣는 것.

그게 강사일 때도 책일 때도 다른 무엇일때도 있겠지만.

오늘 커피 한 잔처럼.

내 일상에 잠시 틈을 내어주는 일은 그래서 사소해 보이지만 매우 중요한 일이다.

이런 틈은 일부러라도 만들지 않으면 누가 주지 않으니까.

그런데 이런 잠깐의 틈이 내 숨통도 틔워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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