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공간을 디자인하고, 사람을 맞이하고
반찬가게 문을 닫은 뒤, 한동안은 멍하니 지냈다.
무언가를 놓아버리고 나면 바로 자유로워질 줄 알았는데,
몸과 마음이 동시에 멈춰버린 듯한 시간이 계속됐다.
다시 일을 시작하고 싶다는 생각은 생각보다는 빨리 찾아왔다.
하지만 이번엔 예전처럼 덜컥 시작하고 싶지 않았다.
조금은 느리게, 조금은 신중하게.
무엇보다 ‘내가 중심이 되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
새로운 공간을 꾸미기로 마음먹었을 때,
나는 처음으로 '내가 좋아하는 것'에 대해 깊이 고민했다.
무엇이 좋았는지도 모른 채 달리던 시간,
그 끝에서 나를 기다리던 건 낯선 ‘멈춤’이었다.
그리고 그 멈춤 끝에서, 나는 다시 시작을 택했다.
이번에는 조금 느리더라도,
내 마음이 편안한 방향으로 걷고 싶었다.
카페였다.
커피도 모르는 사람이 카페를 연다는 소리를 듣기 싫어
학원도 다니고 자격증 공부도 하며
원두별로 테스팅을 하고 우리만의 레시피를 개발하는데 몇 개월을 보냈다.
작고 조용한 동네의 골목에,
햇살이 잘 드는 공간인 나의 가게는
높은 창문과 오래된 나무 바닥이
왠지 모르게 나를 안심시켰다.
도면을 펼치고 가구 배치를 고민하면서,
나는 처음으로 ‘공간’이 사람에게 주는 감정에 집중하게 됐다.
누군가 이곳에 들어왔을 때
‘잘 꾸며졌다’가 아니라
‘이상하게 마음이 편하다’는 말을 듣고 싶었다.
그래서 하나하나 직접 골랐다.
커피 향이 흩날릴 때 어울릴 것 같은 조도,
혼자 와도 어색하지 않은 의자의 높이,
주방 너머로 보이는 찻잔의 배치까지.
이 카페는 그렇게 탄생했다.
누군가는 ‘소박하다’고 했고,
누군가는 ‘취향이 분명하다’고 했다.
그 말들이 전부 고마웠다.
그건 결국 내가 만든 공간이 누군가에게 ‘느낌’으로 전해졌다는 뜻이니까.
나는 매일 누군가를 맞이했다.
바쁜 하루를 잠시 쉬어가려는 직장인,
묵묵히 노트를 펼치는 단골손님,
말없이 커피만 마시고 가는 사람들.
모두 다르지만, 공통점은 하나 있었다.
이 공간 안에서만큼은
조금 더 천천히 숨을 쉬고 간다는 것.
그걸 볼 때마다,
나는 이 공간을 만들길 참 잘했다고 생각했다.
이 공간을 ‘누군가와 나누는 일’을
나는 생각보다 오래 기다려왔던 것 같았다.
이제 나는,
그저 버티는 삶이 아니라
내가 좋아하는 것으로 나를 채우는 삶을
조금씩, 다시 살아가려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