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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간이 지나가다 Oct 24. 2015

53. 감사하다

해가 점점 짧아집니다. 낮의 시간을 조금 더 소중히 해야겠습니다.

처음부터 이러지는 않았는데 점점 더 무덤덤해집니다. 의식하지 않으면 그냥 넘어가게 됩니다. 내 삶에 주어진 것들, 누군가에게 감사한 마음들 말입니다. 노력해서 얻은 것보다는 값없이 선물처럼 주어진 게 훨씬 많은데 그건 어느 순간부터 내 것이었으니 내게 있어선 더 이상 가치가 없어졌습니다.


그러니 감사함도 소중함도 없습니다. 뭔가 새로운 것에만 그런 마음이 조금 들다가도 곧 시들해지고 또 다른 새로운 것에 눈을 돌리게 됩니다. 자꾸만 지금 내게 없는 것에 욕심을 내며 때론 그 욕심에 소중한 것을 잃게 되고 그때서야 뒤늦게 그 소중함에  아파합니다.


지금 내게 있는 것에 얼마나 마음을 쏟았으며 제대로 돌아본 적은 언제였는지 모르겠습니다. 무엇이 내게 있는지 몰라 이미 가진 걸 또 욕심내고 있는 건 아닌지 조차 모릅니다. 감사함을 잃은 난 끝없는 허기짐에 뭔가로 채우려 하지만 채워지지  않을뿐더러 완전히 채워질 리가 없습니다.


사람의 욕심은 끝이 없고 절대 만족이라는 게 있을 리 없으니까 말입니다. 지금 가지고 있는 걸 소중히 할 줄 모르는 내가 새로운 것을 얻게 된들 그것을 얼마나 소중히 여길 수 있을지도 의문입니다. 자꾸만 지금의 부족함에 초점을 맞추게 되면 마음의 빈곤은 영원히 미해결 과제로 남게 될 겁니다.


아마 제 영혼의 눈을 가릴 테고 제 삶에 한 줄기 빛조차 들지 않게 할지도 모를 일입니다. 지금껏 내게 있어 왔던 것 그리고 오늘 내게 주어진 것을 감사함으로 받아들이고 표현합니다. 나를 혼자 두지 않았던 것, 나를 나로 있게 한 것, 찬란한 오늘을 있게 한 그 모든 것에게 마음을 가득 담아 봅니다.


2015. 10. 21.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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