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듬 III : 밀도 높은 곳, 쉼표 하나

by DL

휴가가 끝나고 출근을 했다.


​추운 날씨의 공기가 도로에 묻어 차들이

느리게 움직이고 긴 신호등의 초록빛을

받은 차 뒤에선 느린 색 증기가 흩어졌다


​2층의 사람들은 가벼운 움직임으로

동그랗게 모여 서로에게 인사한다.


​정해진 시간이 되고 연습을 시작했다.


​느리고 부드러운 음형이 퍼져 나가고

큰 곡선의 진동이 공기를 데운다.


​가벼운 동그라미는 넓고 느리게 번지고

한 번의 박동은 느슨하게 풀어져

큰 아치의 원으로 시간 속에 스며들었다.


​넓은 테두리 곡선의 공기층에 따뜻하고

부드러운 경계가 생긴다.


​투명한 물의 부력 사이로 유연한 가벼움이 흐르고

천천히 떠오른 원의 기가 불어난다.


바다라는 수조를 유영하는 진동 구름,

그 위로 겹쳐진 공기층이 홀 끝 가장자리를 떠 다닌다.


거대한 ​공기층 구름이 옆으로 눕는다.

​공명된 타원형 구름이 검정 끝으로 멀어진다.



​퇴근 후 집으로 돌아간다.


​큰 입을 벌리고 있는 주차장 입구를 지나

밑으로 내려와 마음에 드는 자리에 주차한다.


​요구르트 아주머니 전동차가 징— 하고

지나가고 경비실을 지나 보도블록에 선다.


​잎을 잃은 나무들의 일정한 거리를 보며

진동 구름의 종결구를 곱씹는다.


​집에 들어와 거실을 본다.


​긴 식탁의 가장자리가 둥글다.

몇몇이 마주 앉아 대화하기 적당하다.


위에 올려져 있는 리잔이 투명한 그림자를 그린다.


​그 곁에 선 와인병은 언제일지 모를 약속을 기다리고

옆에 요리책 두 권과 자리를 지킨다.


​조그만 유리볼에 코르크 마개들이 들어 있고,

키가 큰 철제 바구니에 과일이 담겨 있다.


​동그란 나무 도마가 펼쳐져 있는데 여기에

치즈, 소시지, 샐러드를 담아 아까의 와인 나란히 둔다.


테이블 마지막엔 머리가 뜯어진 비스킷 두 개와

밀봉 감자칩 하나가 힘을 빼고 널브러져 있다.


​오늘의 일상이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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