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 토하지 않게 해 주세요!

추석 연휴 끝자락에 구급차 타고 병원 온 남편

by 어모쌤 손정화

어쩌다 ‘이혼숙려캠프’라는 TV프로그램을 보게 되었다!

내가 본 것은 7기 신청자들의 사연이었다.

그중에서도 셔틀부부의 사연!

남편은 하루 종일 술을 마시고 있었다!

술을 마시다 만취하여 잠에 들고 깨면 다시 술을 마시는 모습이었다. 그런 남편에게 술을 사다 주고, 안주를 만들어 주는 아내가 있었다.

남편에게 계속 술을 마시라고 권유하고 종용하는 아내!

눈과 귀를 의심하며 화면이 뚫어지게 보게 되었고, 어느새 감정이입이 심하게 된 채 방송을 보고 있는 내 모습을 보며 화가 나려 했다.


술을 마시는 남편을 보며 ‘언제 저 술이 멈춰서 잠에 드려나’라고 생각해 본 적은 있어도 술에 취해 잠들기를 바라며 술을 내 손으로 사다 준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내가 만들어 주는 음식이 안주가 되어 술을 더 마시는 것이 안타까웠지 안주가 될 것이 뻔한 음식을 술을 더 마시라고 만들어 준 적 없었다.

저 아내는 왜 남편이 이제 그만 마시겠다고 하는데 술을 권하고, 남편이 술 생각하지 않는 순간에도 술이 있다며 안 마실 거냐고 먼저 권하는 걸까?

정말 화가 났다!

멀쩡한 남편이었다!

경제활동을 착실히 하고 있는 평범할 수 있는 남편이었다!

자기가 술을 권하고 먹게 하는 행동을 서슴지 않고 하면서 남편의 음주 문제를 귀책사유로 이혼을 하겠다는 그 가정이! 그 아내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아마도 모든 것을 우리 가정과 대입하며 봤던 것 같다.

술에 취해 제 몸을 가누지 못하는 그 남편을 보며 안쓰러움이라는 감정이 몰려왔다.

알콜성 치매가 의심되는 상황을 보며, 서장훈 님의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는 말을 들으며 고개가 끄덕여졌다.

내 남편에게도 의사가 그랬으니까!

암 아니어도 계속 술 드시면 2년 남으셨어요


술과 연결되어 있던 고리를 끊어내기 위해 노력한 그동안의 시간이 얼마나 값진 시간인지 나처럼 술 좋아하는 남편과 사는 아내만 안다.

술 좋아하는 남편이 어떤 과정을 거쳐 술을 밀어내게 되는지도 나와 같은 아내만 안다.

대부분의 알콜릭 환자는 본인 의지로 술을 끊어낼 수 없다.

그래서 사실 이 값진 시간을 경험하지 못하기도 한다.

밀어내게 되는 것이 아니라 강제로 차단당해야 하는 것이라는 것을, 어떻게 차단하고 그 과정에서 환자는 어떤 행동을 하는지를 겪어본 사람만 안다.


스스로 멈춰주기를!

스스로 밀어낼 수 있기를!

차단하지 않아도 접속되지 않기를! 바라고 또 바란다.

믿어주고, 믿고 싶고, 믿는다!


술을 마시는 사람들과 철저히 차단되고!

술을 마실 상황에 절대 함께하지 않고!

술을 살 돈을 절대 허락하지 않고!


본인과의 싸움이고!

상황과의 싸움이고!

가족과의 싸움이다!


이겨야 한다!

이길 수 있도록 강해져야 한다!

이길 수 있도록 가족은 야박해져야 한다!

함께 술을 생각하지 않아야 한다!

“지금 술 생각나겠지? “ 하는 생각조차 허락하지 말아야 한다.

내가 생각하면 그도 생각하니까!


이렇게 힘든 과정을 그 아내는 모른다.

너무 화가 났다.

방송에 나온 내용이 다가 아니겠지만 내 감정이 그랬다!


술은 암을 불러왔고, 암은 술을 끊어낼 이유를 만들어주었다.

술은 끊어냈지만 건강은 이미 남편의 삶을 떠나려고 하는지 잡으려 하나 잡히지 않고 있다.

간경화가 이미 많이 진행되어 간성혼수와 정맥류 출혈 등 위험한 증상들이 남편을 위협하고 있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나에게 으르렁거리며 꼼짝달싹 못하게 하고 있다.

조금씩 일상의 평범한 삶을 찾아가는 남편이 때로는 너무나 안쓰럽다. 평범해지면 평범해질수록 건강이 뒤 따라주지 않음이 아쉽고 또 아쉽다!


