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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새영 May 18. 2020

100만 원 플렉스하고 집순이 되기 <하>

Wood & Plant 홈카페 인테리어를 완성했다

100만 원 플렉스하고 집순이 되기 <상>
- Wood & Plant 인테리어 시작 편에 이어서



 'Wood & Plant' 그리고 '홈카페'-


 드디어 인테리어 주제 정해졌고, 이제는 실행에 옮기기만 하면 되었다. 계획한 예산은 약 100만 원 내외로, 과거 처음 집의 인테리어가 예산에 크게 관계없이 단순히 마음에 드는 상품들을 고른 것이었다면, 이번에는 예산에 맞추기 위해 가성비/가심비가 높은 상품들 중심으로 선택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


 먼저 개략적인 방 도면을 그려보고, 이후 불필요한 기존 가구들을 정리한 후 새로운 가구들을 주문하고, 마지막으로 인테리어의 완성을 위한 소소한 소품류들을 구매하는 것으로 계획을 세웠고 곧바로 실행에 착수했다.



1. 도면 그리기

 인테리어의 이해를 돕기 위한 우리 집 소개를 간략하게 하자면, 현재 우리 집은 실평수 7평의 작은 원룸이지만, 탑층(12층)이고 시야를 가리는 건물이 없어 넓은 창문으로 햇볕이 잘 들어오는 것이 장점이었다.


어떤 식으로 인테리어 할지 메모장에 끄적인 흔적


 따라서 햇볕이 많이 들어오는 부분에 식물들을 배치하여 화사한 분위기를 내고, 너저분하게 널브러져 있던 아이템들을 차곡차곡 정리해 둘 수 있는 수납장을 두고, 내 생활패턴을 반영한 TV 등의 전자제품들을 새롭게 배치하는 것으로 대략적인 방향을 정했다. 또한, '홈카페'라는 주제에 걸맞게 커피머신과 주방 가전들도 새로 구매하기로 했다.



2. 불필요한 가구 정리

 분위기를 확 전환하기 위해서는 가지고 있는 큰 가구들을 바꿔야만 가능할 것 같았다. 특히 소파의 경우에는 내부 스프링이 느껴질 정도로 앉는 곳이 주저앉아 있어 사용상에도 불편함이 있었다.  따라서 인테리어 주제에 부합하는 우드 소재 침대만 제외하고, 나머지 큰 가구들(테이블, 소파-코니, 러그) 모두 버리는 것으로 크나큰 결심을 했다.


 대형 가구 수거 전문업체에 연락을 하고, 마음이 바뀌기 전에 수거 번호를 붙여 오피스텔 밖으로 내보냈다. 처음에는 당근 마켓과 같은 중고거래로 다른 주인을 만나게 해 줄까 생각도 했지만, 여전한 필자의 귀차니즘으로 인해 그 생각은 금방 접었다.

 4년 동안 동고동락했던 가구들을 버리며 괜스레 마음이 불편했지만, 충분히 제 몫은 다했다고 생각하며 보냈다. (대략 구매가 20만 원÷4년= 1년에 5만 원, 그러면 1개월에 4천 원... '그래 그 정도 값어치는 사용했지'의 논리)




 안녕, 코니, 그리고 테이블.

(물론 새로운 가구가 오자마자 잊혀짐)


 덧붙이자면, 아무 생각 없이 무작정 버린 덕에 새 테이블이 오기 전까지 박스 위에 상을 차려두고 밥을 먹는 슬픈 일주일을 보냈다고 한다



3. 새로운 대형 가구 구매

 '사야 할 대형 가구=버린 가구들'이었다. 즉, 사야 할 것은 총 3개-테이블, 소파, 러그였다.


먼저 테이블은 취향을 반영하여  좌식 테이블 중심으로 살펴보되, 이전에 썼던 좌식 테이블이 아래쪽까지 턱이 져 있어 테이블 밑으로 다리를 넣지 못하는 점이 불편했기에 그 부분을 유의해서 서칭했다. 또한, 인테리어 주제에 맞는 우드톤으로 고르되, 테이블보를 추가 구매해 때때로 분위기를 바꿀 수 있도록 했다.


우드 테이블에 테이블보를 덮으면 또다른 느낌이다


 소파 역시 1인용 좌식 소파로 구매하되, 이전에는 포인트가 되는 비비드한 컬러 소파였다면, 이번에는 인테리어에 크게 벗어나지 않는 컬러 중심으로 선택했다. (큰 가구에 포인트 컬러를 주게 되니 추후에 분위기를 바꿀 때 걸림돌이 되더라)


 러그는 일전에 썼던 PVC 러그가 세탁이 안될뿐더러 겨울에 차갑게 느껴지는 점이 다소 불편했기에, 이번에는 세탁이 가능한 면 러그 중심으로 찾아봤다. 마침 컬러도 베이직하고, 어느 정도 디자인 포인트 요소도 들어가 있는 면 러그가 있기에 그것으로 구매- 현재까지는 100% 만족이다.


