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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고등 3학년 B친구

특수학교 도서관 VIP 친구들을 소개합니다 ①

by 개경님


고등 3학년인 B 친구는 피부가 하얗고 천천히 말하며 늘 웃는 얼굴을 하고 있다. 그 웃는 얼굴에는 처음 보는 사람도 금세 마음을 놓게 만드는 다정함이 있다. 보통 특수학교 아이들은 자신이 선호하는 특정 책 혹은 이 책 저 책 때에 따라서 다양한 책들을 고르는데 B친구는 오직 청소년 문고에 있는 책들만 선별해서 읽고, 한 시리즈를 선택하면 도서관에 있는 시리즈를 완독 할 때까지 끈기와 인내를 가지고 꾸준한 독서를 이어간다.


고등 교실은 도서관이 있는 2층에 같이 위치하고 있어서 쉬는 시간에 마주칠 때가 많은데 그때마다 하얀 얼굴에 함박웃음을 짓고 두 손은 배꼽에 가져다 놓으며 자신만의 속도로 인사를 건네준다.


"안녕하세요."


천천히 잔잔한 음성에 맞게 고개를 숙이는 아이의 행동도 조심스럽다.

고등학생인데도 수염자국이 보이지 않는 하얗고 잡티가 없는 순한 얼굴은 고등학생이라는 신분이 무색하게 보들보들~ 백설기가 자꾸만 떠오른다!


백설기 같은 B 친구가 오늘은 아침 등교를 도서관으로 했다. 내가 근무하는 3년 동안 도서관으로 등교한 적은 처음이라 깜짝 놀라 물었다.


"아직 교실 문이 안 열려있어?"


"아니요. 원래 운동장 돌고 들어가야 하는데 오늘은 운동장을 안 가서 8시 40분에 갈게요."


건강을 위해서라도 체중감량이 필요한 친구라서 작년 한 해는 도서관의 상품 간식을 마음껏 받지도 못했던 친구인데 올해는 아침마다 운동장을 돌고 들어와야 하는 숙제가 있나 보다. 그런데 이 귀여운 친구가 운동장 운동 대신에 도서관으로 도망을 와서 독서를 하고 간다고 한다. 그리고는 보던 책에 고개를 파묻고 독서를 시작한다. B 친구는 [만복이네 떡집] 시리즈를 끝내고 박현숙 작가의 [간 떨어지는 분식집] 시리즈를 보는 중이다.


늘 2권씩 키오스크를 이용해서 스스로 대출과 반납을 야무지게 하는 똘똘한 B 친구는 도서관 이용시간에 오면 책상에 앉아 책에 얼굴을 파묻고 미동도 없이 글을 하나하나 읽어 내려간다. 아이의 집중하는 모습을 보면 가끔 의무적으로 독서하는 내 모습이 참 부끄러워진다.



챗 지피티에게 사진을 변환해 달라고 했더니 독서하는 모습을 쓰는 모습으로 바꿔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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