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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간이 지나가다 Oct 09. 2015

42. 고장나다

오늘은 한로, 찬이슬이 맺히기 시작하는 시기라고 합니다.

제게 있어서 뭔가 시작할 때 가장 큰 장애물은 다른 어떤 것도 아닌 때때로 고장 나는 몸입니다. 몇 차례 학습되다 보니 건강할 때 잘 지키자는 주의라서 평소 신경을 쓰는 편인데도 어느 순간 균형이 무너져 몸이 무겁습니다. 한 곳만 고장 나면 다행인데 동시다발적으로 고장이 나는 몸이라 쉽지가 않습니다.


가뜩이나 바람 불면 날아갈 정도의 의지의 소유자인지라 쉬고 싶은 마음이 정말 가득하지만 흩어진 의지를 모으고 모아 일단 시작합니다. 과거 의지를 있는 힘껏 날려 버리고 쉬었다가 후폭풍이 어떠했는지 너무나 잘 알기에 시작은 했지만 역시나 정말 느리게 한 걸음씩 갑니다.


물론 제가  존재하므로 뭔가를 시작할 수 있으니 저 자신을 최우선 하는 거 나쁘지 않습니다. 하지만 누군가와 함께 살아간다는 건 책임 부분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에 제가 제 몫을 책임지지 않으면 누군가가 그 본인 몫에다가 제 몫까지 덤으로 감당해야 합니다.


몇 번씩 서로 어깨를 내어주는 건 괜찮습니다. 그러나 누군가를 일방적으로 희생시키고 싶지는 않습니다. 함께하고 있는 상대에게도 그 사람만의 삶의 목적, 삶의 방향, 삶의 속도 등이 있습니다. 아주 사소하다 할지라도 타인을 흩트리는 일은 가능한 하고 싶지가 않습니다.


타인인 제가 책임져줄 수 있는되는 한계가 있으니까 말입니다. 결국 뒷감당은 그 사람 몫이 됩니다. 그래서 어느 순간부터 쉬는 걸 나눠 쉬고 몸을 일으켰습니다. 느린 한 걸음이지만 그 걸음 덕에 시작을 했고 어느새 평소와 같은 제가 있고 끝이 보입니다.


2015. 10. 8.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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