분위기있는 베이지 톤의 좌식쇼파와 러그



4. 필요한 소형가전/가구 구입

 큰 가구들을 배치하고 난 뒤, 추가적으로 구매가 필요한 제품들을 리스트업 했다. TV, 수납장, 핸드 청소기, 캔들워머, 캡슐 커피머신 등등.


정말 매일매일 새로운 택배들이 쏟아졌던 나날들


 먼저 TV의 경우 원룸이라 사이즈가 너무 큰 것도 부담되었기에 모니터 겸용으로 사용할 수 있는 사이즈의 상품들로 찾았다. 특히 본인은 POOQ, WAVE 등의 OTT(인터넷을 통해 보는 TV)매월 정기 결제해서 보곤 하는데, 별도의 유선 연결 없이 이파이만으로 해당 어플과 연결되어 볼 수 있는 스마트 TV를 발견, 곧바로 구매했다.


 화이트 베이스의 미니멀한 디자인도 딱 마음에 들어, 보자마자 일말의 고민 없이 구매한 제품이다.


화이트 TV장과 잘 어울리는 27인치 스마트 TV


 캡슐 커피머신은 최근 미니멀한 디자인과 커피 맛으로 주목받고 있는 일리(Illy)와 네스프레소 사이에서 고민하다가, 아무래도 캡슐 호환성이 높은 네스프레소가 실용적일 듯하여 후자로 구매했다.

 후기에는 커피 내릴 때의 소음 이야기가 일부 있어 걱정했으나, 실제로 사용하니 맛도 너무 좋고(타 먹는 커피와 비교가 되지 않는 월등함) 소음도 크게 신경 쓰이지 않았다. 무엇보다도 커피 내리는 시간 몇 초의 투자 만으로 카페 퀄리티의 커피를 마실 수 있다는 것이 너무나도 큰 메리트였다.


해외배송으로 2주걸려 받은 소중한 커피머신


 그 외에도 우드 수납장, 캔들워머, 먼지털이, 핸드 청소기 등 크고 작은 생활용품들을 구매했다.

 전적으로 '필요'초점을 맞춰 구매하려 했고, 충동구매를 하지 않도록 장바구니에 넣어 두고 하루 이틀 심사숙고하는 시간을 반드시 거쳤다. 유사한 상품이 있다면 좀 더 저렴하고 실용적인 상품을 구매하기 위해 오랜 시간 검색을 하며, 차근차근 인테리어를 완성해 갔다.



5. 소소한 인테리어 소품 구입

 드디어 인테리어의 마지막 과정, 소소한 인테리어 소품들 구입하기.(필자의 최.애. 과정)

꼭 필요하진 않지만, 있으면 예쁜 소품들을 구입하는 과정은 너무나도 즐거운 일이다. (=예쁜 쓰레기 생성 과정)



 생화를 구매할까 고민하다가 관리 측면을 고려하여 결국엔 조화로 구매. 구매하고 보니 나름 꽤나 살아있는 것 같아 만족스러웠다. 현관 입구 쪽에 마크라메와 행잉 플랜트도 걸어주니 더욱 분위기 있다.




보기 싫은 전선들을 정리해주는 우드 멀티탭 박스와 현관문에 붙인 감성 글귀도 꽤나 마음에 든다.






그리여 최종적으로 완성된 우리 집 인테리어.


계획만 2주, 이후 실행은 한 에 걸쳐 이뤄진 나름의  공사였다. (지금도 현재 진행 중)


아쉽게도 실제 지인을 초대해 집들이를 하기엔 너무나도 좁은 탓에(초대했다간 스탠딩 파티를 해야 함) 요즘 유행하는 거 나도 한번 해보기로 했다-모바일 집들이.




먼저 우리 집의 낮.



 한때 미니멀리스트를 꿈꿨던 적도 있었으나, 내 취향 100%가 반영된 이번 인테리어만 봐도 난 미니멀리스트는 택도 없는 것 같다. 오히려 맥시멀 리스트 쪽에 더 가까운 듯.


커피머신이 놓인 이 공간은 내가 우리 집 인테리어에서 가장 신경 쓰기도 했고, 가장 좋아하는 공간이기도 하다.



햇빛이 들어오면 우리 집에서 몇 안 되는 살아있는 식물인  행운목을 그곳에 둔다. (사진에 보이는 식물들 중 생화는 오직 행운목뿐)


보면 볼수록, 우드와 그리너리는 정말 조화롭다.



침대맡에는 나뭇가지 액자가 놓여있다. 액자 하나만 둬도 심심해 보이지 않도록, 나뭇가지가 입체로 튀어나와 있는 예쁜 액자.



