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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 "강사님" 호칭이 생겼다.

청음복지관에서 진행한 하이런 인터뷰

by 개경님

어느 날, 메일로 날아온 제안서에 놀래서 헐레벌떡- 방치 중이던 브런치 스토리에 접속했다.


청음 복지관에서 청각장애인이면서 '사서'의 직업을 가지고 있는 나에게 인터뷰 제안을 보내왔다.

영상을 촬영하고 편집을 거쳐서 하이런 사이트에 소개되는 식이었다.

제안을 받고는 신기함과 떨림이 느껴졌고 곧바로 부담이 느껴졌다. 매일 하는 업무만 하다 보니 '사서'의 전문성을 이야기하기엔 내가 너무도 부족하다는 자존감 결여.


언젠가 나에 대해 이야기하는 기회가 왔으면 좋겠다는 막연한 바람으로 이렇게 기억의 조각들을 기록하고 있는데 예상치 못한 제안에 잠시 놀랬다가 이내 도전을 해보기로 결정했다.


어쩌면 이 기회가 나를 또 다른 곳으로 안내해 줄 수도 있으니깐.


담당 사회복지사님과 카톡을 주고받으며 인터뷰 일정을 잡고 시나리오 작성을 하면서 긴장되는 시간들을 보냈다.


청음 복지관은 청각 장애인들의 복지를 위해서 설립된 기관이다. 이 복지관에서 청각장애인 평생 학습 포털 하이런을 운영 중인데 청각장애를 가지고 있으면서 각 분야에 전문가로 활동하고 있는 분들을 섭외해 직업에 대한 이야기가 올라가는데 그 인터뷰가 하나의 강의처럼 볼 수 있게 되어 있다.

나의 사서 이야기도 한 꼭지를 차지하게 되었다.


담당 복지사님이 보내주신 시나리오에 맞춰서 내용을 작성하고 전문적이면서 어렵지 않게 어떻게 써야 하나 잠시 고뇌의 시간도 가져보면서 하고 싶은 말은 많지만 요점을 벗어나지 않으려 질문지를 읽고 또 읽고를 반복했다. 그럼에도 투머치의 작성지가 되어서 촬영하는 내내 호흡이 딸렸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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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 복지관 바로 앞 커브길에 메가가 있어서 아메를 한 잔 사들고, 두근두근 거리는 마음을 애써 누르며 직원분의 안내에 따라 스튜디오로 이동했다.


분주하게 세팅 중이었던 복지사님과 팀장님.

청각장애인들을 상대하는 직업을 가지신 분들이라 그런가, 나의 눈을 마주치며 천천히 말씀해 주신다.

좋지만 익숙하지 않은 배려가 잠시 낯설다.


작성해야 하는 서류들에 서명을 하고 사방이 하얀 배경인 스튜디오 내 의자에 앉았다. 긴장에 자꾸만 굳어지는 몸과 얼굴이 너무 어색하다. 그런 긴장을 풀어보려 더 말도 걸어보고, 나의 그런 긴장을 풀어주려 계속 좋다고 따봉만 날려주시는 팀장님과 복지사 선생님.


어떻게 진행되는지 연습 삼아 한번 녹화를 해보고 바로 실전으로 돌입했다.

미리 작성해 놓은 시나리오를 프롬프터를 활용해서 읽기만 하면 되는 거라 큰 어려움은 없었지만 내가 적었음에도 긴장을 하니 호흡이 빨라지고 끊어 읽기가 잘 되지 않아서 호흡이 꼬이길 여러 번.

그래도... 꽤나 수월하게 읽어나간 덕에 2시간 예정이었던 녹화가 약 1시간 만에 끝났다.


팀장님이 필터도 씌워주고 잘 편집해 주실 거라고 걱정하지 말라셨지만 너무 빠르게 읽어나가서 가빴던 내 호흡만 무수히 생각난다.


언제나 그렇듯이 '다시 하면 더 잘할 수 있는데...'라는 아쉬움을 품어본다.


그렇게 나는

엄마, 사서 선생님, 사장님 외에 강사님이라는 호칭도 듣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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