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듬 II : 핸드폰에 네 명은 무리다.

by DL

​핸드폰을 바꿨다.


​센터에서 블록 건너편 왼쪽에 있는 핸드폰 매장이다.


​함께 간 네 명의 걸음걸이가 다르다.

두 명이 앞서 나가고 뒷열 두 명과 멀어진다.



​첫 번째 블록 지나기 전,

이미 틈이 생기고 점점 벌어지는 간격에

다리 길이가 다르다는 푸념을 늘어놓지만

거리의 소음에 섞여 앞서는 사람들 귀에

닿지 않는다.


​쫓아가는 발이 땅을 밀어 간신히 가까워진다.

​앞선 사람이 핸드폰 매장 문을 열고 들어간다.


​내 옆에 한 명이 지켜 앉고 나머지 두 명은 매장 내

오른쪽에 비치돼 있는 소파에 몸을 맡긴다.


앞의 ​판매자는 이미 정해져 있는 답을 말하고

둘은 그에 따른 설명을 듣는다.


​나의 시선은 내 옆의 사람에게 고정돼 있다

대답과 질문도 그리한다.


​오고 가는 복잡한 수식을 다루는 앞과 옆,

둘의 외계어를 나는 해석할 능력이 없었다.



​하얀 바탕의 모니터,

아까부터 한 페이지에 머물러 있다.

화면을 가득 채운 네모박스는 크기가 다른 숫자로

메워져 있다.


​"좀 기다렸다 하는 게 좋겠는데"


​옆의 사람 의견에

판매자의 고개가 끄덕여진다.


연산된 검정 숫자들이 화면에 떠오른다.


​"그냥 오늘 할래"


​나의 대답이 떨어지기 무섭게

오른쪽 소파에 앉아있던 사람들이 내 뒤에 선다.


​내 앞과 옆, 각각 한 사람

그리고 뒤에 두 사람이 붙었다.


​옆 사람의 의견을 앞에서 그렇다 하고

그렇다를 뒤에서 그런대로 변화시키고

그 그런데는 옆으로 그래서로 바뀌어

다시 앞의 그렇다로 돌아간다.


​겹쳐지는 언어들 제3의 외계어를 만들어낸다.

그 틈에서 내 손과 눈은 줄지은 스케줄을 확인한다.


​여기를 오늘로 오늘은 내일 빈칸으로

빈칸의 시간이 연쇄적으로 늘어선 네모난 박스를 밀어낸다.



​나를 둘러싼 사람들의 오랜 논쟁은

내 손에 새 핸드폰을 남겼고, 서두른 점심은 가볍게 지나갔다.


​지나가는 길에 보이는 커피숍,

키오스크 사용법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아메리카노를 들고 카페를 나와 걸었다.

바지 호주머니 안 묵직함이 적절한 자리를 찾아 움직였다.


네 명의 걸음걸이는 이전과 똑같았다.

두 명이 앞서 나갔고 둘은 뒤에 걸어갔다.


​신호등 앞에서 만나고 기다리고 또 걸어가고를

반복했다.


녹색과 빨간색의 템포 안에서 움직이는 사람들을

지나 우리는 있었던 자리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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