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처음의 설렘과 어느새 익숙해진 생계
처음 카페를 열었을 때,
나는 매 순간이 설레었다.
내 취향대로 꾸민 인테리어,
정성껏 고른 원두와 직접 만든 디저트들,
모든 것이 완벽했고,
새롭게 펼쳐질 이야기에 가슴이 벅차올랐다.
커피를 내리고,
문 앞 화분의 위치 하나에도 마음을 쓰던 날들.
모든 것이 처음이라 서툴렀지만,
그 서툼마저도 나를 살아있게 했다.
하루하루가 짧은 여행 같았다.
이곳을 찾는 사람들과 나누는 인사,
잔잔하게 흐르는 음악,
내 손을 거쳐 만들어지는 한 잔의 커피.
그 모든 것이 낯설면서도 반가웠고,
조심스럽지만 따뜻했다.
그때의 나는 단순히 카페를 운영하는 사람이 아니라,
내 꿈을 현실로 만들어가는 창조자였다.
그 설렘은 어느새,
잔잔한 일상 속으로 스며들고 있었다.
익숙한 순서대로 커피를 내리고,
단골손님의 취향을 먼저 떠올리고,
정해진 시간에 청소하고, 주문하고, 마감했다.
예전 같았으면 지루하다고 느꼈을지도 모를
그 ‘익숙함’ 속에서
나는 오히려 묘한 안정감을 느끼고 있었다.
“아, 나는 이 일을 좋아하고 있구나.”
무언가를 ‘계속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이렇게 자연스럽게 생긴 건 오랜만이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카페는 단순히 ‘좋아하는 공간’이 아니라
나의 생계를 책임지는 공간이 되어 있었다.
매일 정해진 시간에 문을 열고,
하루 매출을 계산하고,
재고를 점검하고,
늘 비슷한 고민을 반복했다.
처음엔 그런 일들이
내가 원하던 방향에서 벗어나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지만
그런 루틴조차도 내 일상에 스며들고 있었다.
‘이 일이 나를 먹여 살리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오히려 마음을 단단하게 해 주었다.
좋아서 시작했지만,
이제는 잘 해내고 싶은 일이 되었다.
물론, 모든 날이 순탄하진 않았다.
몸이 지치는 날도 있었고,
혼자 감당해야 하는 일들이 버거울 때도 있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이 공간에서 보내는 시간은
나를 닳게 하기보다는 조금씩 채워주었다.
매일 같은 테이블, 같은 풍경 속에서도
사람들은 매번 다른 이야기를 남기고 갔다.
그 안에서 나는 작은 존재지만,
누군가의 하루에 조용히 스며드는 역할을 하고 있었다.
반찬가게 때처럼 버티는 감정이 아니라
지켜가고 싶은 마음이 생긴 건
어쩌면 그게 처음이었던 것 같다.
처음의 설렘은 어느새 자취를 감췄지만,
대신 매일 반복되는 평범한 하루가
나를 다시 살아가게 만들고 있었다.
그리고 그 익숙함은
내가 좋아했던 일을 ‘계속할 수 있겠다’는
조용하지만 단단한 믿음으로
조금씩 자라나고 있었다.
매출표를 들여다보며 한숨을 쉬고,
이른 아침 재료를 손질하면서 피로에 젖는 날들도 많았지만,
그 안에는 분명 내가 선택한 일상이 있었다.
어느 순간부터는 ‘살아내기 위한 일’이 되었고,
그마저도 나름의 의미를 가졌던 시간이었다.
그 시간을 보냈던 나의 마음은 지금도 또렷하다.
그리고 그 마음은,
현실 앞에서 ‘좋아함’을 어떻게 지켜낼 수 있을지
다시 묻고 싶게 만든다.
나는 그 질문을 품은 채,
또 다른 선택 앞에 서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