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 I : 호로비츠를 위한 물 한 잔

by DL

피아노를 두드리는 노인의 손을 본다.

도구 역할에서 벗어나 있다.


​61년 기다림

귀향 리사이


​나는 스크랴빈 에튀드(d-sharp minor)를 들으며

이 곡이 호로비츠를 대변해 주는 곡이라 생각했다.


전조(Modulation).


d-sharp minor로 시작해 F-sharp Major로,

다시 c-sharp minor로 내려앉는다.


조성의 방황.

망명자의 거세된 뿌리.

​다시 d-sharp minor로의 회귀(回歸).


뿌리의 얼굴이 공기를 가로지르며 다가온다.

코드 두 개로 끝맺었다.

​극심한 도약 불규칙한 리듬

이 곡의 별명이 왜 '비탄'

인지 알게 해주는 듯, 차가운 박동을 보여준다.


음악은 시간을 밀어붙인다.

청중들은 조용한 공간에서 앉아

두 손을 서로 부딪치는 행위로 마음을 전한다


​마지막 곡이 끝나고, 첫 번째 앙코르.

그는 F Major로 시작되는 슈만의 <트로이메라이>를

연주하기 시작했다.


​탁자 위의 깨끗한 물 한 잔.


​그는 지나가다 보이는 피아노 위에,

수수한 듯 손을 올려놓다.


​그 무심한 시작.

C에서 F로 향하는 완전 4도 도약


가볍게 상향하다가 살포시 내려앉더니,

조금 더 밑으로 하향하는 선율.


​다시금 시작해서 조금 더 애를 쓰지만,

또다시 내려온다.


다른 조로 전조 되지만, 슬픔을 안기에는

버거웠는지 본래의 장조를 유지한다.

​다시 F Major로 돌아왔다.


​감은 눈 옆으로 조그

뜨거움을 느끼는 신사

어린아이와 어른.

손을 꼼지락거리는 아기.

서쪽과의 연결을 피할 수 없어 공연장의 문을 열어준 고위 관리.


​호로비츠의 손이 마지막 코드에 닿는다.


​테이블 위, 물 한 잔.


​순수로 돌아온 호로비츠에게,

수직의 찬사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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