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전례 없는 주식열풍이 불었고, 특히 한국사람들의 참여는 압도적이었다. 흔히 동학 개미 운동이라고 불리며, 2020년 코스피시장은 전 세계 수익률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물론 나도 참여했다. 하지만 유행에 잠시 참여했던 사람으로 끝나기 싫었다. 투자의 세계는 너무 매력적이었고, 평생에 걸쳐 투자를 이어가고 싶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나만의 원칙과 방법이 필요했다.
여러분은 투자 의사결정 시 어떤 것을 가장 고려하는지 궁금하다. 기업의 펀더멘탈? CEO의 자질? 주변 사람들의 입소문? 유튜브에서 자주 언급되는 기업들? 사실 정답은 없다. 이 모든 것들이 의사결정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요소들이다. 개인적으로 가장 고려하는 것은 가치평가(Valuation)이다. 오늘은 이것에 대해서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왜 가치평가를 중요시하게 되었는지, 어느 곳에서 영향을 받았는지 그리고 '필요성'에 대한 이야기이다.
가치평가를 처음 접하게 된 것은 한 사람을 알고 나서였다. '애스워드 다모다란 교수' 뉴욕대학교에서 지난 30년 동안 가치평가에 대한 강의를 하시는 분이었다. 내가 놀랐던 점은, 엄청난 양들의 데이터와 본인이 직접 시행한 가치평가들을 스스럼없이 블로그에 공유하고 있었다는 점이었다. 실제로 2020년 1월 테슬라를 매도하면서, 본인이 생각하는 적정가치가 산출됐던 모든 과정을 공유했다. 그 후 테슬라의 주가는 여러분이 알고 있다시피 크게 상승했다. 하지만 그는 나만의 스토리에 대한 가치평가에 따른 결정이었고 물론 내가 틀렸을 수도 있다며, 만약 그렇게 생각한다면 여러분들만의 스토리로 직접 만들어보라며 본인의 엑셀 툴을 공유하였고 사람들의 피드백을 수용했다. 나는 이런 그의 자세가 좋았다. 본인의 투자 결정에 대해 정말 길고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고, 결과 또한 겸허하게 받아들인다. 그래서 그의 가치평가방식을 공부하기 시작했고, 투자의사결정에 있어서 가장 고려하는 부분이 되었다.
그럼 가치평가는 왜 필요한 걸까? 다모다란 교수는 '레밍'이라는 동물을 통해서, 그 이유를 설명한다. 내셔널지오그래픽에서 쥐들이 단체로 절벽 아래로 떨어지는 장면을 본 적이 있나? 레밍은 일명 나그네쥐라고 불리는데, 이들은 개체 수가 많이 늘어나면 새로운 땅을 찾아 이동하는 특징이 있다. 이때 레밍 무리는 맨 앞의 우두머리만 보고 직진하게 되는데, 절벽이 나타나면 모두 뛰어드는 장면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그럼 한번 레밍입장에서 생각해자. 왜 맨 앞의 레밍은 멈추지 못했을까? 아마 속도를 줄이지 못했을 것이다. 그 뒤에 있던 레밍들은? 아마 같은 이유. 그럼 맨 마지막 레밍을 생각해보자. 그는 맨 뒤에서 친구들이 절벽 아래로 모두 사라지는 상황을 지켜봤을 것이다. 그리고 충분히 멈출 시간도 있을 것이다.
그가 생각하기 시작한다 "왜 다들 떨어지는 거지?" 이때 머릿속에서 하나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그들은 내가 모르는 무언가를 알고 있을 거야!!" 투자에 있어서 무서운 문장이다. 예를 하나 들어보자. 여러분이 2020년 제일 핫한 주식 테슬라를 가치 평가했다. 결과 적정주가는 600달러, 현재 주가는 900달러이다. 논리적으로 너무 비싸다고 생각하지만, 머릿속에 또 목소리가 들려온다. "그들은 내가 모르는 무언가를 알고 있을 거야" 이제 여러분의 가치평가는 수정되기 시작한다. 점점 900달러라는 가격을 인정하며, 자신의 매수를 합리화한다. 가치평가는 자신 안의 '레밍'과 싸우기 위해 하는 것이다.
다모다란 교수는 투자자들을 3가지의 레밍으로 분류한다.첫 번째는 당당한 레밍(모멘텀 투자자)이다. 이들은 자신이 레밍인 게 자랑스럽다. 고민 없이 다른 투자자들을 맹목적으로 따라다니는 투자자들이다.두 번째는 '요기 베어 레밍'이다. 요기 베어는 미국 만화 캐릭터로 자신이 남들보다 똑똑하다고 생각하는 곰이다.이들은 앞의 레밍을 따라가기는 한다.따라가지 않으면 굶어 죽을 수도 있기 때문. 하지만 절벽 앞에서 바로 멈출 수 있다고 자신하는 레밍들이다.시장의 하락과 상승 타이밍을 정확하게 맞추며, 모든 상승장을 즐기고 하락장은 피할 수 있다는 투자자들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요기 베어 레밍은 존재할 수 없다고 믿는다.오직 신 만이 가능한 일이라고.
맹목적으로 따라가면 절벽에 떨어지고, 그렇다고 따라가지 않으면 굶어 죽고, 절벽 앞에서 멈추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좋은 방법이 없을까? 다모다란 교수는 본인을 '구명조끼를 입은 레밍'이라고 표현한다. 바로 이 구명조끼가 '가치평가'이다. 이게 바로 가치평가의 모든 것이다. 구명조끼가 되어주며 어떤 기준점을 준다. 다른 사람을 따라가더라도 자신만의 가치평가방법론을 지키면서 투자한다면, 만약 바다에 빠진다 해도 죽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정말 어떤 주식을 매수/매도하고 싶다면, 어떤 이유를 찾아서라도 매매를 할 것이다.어쩔 수 없다 인간의 본능이다. 다만 가치평가는 이 과정을 늦춰줄것이다. 합리적인 의견을 만들어 줄 것이고, 이성이 한 번이라도 더 생각하게 해 줄 수 있을 것이다. 나만의 중심을 잡고 투자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구명조끼를 입을 필요가 있다.
나도 당당한 레밍중 하나였다. 하지만 이제는 나에게 맞는 구명조끼를 조금씩 만들어가고 있다. 물론 어렵다. 여전히 구명조끼 없이 달리는 게 편하다. 하지만 기업에 대한 나만의 스토리를 만들고, 숫자와 연결시키는 이 과정이 흥미롭다. 물론 본인에게 맞는 구명조끼는 각자 다를 것이다. 딱 맞는 것을 찾는 과정도 쉽지는 않을 거고. 그래도 투자를 하시는 분들이라면 꼭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여러분만의 구명조끼를 찾기 바라며, 오늘 글을 마무리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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