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은 순순히 이 상황을 받아들였다
검사 결과 남편은 위도 깨끗하고 대장도 깨끗하단다.
병원으로 오는 길! 그럼 간 때문에 마음 준비를 하라는 말까지 들은 것인가? 하는 생각에 가슴이 먹먹해졌다.
모든 장기가 깨끗한데 단지 간 때문에 생을 달리할 수 있다는 말인가? 마음이 찹잡하다.
나는 안다 남편이 왜 지금 병원에 누워있게 되었는지!
한 달 전 남편이 운전면허를 다시 따야겠다며 교육을 받으러 운전면허 시험장으로 갔던 날! 남편은 내가 보내준 점심 값을 사용하지 않고 집으로 돌아왔다.
“여보 오늘 점심 안 먹었어요?”
“먹었어”
“점심 값이 안 빠져나가서 걱정했어요”
“ㅇㅇ다닐 때 ㅇㅇ를 만났는데 점심을 사줬어”
“술 마신 건 아니죠? “
“술 마시면 바로 퇴장이야”
남편 말을 믿어줘야겠다고 생각했다.
교육을 듣고 바로 필기시험을 봤는데 난생처음 PC로 시험을 봐서인지 떨어졌다며 다음 날도 남편은 운전면허 시험장으로 갔다. 필기시험비 만원을 남편이 시험장에 도착할 때쯤 통장에 넣어주었다. 남편은 이제 중고등학생이 된 듯하다.
딸이 중고등학생 때 친구들은 소히 말하는 엄카를 들고 다녔다. 나는 학생이 엄마카드를 들고 다니며 무분별한 소비를 하는 것이 옳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생각해 낸 방법이 빈 캐시 카드를 주는 것이었다.
먹고 싶은 것이나 사고 싶은 것이 있을 때 카톡으로 사진을 찍어 보내면 확인하고 해당 금액을 통장에 넣어주었었다.
딸은 아직도 그때를 암울하게 기억하는지 모르지만 난 정말 잘한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마치 그때의 딸처럼 남편은 요즘 내게 필요한 것을 승인받고 돈을 받아 생활한다. 아니 거의 돈 없이 산다.
그날 남편은 제시간에 집으로 돌아오지 않았다.
나중에 연락이 되어 지하철 역 쪽으로 달려갔다.
남편은 돌아오는 길에 지하철에서 몇 번을 내리고 타고를 반복했고, 걸어오는 길에 쉬면서 오다 보니 시간이 이리 걸렸다고 했다. 의심이 되어 남편 모습을 보니 멀쩡했다. 분명 술을 마신 것은 아니다.
속이 안 좋아 걸을 수가 없다고 했다.
죽을 하루 이틀 먹고 다시 좋아졌다.
“여보 하필 이 더운 날 면허를 따겠다고 움직였으니 더위를 먹었나 봐요”
그 일 이후로 남편은 밥의 양이 절반 정도 줄었다.
속이 안 좋으니 밥을 조금 먹겠다고 했다.
줄은 밥의 양이 내 밥 양보다 많으니 그건 괜찮다고 생각했지만 자꾸만 뭔가 이상함을 감지했다.
혹시 몰라 남편의 점퍼 주머니를 만져보았다.
돈이 있다!
갑자기 눈앞이 깜깜해졌다.
정신을 차려야 한다는 생각으로 마음을 다잡고 점퍼에 있었던 돈을 모두 가지고 나와 허둥지둥 어디에 숨겨야 할까 뛰는 가슴을 진정시키며 꽂혀있는 책을 펴 넣었다가 다시 빼 옷장 서랍 깊은 곳에 놓았다.
‘이 돈이면 막걸리를 몇 병을 먹게 되는 거지?’
남은 돈의 액수를 살피며 그동안 얼마나 먹었을까 가늠하며
남편에게 갔다.
다른 때에는 몰래 돈을 없앴지만 이번에는 그렇게 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했다.
“여보 여보 점퍼 주머니에 돈이 있길래 내가 가져갔어요! “
“뭐라고? 에이씨”
남편은 화를 냈지만 예상한 대로 순순히 이 상황을 받아들였다. 이건 남편의 의지와 상관없이 일어난 일이라는 증거였다
이번에는 누워서 스마트폰을 보고 있는 남편의 바지 주머니에 손을 넣어보았다.
또 돈이 있다!
이번에는 아무 말 없이 양쪽 주머니를 뒤져 있는 돈을 모두 꺼내 내 주머니에 넣었다. 남편이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내 손이 하는 대로 가만히 있어주는 것이 고마워 눈물이 났다.
누가 이 사람에게 돈을 주었을까?
그토록 철저하게 모든 사람과의 접촉을 막았는데...
이 사람에게 돈을 주어서는 안 된다고 단속을 했는데...
너무나 안타깝고 불쌍한 내 남편 ㅠㅠ
그 시험장에서 만난 사람이 돈을 주었을 가능성이 높았다.
누구인지도 모르는 사람에게 내 원망이 쏟아졌다.
알콜릭 환자들이 단번에 금주를 성공하지 못한다는 것을 안다. 잘 될 때가 있고 무너질 때가 있다는 것을...
남편은 그 이후로 다시 술과는 멀어진 생활을 할 수 있게 되었지만 내가 모르는 수량의 며칠 동안의 음주가 준 대가는 너무나 확연하게 남편의 일상생활을 바꿔 놓았다.
우선 밥의 양이 줄었다.
속이 안 좋다는 말을 자주 하며 점심은 먹지 않으려 했다.
성경과 책을 읽는 시간이 현저히 줄어들었다.
침대에 누워 생활하는 시간이 주가 되었다.
그리고 혈변을 봤다!
남편에게 단 한마디의 원망도 하지 않았다.
“당신이 술 마셔서 이렇게 된 거잖아요”라고 말하고 싶은 것을 꾹 참는다. 남편에게 돈을 주고 간 그 아저씨도 용서한다.
다 좋아질 테니...
다 괜찮아질 거니까...
남편은 잘하고 있는 거다!
누구보다도 잘하고 있다!
중독을 끊어내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나는 안다!
어제 담당교수의 회진 때 남편은 진정제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자고 있었다.
“항문 주위에 정맥류가 많이 있어요. 마치 시한폭탄이 있는 거라 생각하시면 돼요! 보호자님도 마음의 준비를 하셔요”
듣고 싶지 않은 말을 들었다!
젊어서인지 담당교수는 말을 막 한다!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느니 마음의 준비를 하라느니...
드라마에서 보고 듣던 모습이 내게 일어나고 있다.
드라마에서도 보호자가 믿기 어려워하며 의사의 말을 부정하더니 나도 그런다!
이게 당연한 모습이구나!
겪어본 사람은 공감하며 드라마를 봤겠구나!
남편은 방금 피를 많이 흘려 빈혈 수치가 있다며 수혈을 받았다.
남편은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나는 이 글을 쓰며 마음을 다스리고 있다.
남편은 4일 금식을 마치고 오늘 점심부터 식사를 한다.
“여보 얼른 일어나 잘 먹고 나아서 집에 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