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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새영 Apr 27. 2020

100만 원 플렉스하고 집순이 되기 <상>

Wood & Plant 홈카페 인테리어를 시작하기까지


 요새 코로나 때문에 기분이 싱숭생숭하다.

아니, 기분뿐만이 아니라 나의 일상과 온 나라가 마비된 느낌이다.


 자유로운 바깥 생활은 물론 마스크 때문에 숨조차 제대로 쉬기가 어렵다. 지하철 역 계단을 한번 오르고 나면 마스크 안이 내 들숨 날숨으로 인해 쾌쾌해지는 것을 느낀다. 짧다면 짧은 내 30년 인생 동안 여태껏 겪어보지 못한 세상이다.


 파워 밖순이(집순이의 반대)이자 자타공인 알아주는 여행 매니아인 내가 여행은커녕 제대로 벚꽃구경 한번 못 가고 봄이 다 지나갔다. '따뜻해지면 만나자'는 약속을 가지고 기다려왔던 고교시절 친구들과의 동창회는 무기한 연기되고, 심지어는 다니던 헬스장마저 철문을 닫은 지 두 달이 다 되어간다.


 그렇게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집~회사~집 동선만 왔다 갔다 한 게 어연 세 달. 이렇게 살다가는 코로나고 뭐고 우울해서 먼저 콱 죽어버릴 것만 같았다.


 -여기까지는 배경 설명이고, 그래서 결국에 난 여행 자금으로 모아뒀던 돈을 어디든지 간에 써버리기로 마음먹었다.


 누군가 그랬다. 여행이 즐거운 이유가 여행 일주일 동안 몇 백 만원쓰기 때문인데, 한국에서도 그만큼씩 쓰면 당연히 즐거울 거라고.


 그래서 내가 한번 시험해 보기로 했다. FLEX.


FLEX : 1020세대에게 '돈을 쓰며 과시하다', '지르다' 등의 의미로 사용되는 용어. 아르바이트를 하거나 용돈을 모아 명품을 사고, SNS를 통해 플렉스 하는 게 트렌드. (출처 : 한경닷컴 사전)






 여행 취소 때문에 갑자기 생긴 보너스 같은 돈을 어디에 쓰면 좋을까 하는 고민은 애초에 하질 않았다. 왜냐하면 여윳돈이 생기면 꼭 하고 싶은 게 있었기 때문인데- 바로 ' 인테리어'.



 어느덧 꽤나 오래 전이 되어버린 2014년- 지방에서 상경한 나는 처음 해보는 내 집 꾸미기에 몹시 들떠 있었다. 어떤 예쁜 가구를 사면 좋을지 하루 종일 인터넷을 서칭하고, 고민하고, 결제하며 집 꾸미는데 많은 시간을 투자하곤 했다.


 당시에는 모던한 분위기의 가구 및 러그와 부분적인 포인트 컬러 및 패턴 사용으대표되는 북유럽 스타일의 인테리어가 유행했었는데,  또한 그에 발맞춰 첫 집의 가구들을 사고 꾸몄다.



<연신내 분리형 원룸> 유행하던 북유럽 인테리어 모티브
아기자기한 소품들로 포인트를 주려 했다


 집에 놓인 가구 모두 하나부터 열까지 전부  스스로 발품을 팔아서 구매한 것이기에 애정이 참 많이 갔다. 


 특히  사진의 1인용 주황색 소파는 '코니'라는 이름을 붙여줄 정도로 매우 아꼈는데, 화이트와 그레이 무드의 다소 심심한 방 안에 화사한 포인트가 되어주던 인테리어 가구였다. 퇴근 후, 코니에 앉아서 좋아하는 책을 읽는 저녁 무렵하루 중 가장 소중한 시간이기도 했다.



좋아했던 클림트 그림들과 우드&화이트 가구들


 하지만 처음 꾸며보는  집(내 방)이라 그랬는지, 지금 생각해보면 너무나도 비효율이 많았다. 꼭 있어야 할 것들은 없고, 굳이 필요하지 않은 것들이 가득했다. 기억을 더듬어 스트를 나열해보자면 다음과 같다.