TV는 내가 구입한 상품들 중 가장 많이 사용하는 것. 어떤 주말에는 최근 구입한 레트로 게임기를 연결해 게임을 하곤 한다. TV 덕에 새로운 소소한 취미가 생겼다.



 그리고, 우리 집의 .



모든 인테리어의 완성은 조명이라는 말에 전적으로 공감한다. 불을 끄고 앵두 전구를 켜 두면 낮과는 또 다른 묘한 분위기가 펼쳐진다.



침대에 누워 바라본 집안. 거울에 비치는 냉장고에는 여행에서 사 온 기념 자석들이 한가득.



저녁에는 필수적으로 캔들워머를 켜는데, 은은한 향기가 몹시 기분이 좋다. 오래 켜 둬도 거의 줄어들지가 않더라. (캔들워머는 원래 그런가?)



그리고 외식 지상주의인 내가 반강제적으로 요리에도 도전장을 내밀었다.


집에서 있는 시간이 좋다 보니, 밖에서 사 먹는 것보다 집에서 해 먹는 게 더 좋더라. 특히 주말 아침에 집에서 내려 마시는 커피는 꿀맛이다.




이번에 잘 샀다고 생각하는 것

1. TV (주위 자취인들에게 꼭 사라고 강추하고 다니는 것들 중 하나)

2. 캡슐 커피머신 (커피 마니아가 아닌 나도 커피의 세계로 빠져들게 하는 마성의 커피머신)

3. 수납용품들 (서랍장, 수납 바구니 등으로 정리 정돈하는 것만으로도 훨씬 깨끗해 보임)


추가로 더 사고 싶은 것

1. 예쁜 선풍기 (우리 집에 6년 된 선풍기는 왜 고장이 나질 않는 거니...)

2. 예쁜 접시와 커트러리 (접시까지 사기 시작하면 돈이 얼마나 나갈지 예상이 안됨)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다고 했던가       (좌)플러스마너스제로 (우)메종오브제


인테리어 이후의 삶의 변화

1. 청소를 더 열심히 하게 된다.

2. 밥을 예쁘게 차려먹고 싶어 진다.

3. 집 밖을 나가질 않는다. (주말 내내 집콕)

4. 집에 들어올 때마다 기분이 좋아진다.




 이렇게 거창하지 않은 소소한 집 꾸미기를 끝마치는 이 시점에 이야기하자면- 사실 이번 인테리어는 처음 시작할 때부터 이런저런 걱정이 많았다. 무슨 이사를 한 것도 아닌데, 굳이 오버해서 아까운 돈만 낭비하는 게 아닐까 꽤 심각하게 고민도 했다.


 하지만 코로나로 인해 삶의 양식이 완전히 달라진 현시점에 내가 오래 묶여 지내야 하는 '집'을 좀 더 즐거운 공간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절대적인 생각이 들었고, 일단 고민은 접어두고 무작정 시작했다.

 

 렇게 반신반의로 시작한 인테리어는 생각 외로 나에게 몹시 큰 즐거움이 되었다. 원래라면 일주일간의 여행에 항공권이며 숙소비며 크게 사용될 돈들을, 조금조금씩 계획하에 나누어 사용하며 소소하게 집을 꾸며나가는 과정부터가 너무나도 즐거웠다. 하나둘씩 물건을 사고, 배치하고, 집안이 변해가는 것을 보며 그렇게 집에 있는 시간들이 조금씩 좋아졌던 것 같다.



 현재 코로나로 인해 대부분의 산업에서 소비가 줄어들었으나, 온라인에서의 생활용품이나 식료품 분야의 소비는 크게 성장했다고 한다. 이는 불가피한 '집콕' 생활이 늘어나며 많은 사람들이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지표라고 생각한다.


 혹시 이 글을 보고 있는 누군가가 과거의 내가 했던 것과 같은 고민을 하고 있다면, 혹은 여행경비로 모아둔 돈을 적금으로 묶기가 너무나도 아쉽다면- 난 지금 당장 집 꾸미기 도전하기를 적극적으로 추천한다.


 큰 돈을 쓰거나, 거창하지 않아도 좋다. 나에게 맞는 예산을 정하고, 그에 맞는 가성비 좋은 상품들을 구매하며 당신의 집을 꾸며 보는 것을 추천한다. 인테리어를 바꾸는 것은 내 삶의 가장 큰 부분 중 하나를 변화시키는 것과 같더라- 경험해 보니 그랬다.


 비가 세차게 내리는 오늘, 저녁으론 집에서 뭘 해 먹을까 고민했다. 막걸리 한 병을 사들고 간단한 안주류를 만들어 먹으며, 아직 못 본 주말 예능을 한편 볼까 한다. 벌써부터 오늘 하루 일과 중 가장 기대되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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