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이 감당할 수 있는 정도가 있다.
운전석 왼쪽 창문의 살짝 열린 틈으로,
시원한 공기가 들어온다.
이길 수 없는 조급함이 대시보드 안.
속도계를 위로 끌어올린다.
"널 향한 이 마음은 Fire, 내 심장이 빠르게 뛰잖아"
라디오에선 블랙핑크의 휘파람을 쏟아낸다.
무심한 눈매로 템포를 감시하던 과속 카메라는
군더더기 없이 고개를 돌렸다.
그 외눈 레이저가 감정 없이 눈을 깜박여도,
나의 오른발은 반사적으로 액셀을 밟는다.
중간에 빨간색 신호등은 브레이크를 밟게 하고,
핸드폰을 열어준다.
계란 모양의 작은 알맹이 사진이 띄워져 있다.
두 번의 여름이 지나고,
따라다니던 더위를 증기로 날리는
우연의 인위는, 길고 느렸다.
다시 만난 신호등, 핸드폰 문자를 확인한다.
"드디어 성공이야. 보이지도 않겠지만 사진 보내."
집에 도착하기 전, 도로 끝 언덕의 높낮이는
차를 위 아래로 흔들며 나를 맞이해 준다.
"어떻게 됐어?"
"착상 잘 됐대. 수치도 괜찮대."
거실 식탁 위에 코팅된 사진 한 장이 올려져 있다.
마주 본 사람과 서로를 강하게 잡아당긴다.
헤르츠(Hz).
독일에서 발견된 이 전파 용어는 독일어의
'심장(Herz)'과 발음이 같다.
그날 가슴팍에 감전된 헤르츠는 내 안의 송전탑을 터트렸다.
물리학자 하인리히 헤르츠.
그의 이름 헤르츠는 사후, 반복과 진동을 뜻하는
단위가 되었지만 나에게 헤르츠라는 이름의 단위는
혈류를 태워버릴 자산으로 변환되었다.
라디오를 구동시키는 주파수, 메가헤르츠.
트랜지스터와 소리를 이어주는 자기장 루프가
나에겐 '이기적 유전자'와 연결된
메가헤르츠 사운드였다.
상시로 열어둔 핸드폰은 배터리가 방전되었고,
그 밑을 받친 테이블 위 파일철엔
두꺼운 난임 병원 서류들이 쌓여 있었다.
파일철 옆 물컵의 탄산수는 기포를 발산하며
춤추고 있었고, 그 앞에 복숭아 한 알이 놓여 있었다.
"5번째네, 고생 많았어. 이제 잘 먹고 쉬기만 하면 되겠다."
"그래 잘 될 거야. 더 건강해져야 해."
멈춰진 공기에 웃음이 채워지고,
울리는 소리가 창밖으로 퍼져 나갔다.
거실에 움직이던 공기 입자들은,
사진 속 착상된 생명의 파도를 타고 공중을 유유히 떠다녔다.
창으로 빠져나간 공기가 앞쪽 문을 탕, 하고 닫는다.
다가가는 창문에 태양이 보인다.
강한 빛이 동공을 타격한다.
하지만 오늘은 상관없었다.
보이는 감각을 잃어도, 들리는 소음을 잡지 못해도
아무런 지장이 없었다.
그 후로, 두 번의 여름이 더 지나갔다.
총 12번의 시도.
우린 더 이상 병원 서류를 모으지 않았고,
시험관에 대한 계획을 세우지 않았다.
그냥 정해진 스케줄을 소비했다.
작은 화분 하나를 구입했다.
"그래, 그만 됐어. 괜찮아."
"여기까지인 거 같아."
화분에 5개의 씨앗을 심었고, 겨울까지 기다렸다.
멈춰 있는 메트로놈이 식탁 위에 앉아 있다.
천에 물을 묻혀 굳어 있는 팔을 닦아 주었다.
스르륵 닦인 긴 스틱에 매트한 회색빛이 돈다.
더 이상 박자를 세지 않아도 되는, 완전한 종지였다.
거실 나무 의자에 앉아, 호박(Amber) 장식의
키홀더를 바라보았다.
얼음이 담긴 머그컵에 캐모마일 티를 붓고
비어있는 의자를 빼내어 주었다.
아내는 코 가까이 머그컵을 대어 향기를 맡았다.
차갑게 식은 향은 곧 입술에 닿고,
뱃속 열기는 자연히 빠져나갔다.
우리의 심장은, 제 크기에 맞는 공명을 찾아가고 있었다.
5번째 여름의 알갱이는 초음파 사진 한 장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