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잘하고 있었지만, 잘 살고 있진 않았다

(3). “잘 버텼다”는 말 뒤에 가려진 마음

by 이루다

가게 문을 닫은 지 어느덧 한 달.

정말 신기하게도, 새벽 3시에 눈이 떠졌다.

몸은 쉬라고 말하지만, 습관은 여전히 그 시간에 나를 깨웠다.


문득, 친구가 내게 했던 말이 떠올랐다.

“그래도… 잘 버텼다, 너.”

그 말에 고개는 끄덕였지만,

속으로는 묘한 허전함이 흘렀다.


나는 정말, 잘 버텼던 걸까.

아니, 그 말이 왜 이렇게 가슴 한구석을 찌를까.

그 말엔

“이제 끝났네”라는 안도와

“정말 수고했어”라는 위로가 섞여 있었지만,

그 사이엔 아무도 보지 못한

혼자 울컥했던 수많은 밤들이 있었다.


기계처럼 일했고,

아픈 줄도 모르고 움직였다.

짜다는 말 한마디에 하루가 무너졌고,

메모지 한 장에 다시 살아났다.


그렇게, 한 해를 넘기고, 또 넘겼다.

하지만 지금 돌아보면,

나는 그 긴 시간 동안

나를 위로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고객에게, 가족에게, 주변 사람들에게는

늘 미소 지으며 “괜찮아요” 했지만

내게는 단 한 번도

“너 진짜 고생했어”라는 말을 해본 적이 없었다.


그래서일까.

“잘 버텼다”는 말이

나를 위한 말 같지 않게 들렸다.


그 말은 마치

‘힘들었지만 견뎠으니 이제 됐다’는

끝맺음 같은 말이었다.


하지만 나는 아직 끝낼 준비가 되지 않았다.

나는 아직도 그 시간 속을 걷고 있었다.

나는 단순히 버틴 게 아니었다.

참았고, 지켰고, 채웠고,

포기하지 않으려고 버둥거렸다.


그러니 그냥 ‘잘 버텼다’는 말 한마디로

그 시간을 다 말할 수는 없었다.


내 마음속에선 오히려 이런 말이 필요했다.

“네가 얼마나 애썼는지 알아.”

“그 시간이 너를 얼마나 힘들게 했는지도 알아.”

“이제는, 너를 위해 살아도 돼.”


가게를 그만둔 뒤

나는 조금씩, 스스로에게 말을 건넸다.

미뤄뒀던 나를 바라보고,

내 안에 남아 있던 마음들을 하나씩 꺼내보았다.


지금 나는

누군가의 “잘 버텼다”는 말보다는

내가 나에게 말해주는 위로가 더 필요하다.


“수고했어.

그 시간 동안 정말 많이 애썼어.

그리고 지금 이 순간,

다시 나를 살아내는 것도 충분히 잘하고 있는 거야.

더 이상 무언가를 증명하지 않아도,

더 이상 견뎌내야만 하는 삶이 아니어도,

이제는 나를 위한 하루가 시작되어도 괜찮아.”


‘잘 버텼다’는 말,

그건 과거를 묻는 말이 아니라

이제 나를 더 아끼며 살아도 된다는

작은 허락처럼 들렸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 허락은,

이제 내 입으로, 내 마음으로

내게 해주는 말이 되었으면 한다.

이 마음이 들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 말 한마디를 스스로에게 건네기까지는

더 오랜 시간이 걸렸다.


지금 나는,

그 말 뒤에 숨겨진 나의 마음을

천천히 꺼내고 있는 중이다.

조금씩, 아주 조금씩

‘잘 버티는 삶’에서

‘잘 사는 삶’으로 나아가는 중이다.

이제는 '잘 버티는 삶'이 아닌, '잘 살아내는 나'를 믿어주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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