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암입니다

몇 기인 지 왜 안 알려주지?

by 어모쌤 손정화

CT검사 결과를 본 의사 선생님은 진료 의뢰서를 써줄 테니 상급병원으로 가서 치료를 받으라고 했다.

간암이었다.

남편은 처음에는 대학병원에는 절대 안 가겠다고 했다.

이러다 또 2021년 때처럼 아무것도 못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앞이 캄캄했다.

그때 간 기능이 50프로만 남아있다는 소리를 듣고도 잠시 술을 조금 줄이는 노력 외에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고, 곧 다시 예전처럼 하루 막걸리 5병이 기본이 되어 있었다.

간의 기능이 몇 프로 남아있을까?

"여보 아산병원에 가기 싫으면 여보가 가고 싶은 병원을 말해봐요"

혹시 붙잡을 수 있는 희망이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물어보았는데 남편의 마음을 움직였을까?

"00 대학병원이면 갈 거야!"

정말 다행이라는 생각에 그 길로 남편을 이끌고 병원으로 갔다.

병원으로 가는 길!

'그래! 집에서 먼 아산병원보다는 00 대학병원이 나을지도 몰라' 하는 생각으로 나를 설득했다.

나에게, 친정 식구들에게 00 대학병원은 가면 안 되는 병원처럼 열외가 되어 있었다.


남편의 검사 결과를 제출하고 진료를 보려고 기다리는 동안 기도했다.

아산병원에서 의사가 약도 처방해주지 않는다며 모두 양아치 00이라고 했기 때문에 이번에도 만약 약도 처방해주지 않고 술만 끊으라고만 한다면 남편은 또다시 진료 거부를 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제발 이번 의사는 남편에게 약도 처방해 주고, 치료를 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기도했다.


본 진료에 앞 서 문진 같은 진료를 받게 되었다.

남편 몰래 그 의사에게 부탁했다.

이러저러해서 진료를 받지 않았으니 이번에는 꼭 좀 약을 처방해 달라고!


남편은 검사를 위해 며칠 입원을 해야 했고, 간암을 판정받았다.

몇 기냐고 물어봤는데 의사가 기수를 말해주지 않아서 이상했다.

정확한 기수는 열어봐야 알지 지금은 알 수 없다면서 2기와 3기 언저리라고 생각하면 된다는 말도 아꼈다.

이상했다.

암이라고 하면 묻기도 전에 몇 기인 지를 말해주고 그 기수를 듣고 암을 실감하지 않나!

간의 오른쪽에 아주 커다란 암덩어리가 있다고 이식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누가 이식해 줄 사람이 있냐고 하며 계속 이식만 외쳐댔다.

딸은 당연히 자신이 아빠에게 간을 이식해 드리는 것이 맞다라며 듣고 싶지 않은 예쁜 말을 했다.

그런데 저 의사가 이상하다고 했다. 이 병원에는 아무리 찾아봐도 간 이식 사례와 후기가 없다며 믿을 수 없어서 이식은 하겠지만 다른 병원에서 하고 싶다고 하기도 했다. 아빠가 굳이 이 병원에서만 하겠다고 하면 어쩔 수 없지만 너무 못 미더워서 겁이 난다고 했다.


이식이라는 말이 오고 갈 때 딸의 태도를 보며 참 미안했고, 감사했다.

소화기내과 담당의는 지금 당장이라도 이식할 것처럼 서둘렀지만 정작 수술을 담당할 외과의사를 만나니 딸이 결혼을 했는지를 물어보고 남편의 의사도 물어보았다. 간 이식이 아니면 색전술이라는 치료가 있으니 색전술을 받을 수 있을 만큼 받아보고 추후에 결정해도 된다고 했다.

색전술을 받을 수 있으면 색전술로 암덩어리를 굶어 죽일 수 있다는 말을 들으니 뭔가 희망이라는 것이 보이는 것 같았다. 입원한 김에 1차 색전술까지 받고 퇴원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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