 당시 우리 집에 없던 것

 - TV (자취를 시작하며 아날로그적 삶을 꿈꿨으나 그러기엔 TV 보는걸 너무 좋아함)
 - 커튼 (햇빛 기분 좋게 일어나드라마 같은 상황을 생각했으나, 현실은 이른 기상에 짜증남)

 - 음식물 종량제 봉투 (2년간 예외 없이 매 끼니를 사 먹음. 고로 음식물 쓰레기 배출 zero)


당시 우리 집의 예.쓰.(예쁜 쓰레기)

 - 사자마자 고장 났던 하늘이 그려진 액자 시계 (교환 반품이 귀찮아서 그냥 씀 / 아래 사진)

 - 코니 (본래 소파의 용도는 한 달도 채 가지 못하고, 외출 던져두는 곳으로 전락)

 - 선인장 2종 (예뻐서 샀으나 마이너스의 손인 주인을 잘못 만나 말라서 사망)



시계로는 쓸 수 없는 예.쓰. 하늘 액자






 그리고 7년이 흘렀, 많은 것은 달라졌다.


 그동안 난 한 번의 이사를 고, 그 두 번째 집에 5년째 (현재 진행형) 정착하게 되었다.  이후로 더 이상 이사를 가지 않은 수많은 이유들은 모두 귀차니즘으로 귀결된다. 생각보다 이사라는 건 공수가 많이 들고, 돈은 더 많이 들더라.


 이사하던 그 무렵은 북유럽 인테리어는 가고 미니멀리즘이 성행하던 시점이었지만, 굳이 인테리어에 신경 쓰고 싶지 않았던 나는, 예전 집의 가구를 하나도 버리지 않고 모두 새 집으로 들고 왔다.


 새로운 집에는 예전 과는 다른 옵션(가구)들이 있거나, 혹은 없어서 불편한 점이 많았다. 가령, 식기 건조대가 없어 설거지 후 물기 묻은 그릇을 화장대 비롯 여기저기 집안에 널브러트려 둔다던지, 보일러실이 없어 안 쓰는 물건들을 넣어둘 공간이 부족해 겨울에 선풍기를 두고 지낸다던지-하는 비효율적인 것 허다했다.


 또, 집의 사이즈에 맞춘 가구가 이따금 너무 크거나 혹은 불필요하게 여겨질 때도 있었지만, 딱히 치우려는 시도는 하지 않았다.


 당시 나에게 '집'은 오로지 잠을 자기 위한 공간으로 여겨졌고, 인테리어에 대한 열정은 방전된 상태였기 때문에. 당장의 생활에 필요한 것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귀찮다는 이유로 구매를 망설일 때도 많았.



 그러나 자취생활 7년 차인 2020년- 올해 상황은 생각지도 못한 전염병으로 인해 180도 뒤바뀐다.


 코로나 때문에 웬만한 곳은 나다닐 수도 없는 지금, 어차피 집 밖을 편히 나갈 수 없으니 내가 그렇게 좋아하는 '집 밖'처럼 '집 안'을 꾸며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다시금 예전의 인테리어 열정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인테리어에 돈을 쓰기로 마음먹은 후, 제일 먼저 각종 SNS 및 포털 사이트 검색을 통해 마음에 드는 인테리어 이미지를 마구잡이로 찾아보기 시작했다. 원룸형 오피스텔이기에 '원룸 인테리어'로 주로 검색하곤 했는데, SNS에 많이 노출되는 집 꾸미기로 유명한 계정들에서 도움되는 정보나 사진들을 많이 얻을 수 있었다.


 이러한 정보들을 바탕으로 최종적으로 정하게 된 우리 집 인테리어 주제는 'Wood&Plant' 그리고 '홈카페'였다. 


깔끔한 원목가구와 포인트를 주는 식물 (출처 : 픽사베이)


 최근 라탄 등 천연소재가 인기를 끌며 이를 포인트로 활용한 우드 인테리어가 많이 각광받고 있는데, 우리 집 역시 바닥이나 붙박이 벽장 등의 가구가 전반적으로 우드 톤이라 이에 맞추되, 푸릇한 식물들을 틈틈이 배치하여  안이지만 마치 카페에 있는 듯한 느낌을 주고 싶었다.


 그리고 카페에 굳이 가지 않아도 커피도 내리고, 간단한 샌드위치 등을 해 먹을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밖을 나서지 않아도, 집에서 대부분의 것들을 해결할 수 있도록.


 우리 집을 내가 가장 사랑하는 공간으로 만드는 것이 이번 인테리어에서 이루고자 하는 단 하나의 목표였다.




100만 원 플렉스하고 집순이 되기 <하>
- Wood & Plant 인테리어 완성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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