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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간이 지나가다 Oct 13. 2015

45. 터놓다

가을바람이 아주 강하게 강하게 부는 날이었습니다.

그 사람을 힘들게 할 수 없으니 말할 수 없어요.


적어도 내게 있어서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있는 그대로 말하면 됩니다.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모를 땐 그저 있는 그대로 말하면 됩니다. 더하지도 빼지도 포장하지도 않은 채 그저 있는 그대로 말하면 됩니다. 말을 다 마치기 전까지 그 사람의 반응은 이럴 거라고 지레짐작은 금물입니다. 그 사람의 마음은 그 사람만 알 뿐입니다. 내 앞의 그 사람이 내게 표현하기까지 난 그 사람의 마음을 알 수 없습니다.


혹 나의 이야기가 그 사람에게 부담이 될까 입이 떨어지지 않는다면 그래서 끝내 입을 열지 않게 된다면 나는 영원히 그 사람에게 내 마음의 이야기를 할 수  없을뿐더러 그 사람의 그런 이야기를 들을 수 없을지도 모릅니다. 관계가 계속되는 한 난 그 사람과 그렇고 그런 흔한 이야기만 할 수 있는 가깝지도 멀지도 않은 딱 그 정도의 관계로 남게 될지 모를 일입니다.


때때로 경험하기도 합니다. 적어도 그 정도 이야기는 그 사람이 내게 직접 해줄 수 있는 이야기였다고 생각했는데 그 사람이 아닌 타인을 통해 그 사람의 이야기를 듣게 되었을 때 난 그 사람과 이 정도의 거리가 있었던가 난 그 사람에게 중요한 사람이 아니었던가 하고 그 사람과 나를 다시 생각하게 됩니다. 적어도 그 사람에게 어떤 일이 있었을 때 이유가 어떻든 간에 난 상관없는 사람이었으니 말입니다.


너무나 소중한 사람이니 차마 말할 수 없었다고 하지만 그 반대편에 서 있는 나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너무나 소중한 사람의 힘든 시간을 함께 해주지 못했음에 미처 눈치채지 못해 혼자 두었음에 마음이 가볍지만은 않습니다. 가끔은 서로에 대한 지나친 배려가 서로를 지치게도 아프게도 오해하게도 합니다. 당신에게 있어서 중요한 어떤 일에 당신의 소중한 사람을 마음 밖에 두지 않았으면 합니다.


당신의 그 사람은 언제든 당신의 어떤 일에 기꺼이 함께 해줄 테니 늘 함께 했으면 합니다. 함께 했던 함께 하는 함께할 수 있는 시간들을 조금 더 소중히 했으면 합니다. 함께할 시간에 혼자 있지도 혼자 두지도 않았으면 합니다. 언제든 손 내밀어도 되고 언제나 내밀어져 있는 그 손 꼭 잡아도 괜찮습니다. 손 끝에서 전해지는 그 온기에 그 마음에 서로가 서로에게 어떤 의미인지 새삼 느낄 수 있습니다.


너무 늦기 전에 말해요. 기다리고 있을 테니 말해요. 지금 그리고 오늘이 가기 전에.


2015. 10. 12.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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