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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간이 지나가다 Sep 13. 2015

15. 존재하다

비 온 뒤 한층 더 가을가을합니다. 감기 조심하세요!!!

누군가로부터 우리 각자의 존재를 인정받는 거보다 더 중요한 게

우리 각자가 스스로의 존재를 인정하는 거입니다.


나는 지금 여기 있노라고

누군가 날 사랑하건 사랑하지 않건

나는 나를 어느 때건 있는 그대로 사랑하고 있다 라고

나의 사랑스러움은 내게서 오는 거지

누군가가 내게 더해주는 게 아니라고 말입니다.


제게는 어린 동생이 있습니다.

어릴 적에 서로의 다름에 대해 누구도 설명을

해주지 않았습니다.

그저 차별하고 또 차별을 했을 뿐입니다.

이유도 모른 채 서로 그 차별이 당연한 줄 알았습니다.

그 차별은 그렇게나 당연하게 어린 시절을

채우고 있었으니까 말입니다.


그게 어떤 형태로건 서로에게 상처로 아마 남았을 겁니다.

괜찮아졌다고는 하지만 제게 여전히 희미한 흔적이 남겨진 거로 봐서

동생도 아마 어떤 것을 가슴에 품고 있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시간이 지났다고 해서 그 다름에서 오는 차별이 끝난 건 아닙니다.

그건 오래된 습관과도 같아서 그 당사자들은 그만둘 수 없나 봅니다.


어릴 적에는 무기력하게 그 상황 속에 던져진

저를 저조차 관심을 두지 않은 채

그냥 두었을지는 모르지만 이젠 그러지 않습니다.

과거의 여러 가지 것들과 화해하는 과정은

그렇게 쉽지 않았지만 지금은 괜찮습니다.


제가 누군가를 어느 때건 함부로 대하지 않는 거처럼

누군가 저를 함부로 대하는 걸 그냥 두지 않습니다.

우리 각자에게 어느 누구도 그럴 수 없습니다.


매일 아침 눈을 뜨면 존재 그 자체가 눈부십니다.

일상 속에 만나게 되는 모든 누군가들이 그래서

그저 미소 짓게 됩니다.

그 누군가가 저와 어떤 관계에 있건 그런 건 상관없습니다.

마냥 사랑스럽고 또 사랑스러운 어떤 존재일 뿐입니다.


그래서 오늘도 괜찮았습니다. 더 이상 아프지 않습니다.

저의 사랑스러움은 제 것, 당신의 사랑스러움은 당신의 것.

누군가가 어찌할 수 없는 우리 각자의 고유한  것입니다.

우리 각자 한정 사랑스러움, 존재 그 자체.


2015. 9. 6.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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