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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모쌤 손정화 Jun 17. 2022

불안이 높은 아이

불안을 이기고

초등학교에 입학했을 때였다.

그때는 국민학교였지만 어느새 내 입에 초등학교라는 말이 하나도 이상하지 않게 붙어있게 되었으니 그냥 초등학교라고 하겠다.


정확하게 언제인지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1학년 1학기 초였을 것이라 예상된다.

모든 것을 조사하고, 정리하고 그런 때이니 아마도 혈액형 검사도 그때 했을 것 같다.

흰 가운을 입은 사람들이 교실로 들어왔고 한 줄로 서서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 사람들이 들어온 순간 코로 전해진!

그때는 알지 못했지만 나중에 그것이 병원 냄새라는 것을 알게 되었던 그 냄새를 잊을 수가 없을 것만 같았다. 실제로 그 냄새는 내가 살아오면서 순간순간 되살아난 것처럼 크고 작은 에피소드를 만들기도 했다.


정확히는 모르지만 기억에 없는 아주 아기 때 병원을 다닌 것을 제외하고 그때까지 병원에 간 적이 없었던 것 같다.

정확히 말하면 의사 가운을 입은 사람을 본 적 없고, 그 냄새를 맡아본 적이 없지 않았을까?

학교 들어가기 전인지 후인지는 알 수 없지만 주사 맞으러 엄마와 동생들과 함께 병원에 간 적이 있기는 한데 아무래도 그건 이 일이 일어나고 난 후인 것 같다.


난생처음 겪는 그 사건이 어린 나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졌는지는 내 몸이 그대로 보여주었다.

뭔지도 모르고 그저 처음 맡는 냄새에 긴장하고 있었던 것 같은데 바로 앞에 앞에 친구가 의사 선생님 앞에 섰을 때 우연히 보게 된 모습에 나는 정신을 잃고 쓰러져버렸다.

너무 오래전 일이라 이제는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지만 그 친구의 손가락에 바늘을 찌르는 행동과 바로 연이어 보인 손가락의 피가 나를 긴장을 넘어선 쇼크에 이르게 했고 내 몸이 견딜 수 없음을 호소하는 중에도 손가락에 바늘이 찔러져 아마 나는 기절을 하지 않았을까 하는 추측을 해본다.


깨어나니 나는 양호실이었고, 옆에는 엄마가 계셨고, 내 손가락에는 바늘이 찔린 자국이 있었다.

지금이라면 아마 아이 상태를 봐 가며 바늘을 찔렀지 않았을까 싶은데 내가 초등학교 1학년이었을 때에는 숨이 넘어가도 할 것은 해야 했나 보다.


무엇이든 처음 하는 것에 겁이 많고 긴장하게 된 것이 이때부터인지 아니면 그전부터 그래서 이 일이 일어난 것인지 그 후로도 여러 번 알 수 없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죽음의 공포가 되어 나를 의지와 상관없이 나약하게 만들었다.


그런데 다행인 건 한번 해 본 것은 뚜렷한 나쁜 경험이 있지 않은 이상 다시 하게 될 때 처음보다는 담담할 수 있었다. 그래서 초중고 예방주사를 맞을 수 있었다.


그렇게 겁이 많은 것을 넘어서 불안이 높았던 아이가 자라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으러 대기실에서 진통을 겪고 있을 때 엄마를 비롯한 내 가족들은 이 겁 많은 아이가 아기를 낳을 수나 있을까 하며 아이보다 산모인 나를 걱정했었다. 그렇게 낳은 아이가 잘 자라주어 고맙고 또 고맙다.


몇 달 전 발을 겹질려 발등뼈가 골절되었을 때 나는 난생처음 하반신 마취를 해야 했다.

수술실로 들어가기 전 "하나님 저를 평안하게 해 주세요"라고 기도했는데 수술을 집도하시는 의사 선생님이 오시기 전 준비하시는 선생님이 이런 나의 상태를 알고 있는 것처럼 나에게 마음의 여유를 허락해주셨다. 감당할 수 없을 만큼 큰 불안이 밀려오는 것을 느꼈을 때 "저 선생님 제가 준비되면 그때 들어가도 될까요?"라고 했는데 그분이 "그럼요 천천히 하세요 괜찮아요" 하며 안심시켜주셨고, 수술대 위에 올라 마취주사를 허리에 맞을 때 불안해하지 않도록 나를 꼭 안아주셨다.

엄마 품에 안긴 아기처럼 주사를 맞고 하반신 마취인데도 나는 깊은 잠을 자고 일어났다.


언제부터 내가 불안을 다스리게 되었는지를 이야기하려면 종교적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내가 나를 다스리는 것이 아니라 나를 주관하시는 분이 따로 계심을 믿는 것은 그리고 그분이 내 하나님이시라는 것을 고백하는 것은 놀랍게도 나도 어찌할 수 없는 나를 바꿔주었다


나는 심리치료교육을 전공하고 REBT인지행동치료 전문가 과정을 밟고 있다.

처음 상담전공 수업을 들었을 때 나는 알았다.

나를 상담해주신 분이 하나님이시라는 것을!

하나님은 나의 자동적 사고를 고쳐주셨고, 나의 비합리적인 신념을 바꿔주신 분이시라는 것을!


오늘 엄마가 조직검사를 위해 수술대에 오르셨다.

나는 엄마에게도 내가 기도했을 때 함께 하셨던 것처럼 주의 천사가 함께 하실 것이라 믿는다.

감사함으로 찬양하며 엄마의 수술을 위해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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