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잘재잘, 전화기 너머 당신의 목소리, 잘 지내고 있나 봅니다.
저는 의지가 약합니다. 그래서 매번 제 의지를 재갱신합니다. 아이에게 약합니다. 그것도 엄청 약합니다. 여성에게 약합니다. 여러 의미의 소외된 분, 연약한 분에게 약합니다. 누구에게도 쉽사리 곁을 내어주지 않는 분에게 약합니다. 열정적인 분에게 약합니다. 따뜻한 분에게 약합니다. 그 밖에도 약한 부분이 많습니다.
때때로 이유 없이 목적 없이 마음이 기우는 경우가 있습니다. 마음의 균형이 그냥 무너져 기울어져 있습니다. 존재 그 자체만으로 저를 무장 해제시키는 어떤 존재, 저의 약한 부분을 알리 없을 텐데 말입니다. 저를 약하게 만드는 그 존재가 좋습니다. 당신에 한해 약해지는 제가 좋습니다. 그런 우리가 참 좋습니다.
2015. 10. 7. 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