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수씨 기도 많이 했나봐요!!
남편에 대한 이야기를 쓰다 보니 내가 남편에 대해 아는 것이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술과 연결된 기억만 가득한 것이 남편의 탓인지 내 책임인지...
딸은 아빠와의 좋은 추억이 정신없이 살던, 슬프고, 아픈 기억을 주었던 그때를 이겼다고 했다.
내년이면 남편과 결혼한 지 30년이 된다.
1996년 1월 6일 이례적으로 춥지 않았던 소한에 남편과 나는 결혼했다.
옛날부터 소한은 대한보다 추웠다고 한다.
결혼식 날짜를 정했을 때 엄마는 날이 너무 춥지 않을까 걱정하셨었다.
양가 부모 상견례를 했을 때 아빠는 "너희는 하나님을 믿으니 결혼 날짜를 너희가 알아서 정해라"라고 하셨다. 정말 이례적인 일이었다. 중요한 날을 정할 때에는 좋은 날을 정해야 한다는 분이셨다.
어떤 기준으로 좋은 날을 정하시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랬었다.
우린 사귀기로 한 지 정확히 3년이 되는 날 결혼을 하기로 했다.
남편과 내가 정했다.
감사하게도 그날이 토요일이었다.
대한보다 춥다는 소한이 결혼하는 우리에게 따뜻한 햇살을 선물로 주었다.
24살에 결혼하고 싶다고 노래를 불렀었다.
내가 본 내 주변의 사람들의 24살이 너무 예뻤다.
언니가 그랬고, 남편이 그랬다.
인생의 황금 같은 절정의 순간이 24살이라고 생각했다.
그 절정의 순간에 결혼하고 싶었다.
결혼하고 한 달이 되던 날 남편은 장미꽃 한 송이를 들고 들어왔다.
"웬 꽃이야?"
"우리 결혼 12분의 1주년이잖아"
"어? 그럼 매 달 6일마다 이렇게 기념일로 챙길 거야?"
"어"
사실 무사히 결혼했다.
결혼식 한 달 전 남편은 교통사고로 병원에 입원했었다.
늦은 시간 고가에서 사고가 났고, 중앙선 침범에 마주 오던 택시에는 기사님 포함 네 사람이 타고 있었다고 했다.
타고 있던 차는 폐차를 시켜야 할 정도로 큰 사고였다.
감사하게 남편도, 상대편 차에 타고 있던 기사와 승객들도 가벼운 타박상이라고 했다.
모두들 신기한 일이라고 했다.
하나님을 모르는 외할머니도, 엄마도, 아빠도 "너희가 믿는 하나님이 봐주셨나 보다"라고 하셨다.
외할머니는 "고맙다! 고맙다! 고맙다!" 하시며 가슴을 쓸어내리셨다.
사고를 낸 외손주 사위가 미운 감정보다 결혼을 앞두고 무사한 것이 더 고마우셨던 외할머니의 마음이 전해졌다.
사고 후유증으로 남편은 많이 힘들어했다.
몸이 힘든 것이 아니라 마음이 힘들어 보였다.
절대로 하면 안 되는 행동을 한 것이었고, 그 여파로 우리는 결혼과 동시에 생활비를 모아 합의금으로 빌린 돈을 갚아나가야만 했다.
기사 포함 네 명의 피해자들과의 합의는 그리 쉬운 일이 아니었다.
결혼 전이어서 아주버님이 발로 뛰어주셨다.
합의가 안 되면 결혼도 없던 일이 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제수씨 기도 많이 했나 봐요!"
어느 날 병원에서 남편을 간호하고 있을 때 아주버님이 조용히 불러 말씀하셨다.
정말 그랬다.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일이 있었다.
기도하는데 흰 비둘기가 강단 쪽으로 날아가는 것을 본 것 같았다.
그땐 그게 뭔지도 몰랐는데 아주버님 말을 들었을 때 그 장면이 생각이 났었다.
'정말 내 기도를 들어주신 걸까?'
믿음이 무엇인지도 몰랐던 그때의 나는 그냥 아주버님이 전해주신 소식이 감사했다.
"어제 한날한시에 네 명이 다 합의를 해 줬어요"
결혼을 앞둔 예비 신랑이라는 말에도 꿈적을 하지 않던 사람들이 움직였다고 했다.
그렇게 우리는 무사히 결혼할 수 있었다.
12분의 1 결혼기념일이라니!
남편은 매달 6일을 특별하게 챙겼다.
우리는 6일이 되면 외식을 하고, 지인들과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여행을 가기도 했다.
지금도 기억 속에 예쁘게 접혀 있는 추억 하나!
퇴근한 남편이 갑자기 기차를 타고 정동진 여행을 가자는 제안을 했다.
우리는 무작정 기차를 타고 정동진으로 갔다.
예매를 몰랐던 시절이었다.
자리가 없어서 열차와 열차 사이 연결 통로 계단에 앉아 밖의 풍경을 보면서 갔는데 젊어서 그런 건지 힘들었던 기억보다는 아름답고 즐거웠던 시간으로 가끔 꺼내보게 된다.
계단에 앉아 가서 더 기억에 남아 있는 건지...
새벽을 달려간 곳에는 붉은 태양의 반가운 아침 인사가 있었다.
이제 내년이면 남편과 내가 결혼한 지 30년이 된다.
남편과 연결된 기억을 하나하나 꺼내보며 글을 써볼까 한다.
얼룩을 지우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