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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고등 1학년 A친구

특수학교 도서관 VIP 친구들을 소개합니다 ②

by 개경님

고등학교 1학년 A 친구는 도서관에 오면 꼭 두 가지를 말한다.


“똥” 그리고 “너구리”


A친구가 찾는 주제는 변함이 없고 책도 정해져 있다.
처음에는 A친구가 찾는 책이 무엇인지 모르고 "이거 맞아?" 하고 물으니 "이거 맞아"라고 대답해서 해당 책을 건네주었더니 "아니야. 아니야" 하며 책을 받지 않는다. 말을 똑같이 따라 하는 특성이 있는 친구였던 것이다.


간혹 A친구가 찾는 책이 대출 중일 때 “이건 어때?” 하고 ‘똥’ 관련 그림책을 꺼내주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단호하게 말한다. “아니야. 아니야.”


A 친구가 원하는 '똥' 책은 [뽀로로 똥! 백과 플랩북]이다.

그 책을 찾아주면 이번엔 '너구리' 차례.
역시 아무 너구리도 안 된다.
A가 원하는 건 다카하타 이사오의 애니메이션 원작 그림책 [폼포코 너구리 대작전]이다.


그 두 권을 찾아주면 책을 소파에 나란히 펼쳐놓고 도서관을 정신없이 왔다 갔다 한다.
책장을 넘기지도 않고 읽는 시늉도 하지 않지만 그 두 권이 거기 있다는 것만으로도 A는 편안해진다. A에게 이 두 권의 책은 도서관 루틴이자, 마음의 안정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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