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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모쌤 손정화 Dec 16. 2022

엄마 쭉쭉!

엄마 제 눈에는 엄만 예쁜 애기예요!

원래는 5시에 저녁을 차려드리고 엄마, 아빠와 함께 밥을 먹고, 치우고 6시쯤, 늦어도 6시 30분이면 집으로 오는데 오늘 저녁에는 너무나 힘들어하시는 엄마 다리를 주물러드리다가 9시에 집에서 나왔다. 

그동안 엄마 항암주사 약은 변비가 생기고, 머리가 깨지도록 아프게 하고, 관절을 손도 못 대게 쑤시게 하며, 속이 울렁거려 입맛이 사라지게 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손끝, 발끝이 만지지도 못하게 아프다고 하신다. 

매 회차가 늘어날수록 부작용이 하나씩 늘어간다. 엄마는 괜찮다고 하시지만 안 괜찮은 모습으로 견디고 계신다. 


아침에 뵌 엄마는 말 수도 없어지시고, 집으로 들어서는 나를 보시더니 "엄마 밥 먹으라는 소리 하지 마라" 하시며 방으로 들어가 버리셨다. 

항암주사를 맞은 그 주 일주일은 엄마도 지켜보는 나도 너무 힘들다. 

엄마는 부작용에 힘들고, 나는 그런 엄마를 보며 힘들다. 


"엄마 오늘은 다리 좀 주물러드리다가 드라마 다 보고 9시에 갈게"

"너무 아파서 드라마 볼 정신이어야지"

"다리 주무르면 그동안은 안 아프다며 그럼 내가 계속 다리를 주무를 테니 그때 드라마를 보면 되지"


엄마를 돌봐드리며 나에게 안 좋은 습관이 생겼다.

3 채널의 평일 저녁 드라마를 본방 사수하는 것이다. 

평소 드라마를 보지 않다가도 엄마와 잠깐 함께 있다 보면 드라마에 입문하게 된다. 

지난번 저녁 드라마 3개를 입문하고 매일 저녁 7시부터 9시는 꼼짝없이 붙들려 드라마를 봤다. 

이러면 안 되지 하며 끝나기만을 기다렸고, 끝나는 순간 이제 다시는 드라마를 보지 않으리라 다짐을 했다. 

그러나 엄마와 함께 있는 저녁! 나는 새로 시작하는 드라마 3개를 또다시 모두 입문했다. 


엄마가 덮고 계신 이불을 조금 들어 올려 다리를 주무르며 나도 모르게 "쭉쭉" 했다. 

아가들 다리를 주무를 때 자동적으로 나오는 말 "쭉쭉" 


"엄마 우리 키울 때 쭉쭉했지?"

엄마 다리를 주무르며 아기에게 하듯 쭉쭉이라고 하다니! 너무 당황스러워 엄마께 아무 말이나 했다. 

"그럼 쭉쭉하면 다리를 쭉쭉 뻗었지 너희 다!" 


요즘 들어 엄마, 아빠가 애기처럼 느껴질 때가 정말 많다. 

늙으면 애기가 된다는 옛말이 있다는데 정말 엄마, 아빠는 애기가 돼가고 계신 걸까?

요즘 엄마가 자주 하시는 말이 있다. 

"애기는 예쁘기라도 하지! 늙은이는..."


'엄마! 제 눈에는 엄만 예쁜 애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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