방송을 보며 ‘저렇게 알콜릭 환자가 되는 사람도 있구나!’했다! 그러지 않아도 소주 대신 막걸리를 마시라고 했던 그 순간이 백만 번도 넘게, 그 이상으로 후회가 되는 ‘나’이기에...

가슴이 답답했다!


남편은 그제 새벽 혈변을 봤다!

너무 놀라 병원에 가자고 하니 화를 냈다.

폭풍검색을 했다!

간경변의 진행에 따른 합병증으로 토혈과 혈변이 있다고 했다. 위정맥류 출혈로 피를 토할 수 있다는 말을 들었기 때문에 토혈은 알고 있었지만 혈변은 미처 생각하지 못했었다.

“하나님 우리 ㅇ집사 절대로 피 토하지 않게 해 주세요”라고 기도했지 혈변은 기도하지 못했다.

위에서 정맥류가 터지면 흙변을 보고 대장 쪽 문제가 있으면 피 색깔 혈변을 본다고 한다.

남편은 피를 흘렸다.


“여보 그럼 우리 아침에는 병원에 가는 거예요”

꾹 참고 자고 일어났는데 두 번째 혈변을 봤다.

아침을 달라는데 왠지 밥을 먹으면 안 될 것 같았다.

“여보 우리 병원에 가자!”

“쓸데없는 짓 하지 마!”

밖으로 나와 교회로 뛰어갔다. 남편을 설득할 수 있는 사람은 목사님이라 생각했다.

“응 내가 지금 갈 테니까 119에 전화해요”

집으로 오는 길 119 상담원과 통화를 했다.

“저희 남편이 간암 환자인데요. 혈변을 봤어요!”

“네 주소 알려주세요”

“그런데 저희 남편이 병원을 안 가려고 하는데 어떻게 해야 하나요?”

“병원에 안 가시더라도 상태를 확인해야 하니 알려주세요”


“여보 내가 119에 전화했는데 병원에 안 가더라도 상태는 봐야 한다고 와 주신대요 고맙죠? “

남편은 다른 사람의 수고를 몹시 고마워하는 사람이다!

이 말이 남편을 움직인 건지 목사님의 방문과 기도가 도움을 준 것인지 바로 도착한 119 구급대원들에게 협조를 해주었다

119를 부르고 처음으로 순순히 스스로 이동 침대에 올랐다.


119를 타고 병원으로 가는 길!

낯설지 않은 이 상황이! 능숙해져 버린 내가! 서러웠다!

눈물은 나지 않았다!

그냥 서러웠다!


수요일 입원 후 줄곳 금식을 하고 검사를 하고 있는 남편 옆에서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다.

방금 내시경을 하고 나왔는데 위 내시경 결과 두 달 전에는 보이지 않았던 정맥류가 보여 묶어주셨다고 한다.

검사 전에는 위는 아닐 거라고 했는데 위에 원인이 있었다!

직장을 의심했었는데 안 보여서 이번에는 대장 내시경을 한다고 한다.

관장을 하기 위해 이번에는 먹는 약을 처방받았다.

입원 후 쭉 변을 보면 벨을 눌러 변 상태를 간호사에게 확인받고 있는데 이번에는 혈변이 아니다!

“어? 혈변이 아니네요?”

“아! 그러네요! 아까 위 내시경할 때 시술한 거 혹시 들으셨나요? “

“네! 그럼 내시경 하기 전에는 혈변이었는데 그걸 묶어서 혈변이 멈춘 걸까요?”

“아! 네 그럴 수도 있고 검사 결과 보고 봐야 할 것 같아요”


기대와는 달리 남편은 그 이후로 혈변을 또 봤다.

관장을 했기 때문에 수시로 변을 보고 있다.


그러나 이미 나는 확신하고 있다!

곧 남편의 혈변은 멈출 것이라고!


검색할 때, 간 환우 카페에서 많이 본 글의 내용이 있었다.

피를 토하다가 사망에 이를 수 있다

대부분 피를 토하고 응급으로 묶는 것을 남편은 미리 발견해서 묶은 거다! 피를 토하기 전에!!

“감사합니다”


7,8,9월을 함께 했는데 이제 학교로 다시 출근하게 되었다

‘내가 없을 때 만약 위급 상황이 생긴다면?’

생각하고 싶지 않은 그 상황이 가까이에 있었던 거다!

피 토하지 않게 해 달라는 바람이 현실이 된 건가?


이번 입원을 통해 남편이 더 건강해져서 집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믿는다!

“여보! 그럴 거지? 믿는다? “
















화, 목, 토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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