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와우로 듣는 세상은 언제나 화려하다.
기계를 통해 들어오는 소리들은 방향이나 거리를 가늠하는 것이 늘 어렵다. 가까워서 크게 들리는건지 큰 소리가 나서 크게 들리는건지의 차이를 분별하는 능력이 제로에 가까운것은 내 역량인 것.
특히 한 쪽 인공와우로 듣다보니 모든 소리의 방향이 왼쪽에서 들리는 것만 같아 어느 곳에서 소리가 나든 왼쪽으로 고개를 빙그르르 돌리게 된다.
동네를 걷다보면 사방팔방에서 차 소리가 들린다.
뒤에서 지나가는 차소리, 앞에서 달리는 차소리, 저 골목 어딘가에서 달리는 차 소리까지.
간혹 외부에 설치된 냉난반기의 윙~ 돌아가는 소리가 시동이 켜진 차 소리인줄 알고 어디서 차가 오나~ 하고 두리번 거리는 일도 많다.
소음 속에 파묻혀 걷다보면 뒤에서 다가오는 차 소리를 인지하기가 힘들다.
점점 가까워지는 소리를 내 신경은 인지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새해 맞이로 근처에 사는 친정엄마와 함께 점심 약속을 했다.
아이들과 동네 골목길을 걸어 내려가는데 뒤에서 아이들이 소리친다.
"엄마 차와요~"
가지각색 다양한 소음 속에서 명료하게 들어오는 아이들의 안내 덕분에 차가 지나갈 수 있도록 옆으로 피해준다. 지나가는 차를 보내고, 뒤 따라오던 아이들을 앞으로 보내고 그 뒷모습을 카메라에 담아보았다.
언제부턴가 든든한 나의 보호자가 되어준 아이들.
마음을 써서도 신경을 써서도 아닌 당연하게 엄마에게 위험을 고지하는 아이들의 모습이 유독 고맙게 다가오는 날이었다. 길가에 위험으로 부터 보호받아야 하는 아이들이 도리어 엄마를 보호하는 순간이 언제부터였을까?
너희들 모두 독립하고 혼자서 걷는 시간들이 많아질때면 이 순간이 문득 문득 떠오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