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부터 다시 시작해도 될까요?

중구난방이었던 이야기를 다시 시작합니다

by 어모쌤 손정화

사실 남편에 대해 글을 쓰기 시작한 건 아주 오래전이다.

연재한 글들 모두 요즘 쓴 글이 아니다.

순간순간 못 견디게 힘들 때 어디에 하소연하지도 못하는 내 이야기를 브런치에 쏟아냈다.

차마 발행까지 하지 못하고 내 서랍 속에 넣어 놓았다.

그때마다 생각했다.

'남편의 이야기를 할 수 있게 될 때가 올까?'


대학 친구들과 1년에 한두 번 만남을 가진다.

작년 가을이었을까?

친구들이 내게 이런 말을 했다.

"정화야 이제 네가 좀 편해졌나 봐! 너 우리한테 한 번도 네 얘기, 오빠 얘기 한 적 없었어. 힘들다! 어렵다! 괴롭다 한 적 없었어! 우리가 생각하는 너의 상황은 분명 힘든데 너 항상 괜찮다고 했었어! 아무렇지도 않다고!"

그러고 보니 나의 상황을 아는 가족에게! 친구에게! 교회 지체들에게 내가 어떻게 살고 있는지 그대로 말해본 적은 없었던 것 같다. 그들이 걱정하는 마음을 전달하면 그 마음을 온전하게 받아들여주지 못했던 것 같다.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나는 괜찮다! 아무렇지도 않은 척을 한 것이 아니라 정말 아무렇지도 않았다. 아니 아무렇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했는지도 모르겠다.


그날은 친구들에게 남편이 간암 판정을 받고 나서 변화된 삶을 이야기했다.

이야기하다 보니 전에는 이랬는데 지금은 이렇게 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나왔다.

처음 들어보는 친구의 그동안 살아왔던 모습, 00 오빠의 이야기에 친구들은 깜짝 놀랐을 테다.

변화되면 그전 일은 문제가 안 되는 건가 보다.

그동안 꽁꽁 감쳐두었던 보따리를 이리도 아무렇지도 않게 풀어 그 안에 뭐가 있었는지 보여주는 것 보면 말이다.

이미 지금은 그 존재 자체가 달라졌다.

그전 모습이 상상 초월의 최악이었다고 해도 내게는 지금 현재가 있다.

언제 숨겼냐는 듯이 남편의, 00 오빠의 그전 모습을 담담하게 입에 담을 수 있다.

친구들은 그런 나를 고맙게도 알아봐 주었다!

의도하고 숨긴 적이 없기에 나는 몰랐던 나의 모습을 직면했다.

그 직면조차도 내겐 타격감이 없었다.

그만큼 나는 현재를 살고 있고! 그 현재에 내 남편은 변화를 선물로 주었다.


이 브런치북 제목!

막걸리, 매실 그리고!

변화다!


지금부터 이 브런치북을 다시 시작하려고 한다.

그동안 두서없이 써 놓은 글을 연재했다.

보따리 속에 아무도 모르게 꽁꽁 숨겨 놓았던 이야기를 꺼내놓았다.

이랬는데 이렇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

이젠 할 수 있을 것 같아서!


변화의 이야기!

이제부터 다시 시작이다!


화, 목, 토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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