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듬 I : 라디오가 있었다.

by DL

언제부터였는지 모르겠다.

시작은 중학교 때부터로 기억한다.


​늦은 밤 듣는 라디오의 목소리


바닥에 납작하게 엎드린 나에게

건네는 한 알의 타이레놀이었다.


​고등학교 때는 워크맨,

대학교 때는 클래식.

원하던 음악에 둘러싸여 라디오의 기억은 소거되었다.



한쪽 어깨가 내려앉은 의자 보인다.


망막의 긴장이 흐릿하다.

박자 세는 메트로놈을 바라본다.


​호흡 느리다.

세상의 이기(利器)에서 숨을 찾는다.


스토어 들어가 라디오를 검색한다.

두 개 다운로드한다.

인스톨.


​"안. 터. 져! 요-"


​4분의 2박자, 두 마디 프레이즈.


4분 음표 분할, 뒤집힌 붙점 리듬의 역설.

​본능으로 가미되는 스타카토와 스포르잔도(sfz).

빈틈없는 명료함.


​정지해 있던 방 안이 굉음으로 울린다.



​나의 웃음이 공기의 압력을 때린다.

귀 속 고막이 울린다.


심장이 직이며 혈류를 밖으로 밀어다.


깨 상한 의자에 몸을 기대고 있는 나.

라디오는 진통제를 건넸고,

기억이 일어났다.


​고작 몇 초의 지나감 속 상징.

두 마디 프레이즈 4분 음표 덩어리.


라디오에 리듬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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